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 '이색 냉면' 맞대결..진주냉면 vs 수박냉면
맛대맛 ㉙ 진주냉면 vs 수박냉면
한낮 기온이 점점 올라가는 이때 냉면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기가 어렵다. 선택의 갈림길에 선 여름 미식가의 고민도 점점 깊어진다. 면과 육수 재료를 어떤 것으로 쓰느냐에 따라 다양한 냉면이 탄생하는 까닭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손님 이목을 끌어보겠다며 과일이나 지역 특산물과 결합한 개성 강한 냉면을 내놓은 식당도 곳곳에 생겨난다. 찌는 듯한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줄 전국의 이색 냉면을 소개한다.

진주냉면
육전 고명에 진한 육수까지 ‘환상 조합’
고기국물에 해물육수 더해 감칠맛
메밀·고구마 전분 섞어서 면 안질겨
요즘 MZ세대(1980∼2000년대 태어난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음식을 꼽자면 단연 냉면이다. 특히 평양냉면이 압도적이다.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냉면을 주제로 한 노래와 책이 철마다 쏟아진다. 냉면 애호가임을 자처하며 ‘면스플레인’을 늘어놓는 이들도 많다. 면스플레인이란 ‘면’과 ‘익스플레인(Explain·설명하다)’을 합친 말로 ‘냉면에 대해 아는 척하며 가르치려는 자세’를 일컫는다.
그런 전문가라도 진주냉면을 제대로 아는 이는 별로 없다. 북한에서 출간한 <조선의 민속전통>에서 “냉면 가운데 제일로 쳐주는 것이 평양냉면과 진주냉면”이라고 그 맛의 진가를 인정할 정도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발달한 냉면은 각기 개성이 뚜렷하다. 평양식은 생김새가 밋밋하고 맛이 소박하다. 진주식은 화려하고 다채롭다. 호사스러움의 정점은 고명이다. 무려 육전이 올라간다. 쇠고기를 도톰하게 잘라 달걀물을 입혀 부친 다음 길게 썰어 얹는다. 그뿐일까. 지단 한움큼, 삶은 달걀 반쪽, 절인 무, 채 썬 오이·배를 듬뿍 넣고 마지막으로 깨소금까지 넉넉히 친다.
바다를 접한 고장이라 그런지 고기 육수에 해물 육수를 섞어 국물 맛을 낸다. 덕분에 육향이 진하고 생선이 주는 짭짤한 감칠맛도 깊다. 국물 간이 센 편인데 건더기는 심심하다. 면과 갖가지 내용물을 한번에 집어 푸짐하게 입안에 넣고 씹다가 국물을 한술 떠먹으면 간이 딱 맞다. 메밀과 고구마 전분을 섞어 뽑은 면은 쫄면처럼 매끈하면서도 질기지 않아 먹기 편하다.
진주냉면이 이렇듯 화려한 이유는 유래에 있다. 본래는 기방에서 먹던 별식이었단다. 술 마시고 쓰린 속을 달래줘야 했으니 해장에 좋은 해물을 썼고 고관대작을 대접해야 했으니 좋다는 것은 죄 넣어 조리했다. 30년째 성업하며 지역 맛집으로 꼽히는 ‘황포냉면’의 황은정 사장은 진주냉면을 “이곳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을 담은 음식”이라고 평했다. 이곳 물냉면 가격은 1만원, 비빔냉면은 1만500원이다.
진주냉면을 맛보는 사람도 덩달아 넓은 품을 갖게 된다. 뜨겁게 부친 육전을 차가운 국물에 적셔 먹기를 기꺼워하고 ‘담백·짭짤·새콤·달콤’한 맛이 혀끝에 어지러이 퍼져도 흐뭇해하니 말이다.
★★★ 가리는 것 없이 육해공 모든 식재료를 즐긴다면 추천.
진주=지유리 기자, 사진=현진 기자

수박냉면
수박 반통이 통째로…시원함 ‘끝판왕’
숟가락으로 팔수록 과육 계속 나와
담백한 육수·달콤한 과실향 매력적
여름 과일의 제왕 수박과 무더위를 잠재워줄 냉면이 어울림음을 내는 곳이 있다. 인천시 동구 화평동 냉면거리 들머리에 있는 ‘일미 화평동 냉면’ 식당에 가면 입이 딱 벌어질 만한 광경이 펼쳐진다. 메뉴판에 적힌 ‘수박냉면’을 주문해보자. 그럼 지름 20㎝는 족히 넘을 만한 수박 반통에 면과 얼음 육수가 단아하게 담겨 나온다.
‘수박냉면’을 먹다보면 주인공이 과일인지 면인지 가려내기 어렵다. 양도 꽤 많거니와 수저로 팔수록 계속 나오는 수박 역시 화수분을 연상케 한다. 이곳 식당의 여름은 그야말로 ‘새빨간 맛’이다.
쫄깃한 면발, 사과·배·양파·대파·다시마로 우린 담백한 육수 그리고 다디단 과실향이 오묘한 조합을 이룬다.
워낙 파격적인 모양새를 자랑하는 이 음식 덕택에 주말이면 문전성시다. 사장 홍경애씨(70)는 여름만 되면 별미를 만들기 위해 가까운 농산물시장을 제집 드나들 듯한다. 일주일 만에 수박 30여통이 금방 동난단다.
면 자체만 따진다면 평범하다. 냉면거리 식당 대부분은 같은 국수업체에서 메밀면을 떼온다.
과육으로 짙어진 단맛을 달가워하지 않을 사람도 있을 테다. 분명히 수박의 달콤함이 냉면 고유의 맛을 억누르는 측면이 있다. 단맛이 지나칠까 걱정되면 9000원짜리 물냉면을 추천한다. 그릇 안에 수박 4∼5조각이 넉넉하게 올라가니 냉면과 잘 어울리는 여름 과일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수박냉면 가격은 1만8000원. 꽤 비싸 보이지만 두명도 충분히 먹을 수 있기에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수박 제철인 8월말까지만 이 계절식을 맛볼 수 있다.
★★☆ 냉면 맛 자체로는 평범한 편이다. 다만 수저 하나로 원 없이 수박을 퍼 먹을 수 있다. 냉면이 덤인 것 같은 느낌.
인천=이문수 기자, 사진=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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