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택시 안에서
밤 11시. 야근을 마치고 하염없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요즘 서울 시내 택시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외출을 안 하면서 택시 수요가 쪼그라들었는데 그동안 줄어든 공급이 회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이날은 갑자기 비까지 내려 택시 잡기가 더욱 힘들었습니다. 휴대전화 앱에 ‘이용 가능한 차량이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반복해서 뜨는 걸 보며 맥 빠져 하길 30여 분, 기적적으로 택시 한 대가 잡혔습니다.
기사님께 “요즘 왜 이렇게 택시가 없냐”고 여쭤봤더니 “배달 업계로 기사들이 많이 빠졌는데 배달 업계 경기가 여전히 좋아 돌아오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그는 말을 이었습니다. “개인택시 기사들 중엔 노인들이 많아요. 요즘 택시 수요가 워낙 많으니 그분들이 퇴근 시간 길 막히기 전에 일을 마쳐도 하루 벌이를 충분히 채운대요. 노인들은 새벽부터 나오시니…. 그래서 밤에는 더 택시가 없는 거죠.”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습니다. 모든 일엔 다 양면이 있다고. 밤에 택시 잡기 힘든 건 짜증스럽지만 젊은 사람들만큼 재빠르게 전업(轉業)하지 못해 운전대를 놓지 못했던 어르신들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요.
기사님은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저는 27년간 일한 직장에서 지난해 퇴직했어요. 첫 3개월은 매일 울었어요. 그런데 같이 퇴사한 입사 동기가 ‘택시 하는데 제법 괜찮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했는데 어, 이거 진~짜 괜찮아요.” 고단한 퇴근길, 즐겁게 일하는 사람을 만난 것만으로도 조금은 기운이 났습니다. 빗방울 떨어지는 밤의 거리를 택시가 씽씽 달렸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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