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은 따로 있었네..FAANG이 1층? 나이키 룰루레몬은 지하실 갔다

이종화 2022. 6. 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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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본격 금리 올린 2분기
주요 기술주 19% 떨어질 동안
나이키·타깃·룰루레몬 등
경기소비재 관련주 25% 급락
고물가에 필수 품목만 사들여
의류·전자제품 등엔 지갑 닫아

◆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올해 2분기 미국 증시에서 경기소비재 기업들 주가 하락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기에는 기술주가 최악의 성적표를 받는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다른 결과다.

16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들어 'S&P500 경기소비재지수'는 24.46% 떨어졌다. 반면 주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포함된 'S&P500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및 IT지수'는 19.79% 하락했다. S&P500 경기소비재지수 하락폭이 더 큰 셈이다. 이 지수에는 아마존·타깃과 같은 유통업체와 나이키·스타벅스 등 경기소비재 기업이 모두 들어 있다. S&P500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및 IT지수에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빅테크 기업이 포함돼 있다.

경기소비재란 의류, 전자제품 등과 같이 생활에 필수적이지 않은 물품을 뜻한다. 경기소비재 기업들 주가가 최근 크게 조정을 받은 것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둔화 때문이다. 소비 둔화는 빅테크들에도 악재이지만, 이들은 보유 현금이 많고 수익 규모도 크기 때문에 버틸 여력이 있다. 이와 달리 경기소비재 기업들은 최근 휘발유와 식료품 등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이 심각해 소비자들이 필수품이 아닌 품목 관련 소비를 줄여가고 있어 버텨내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1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서 발표한 5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 감소하며 월가 전망치(0.1% 증가)에 미달했다. 미국 소매판매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이다. 미국 소매판매는 지난 1월 전월 대비 2.7% 오른 이후 4월까지 꾸준히 상승해 왔다. 이번 소매판매 발표에서 미국 소비자들은 주유소, 식료품점에서 소비를 늘리고 다른 유통채널에서는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에 큰 충격을 줬던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도 가내 식료품(food at home)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1.9%, 휘발유 가격은 48.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디아 부수워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연구원은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수치가 최대로 높아지고 있어 소비자들이 소비 우선순위를 (경기소비재에서) 휘발유, 식료품, 주거 등 필수 소비 쪽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소비재를 판매하는 유통 기업들도 어려운 상황에 있다. 공급망 병목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유통 기업들은 재고를 확보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 둔화가 심각해지며 의류와 같은 비필수 품목을 중심으로 악성 재고가 늘고 있다. 실제로 타깃은 이달 초 악성 재고 처리를 위해 공급사에 주문을 취소하고 할인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말 기준 타깃의 재고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3%나 많았다.

마이클 베이커 DA데이비슨 연구원은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타깃의 선언으로 경기소비재를 판매하고 있는 모든 유통 기업이 할인 경쟁에 나설 수 있다"며 "경기소비재 판매 둔화로 인한 유통 기업들의 재고 문제는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기술주보다 경기소비재 관련주 성적표가 오히려 안 좋은 형편이다. 이는 투자자들의 상식과는 다른 결과다. 통상적으로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기에 기술주가 가장 불리하다고 인식한다. 금리가 오르면 현재의 화폐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기술주는 미래 수익이 클 것이라는 기대감에 높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평가)을 받는 만큼, 미래에 기술주가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보다 현재 화폐 가치가 오르면 주가는 자연스럽게 내려가게 된다. 이로 인해 시장수익률 대비 주가 움직임을 뜻하는 베타값은 기술주에서 높은 경향을 보인다.

미국 내 소비 여력에 대한 우려로 경기소비재 관련 기업들에 대한 월가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 대표적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110달러에서 90달러로 낮췄다.

엘리자베스 스즈키 BoA 연구원은 "BoA가 자체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베스트바이의 주력 상품인 전자제품과 같은 경기소비재에 돈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월가 증권사들은 빅테크에 대한 투자의견을 긍정적으로 유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우선 모건스탠리는 애플 목표주가를 195달러에서 185달러로 하향 조정했지만, 투자 의견은 매수로 유지했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애플에 대해 "소비자 수요 둔화에도 잘 버틸 수 있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카우언은 넷플릭스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 "수년 안에 넷플릭스는 광고를 기반으로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월가에선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선물 가격이 배럴당 115달러가 넘으며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지만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선 골드만삭스는 WTI 가격이 오는 3분기 배럴당 137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모건스탠리도 3분기 WTI 가격 예측을 배럴당 127.5달러로 제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더해 미국, 프랑스, 아프리카 북동부 등 세계 곳곳의 가뭄까지 겹치며 작물 재배가 타격을 받고 있어 농산물 가격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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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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