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손 내밀었는데.. 日, 국내정치에 매몰돼 고자세
이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될 것으로 관측됐던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한국 정부, 이를 지지하는 미국 정부와 달리 일본 측은 한일 정상회담이 다음 달 참의원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외교가에선 “일본이 국내 정치적 이유로 모처럼 마련된 한일 관계 개선의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은 나토 비회원국이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특별 초청을 받아 마드리드 현지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조우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확정 짓기 전부터 일본 측과 정상회담을 조율해왔다. 회담 형식도 약식이 아닌 정식 회담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순까지도 대통령실과 외교부에선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정상회담 예비회담 성격의 한일 외교장관 회담도 추진됐다.
하지만 일본 측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윤석열 정부가 반일(反日) 선동에 매달리던 문재인 정부와는 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은 그런 기대가 많이 사라졌다”고 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이 지난달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을 만나본 결과 윤석열 정부가 양국 관계 악화의 최대 원인인 징용 배상과 위안부 문제의 해법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일본 역시 7월 선거를 앞두고 과거사 문제에서 유연성을 보이기 어려운 상황이라 고위급 회담이 부담스럽다”며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말 한국이 독도 주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해양조사에 나서면서 일본 내 여론이 급속 악화한 것이 회담 무산에 결정타로 작용했다”고 했다. 일본 산케이(産經) 신문은 이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시다 정부가 나토 정상회의 기간 한일 정상회담을 열지 않는다는 방향”이라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산케이 보도와 관련, “글쎄 뭐 외교 문제가 아직 정해지기 전에 확인해드리기는 조금 어렵다. 확정된 건 없다”고 했다. 국가안보실 관계자도 “나토 정상회의 때 꼭 한일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정상회담에 대한 일본의 소극적 태도를 확인한 윤석열 정부도 더 이상 회담 성사에 매달리지 않는 모습이다. 당초 이달 중·하순 도쿄에서 개최하려던 한일 외교장관 회담도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양국 국민 감정에 크게 좌우되는 한일 관계는 가급적 임기 초에 개선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며 “기시다 내각이 국내 정치 논리에 매몰돼 관계 개선의 호기를 놓칠 경우 양국 정부에 두고두고 외교적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일 관계 개선은 한·미·일 3각 공조 복원에 공을 들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뜻이기도 하다. 한일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중국 청두에서 열린 것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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