[사설] 문 닫은 '원격 약 처방', 이런 나라에 어떻게 혁신이 싹트나

조선일보 2022. 6. 18.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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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진단, 처방에 이어 의약품을 약국에 원격 주문해 택배로 받는 ‘원스톱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셔터스톡

환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올라와 있는 의약품 중 필요한 약을 고르면 10분 안에 의사가 전화를 통해 처방전을 발행해주는 비(非)대면 진료 플랫폼 서비스가 시작 한 달 만에 중단됐다. 의사 아닌 환자가 전문약을 선택하는 것이 약사법·의료법 위반이라며 서울시 의사회가 서비스 업체를 형사 고발했기 때문이다. 의사 단체는 코로나 사태로 한시 허용된 비대면 진료 자체를 전면 철회할 것도 요구하고 나섰다. 오진과 약물 오남용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진료를 받는 원격 의료 서비스는 선진국은 물론 중국·인도네시아 등도 시행할 만큼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선 지금도 불법으로 돼 있다. 의사들은 환자 보호를 명분으로 들지만 ‘기득권 지키기’가 진짜 이유일 것이다. 한 업체가 혈당·혈압 수치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인슐린 투여량을 안내하는 앱을 개발해 중국에 수출했는데 국내에선 규제에 묶여 서비스를 못 한 사례도 있다. 국제 시장에서 호평받은 많은 국산 원격 진료 장비가 허가를 못 받았다.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헬스케어 산업도 첫 단계인 원격 의료부터 막혀 지지부진하다.

기득권층의 반발과 규제 장벽이 혁신 기술의 싹을 자르고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데이터와 인공지능 관련 산업은 개인정보 보호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반대에 부딪혀 경쟁국들에 한참 뒤처져 있다. 전 세계인이 이용하는 차량 공유 서비스도 택시 업계 반대로 ‘타다 금지법’이 생긴 후 계속 발목이 묶여 있다. 바이오 헬스는 유전자 검사 규제에 막혀 있고, 변호사와 고객을 인터넷으로 이어주는 법률 중개 서비스도 변협과 갈등을 빚고 있다.

성공한 100대 글로벌 스타트업 중 57곳이 한국이라면 아예 창업이 불가능하거나 조건부 영업만 가능했다는 조사도 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을 일컫는 ‘유니콘 기업’이 한국엔 겨우 10여 개로, 세계 유니콘 기업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가 말로는 “규제 혁파”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몇 배의 규제를 양산해 5년을 역주행했다. 그 결과 규제장벽이 더 두터워졌다. 이것을 파괴하지 못하면 혁신도 성장도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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