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김건희 여사 시끌벅적한 내조..부메랑 된 대통령 제2부속실 폐지

은현탁 기자 2022. 6. 1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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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하는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조용한 내조'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김 여사가 지난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 당시 사적 친분이 있는 인사를 대동한 게 문제가 됐어요. 결과론적이지만 공사 구분 못하는 '시끌벅적한 내조'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딜레마에 빠진 조용한 내조와 대통령 제2 부속실 설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적 행사에 사적 친분 인사 동행 문제

사건의 발단은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 과정에서 의문의 한 여성이 등장하면서 불거졌습니다. 김 여사 뒷줄에서 참배하는 여성이 무속인이라는 소문까지 돌았어요. 김 여사의 '십 년 지기'로 확인됐지만 대통령 부인의 공적인 행사에 사적 친분이 있는 인사가 동행해도 되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 여성은 코바나컨텐츠에서 마케팅 담당 전무로 근무하다 김 여사와 함께 사임했고 지난달 초 김 여사의 단양 구인사 방문에도 동행했다고 합니다. 충남대 무용학과 겸임교수로 지난해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조직위원을 함께 맡은 사실도 확인됐어요.

이런 인물이 김 여사와 동행한 사실이 확인되자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김 여사와 관련한 논쟁은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가장 약한 고리이고 아픈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야권에서는 공적 행사에 사적 인연이 있는 인물이 동행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번 의혹이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어요.

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16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공무에 사인이 함께하고, 김 여사와 사적으로 얽힌 코바나컨텐츠 출신 인사들이 대통령실에 채용돼 있다고 한다"며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슬림화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슬림화가 아닌 사유화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어요.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5일 국회 비대위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제2부속실 폐지와 조용한 내조를 공약했으나 막상 김 여사는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공사 구분을 하지 못한 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일갈했습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에 보좌 직원이 없어서 사적 지인이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활동을 도왔다면 비선 논란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김 여사와 함께한 사람의 직업이 중요한 게 아니다. 대통령 부인의 공식 일정에 왜 사적 지인이 참석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대통령 부인의 일정 관리나 역할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준석 대표는 1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영부인의 자격과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면서 "영부인의 동선이라든지 활동 내역 같은 경우 안전에도, 국가안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죠.

◇민주당 '최순실 국정농단'까지 소환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실을 축소해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고 대통령 부인을 보좌했던 제2 부속실을 없애겠다고 공약했죠. 대통령 부인 활동을 둘러싼 잡음을 없애자는 취지였는데 이게 오히려 부메랑이 되고 있습니다.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다 보니 불필요한 잡음이 나오고 있어요.

대통령실이 부랴부랴 브리핑을 통해 "공개할 생각이 없었던 비공개 행사였다. 취재 요청이 많아 풀취재단을 구성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군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정이 국민들에게 다 공개됐다면 비공개 행사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윤 대통령은 15일 제2 부속실 부활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 여론을 들어가면 차차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시 지인 동행에 대해 "비공개 일정인데 보도가 된 것으로 안다. 저도 대통령은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비공식 이런 것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대통령 부인으로서 안 할 수도 없는 일도 있고,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지"라고 말했죠. 윤 대통령도 제2 부속실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지만 이게 당장 제2 부속실 부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김 여사는 대선 기간 중 대선 후보 부인으로는 처음으로 공개 사과를 한 적이 있죠. 허위 학력 및 경력 기재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과거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죠.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인데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오히려 '시끄러운 내조'가 되고 말았어요. 김 여사는 주말에 반려견을 데리고 대통령 집무실을 찾아 구설에 올랐고, 백화점과 빵집, 영화관을 찾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가정이지만 제2 부속실 폐지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공적 활동과 사적 활동을 칼로 베듯이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왕 대통령 부인으로 역할을 하려면 공적인 전담 조직을 둘 필요가 있는 듯합니다.

대통령실 입장에서 제2 부속실 문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鷄肋)이나 다름없습니다. 다시 부활하자니 공약을 파기하는 것이 되고, 이대로 가자니 자꾸 잡음이 생길 것 같은 상황입니다. '제2 부속실 폐지 공약'은 결국 먹을 것은 없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닭 뼈다귀 신세가 돼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후한서' 양수전에서 보듯 결국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 계륵입니다. 앞으로도 자꾸 잡음이 나온다면 결국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 부인을 전담하는 조직을 둘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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