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엄마, 혁신학교에 다니면 공부 안 해도 돼?

칼럼니스트 여상미 2022. 6. 1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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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 #특성화교육 #초등교육 #정규교육 #공교육 #학력저하

마냥 내 품 안에 있을 것 같았던 우리 아이도 어느덧 올가을이면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를 받게 된다. 첫째 아이를 미리 학교에 입학시킨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설렘과 기대도 있지만, 왠지 서운한 마음과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고 했다. 나 역시 다른 부모들과 같은 마음이고. 행여나 유치원과 다른 학교 사회에서 겪게 될 문제들을 미리 고민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가게 될 학교는 경기도 교육청에서 지정한 '혁신 초등학교'라고 한다. 나는 일반 초등학교와 혁신 초등학교의 차이가 무엇인지 몰라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얼마 전 만난 아이 친구의 엄마가 조심스럽게 혁신 초등학교를 보내는 것에 대해 괜찮은 지 물어 왔다. 나는 어떤 방식의 초등학교이든 사립이 아닌 이상, 공교육은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알고 보니 입학할 학교가 혁신 초등학교인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학부모들도 상당히 많았다.

혁신학교에 대한 찬반 논란! 모두에게 바람직한 학교 모델이 수립되기를… ⓒ여상미

교육 당국의 안내에 따르면 '혁신 학교'는 학생 스스로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기르기 위해 기존 방식의 지식 제공 교육과정(교사 일방향 형식)에서 탈피하여 실험적으로 운영하는 공교육 학교를 뜻한다고 한다. 시행 지역 별로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데, 서울, 경기는 '혁신학교', 부산은 '다행복학교' 등이라고 한다. 사실 명칭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다만 이 실험 학교 모델은 내가 알고 있던 '일반적인 공교육'을 시행하는 초등학교와 수업 방식부터 학습 시스템이 다르다는 점이다. 어떠면 이 제도를 일종의 대안 학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 역시 엄연히 나라와 교육청이 주체가 된다는 점은 같기 때문에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대안 학교와도 다르다. 

그런데 최근 혁신 학교에 대한 논란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일반 중, 고등학교로 진학했을 때 학업 능력이 현저히 뒤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도는 것이다. 어떤 지표를 확인한 것이 아니라 실제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나의 지인들도 이 부분 때문에 혁신 초등학교에 보내는 것이 꺼려진다고 했다. 나 역시 몰랐던 걱정이 하나 더 늘게 되었다. 학교에서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해 아이의 꿈을 다양한 방면으로 키워준다는 점에서 혁신 학교의 장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나 또한 우리 아이가 혁신 학교에 입학해 어떤 재능을 발굴하게 될까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혁신 학교를 보내는 일부 학부모 말에 따르면, 일반 학교에서 나가는 진도나 학업 성취도에 미치지 못해 많은 부분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사실 이 부분은 나 역시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아이들 사이에서도 '혁신학교에 다니면 공부를 안 해도 된다더라'는 말이 사실처럼 돌고 있다.

사실 사교육을 시키고 말고는 부모의 선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가 어차피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나아가야 할 과정이 일반 중고교 시스템이라면 혁신 초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부족해지는 공백은 오롯이 학부모의 몫, 결국 사교육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최근 다른 지역에서는 혁신 초등학교로 지정되는 것에 대해 반발하는 시위도 일어났다고 한다. 혁신 학교가 암기 및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 운영과 토론‧체험 중심의 교육을 목표로 아이들이 스스로 꿈을 키울 수 있게 하는 취지라고는 하나 상급 학교가 그대로이고, 입시 제도가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지정하는 것은 자칫 '소 잃고 외양간 잃을' 우려가 있어 보인다.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초등 교육은 특히나 공교육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차별성과 개성을 중시하고 미래지향적인 교육을 시도해 보려는 취지는 좋지만, 일부 아이들의 그 실험 대상이 될 수는 없지 않을까? 더 이상 교육부에서도 혁신 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비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 우리 아이들이 교육 현장에서 어떤 것을 취하고, 또 잃는지 올바른 판단을 통해 진정으로 모두에게 평등할 수 있는 학교 모델을 수립했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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