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빙하가 다시 어는 그날까지.. 난 희망 향해 헤엄치는 북극곰
북극곰: 생존을 위한 여행 | 린지 무어 글·그림 | 홍연미 옮김 | 길벗어린이 | 48쪽 1만3000원
야생에서 살아남는 것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수백 수천만년 견뎌온 북극의 빙하처럼, 북극곰도 참고 기다려 살아남았다. 끈기 있게 사냥감을 기다리고, 혹독한 날씨와 긴긴 어둠을 견뎠다. 봄이 되어 얼음이 깨지면 바다 위를 떠다니는 부빙(浮氷) 사이를 헤엄쳐 물범을 사냥했다.
하지만 빙하는 자꾸 조각나 녹아내린다. 발을 딛고 사냥할 수 없을 만큼 작아져 간다. 딛고 설 곳 자체가 녹아내릴 때, 북극곰은 이제 더 무엇을 기다릴 수 있을까.
해양생물학과 미술, 인물화와 의학·과학 일러스트레이션을 모두 공부한 작가가 펴낸 첫 그림책. 동물의 움직임 표현이 살아 숨 쉬는 듯 자연스럽고, 잘 그린 인물화처럼 표정과 정서가 배어난다. 북극곰의 눈높이에서 수면 위와 아래를 한 화면 안에 담는 시야각,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거나 바닷속에서 올려다보는 독특한 구도 덕에, 공들여 촬영한 생태 다큐멘터리 같은 생동감이 페이지마다 넘친다. 종이 위에 번지는 수채화의 느낌을 잘 살려낸 바다와 파도의 표현도 감탄스럽다.
책 속의 북극곰은 발 디딜 곳을 찾아 바다를 헤엄쳐 나간다. 갈매기가 하늘 위를 돌고 상어와 외뿔고래 무리가 바다 깊숙이 지나가는데, 근심에 찬 바다코끼리들은 뗏목 같은 얼음 조각 위에 앉아 엉엉 울어댄다. 바닷말을 씹고 해변에 밀려온 뼈다귀를 갉아먹으며, 북극곰은 다시 바다가 얼어붙을 겨울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다시 아기곰을 낳아 기르며, 희망을 품고 기다리는 법을 가르칠 수 있을까.
겨울엔 해빙(海氷) 위에서 사냥하고 해안에서 여름을 나는 북극곰의 생태와 기후 위기로 겪는 고난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책. 북극곰도 인고(忍苦)의 세월을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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