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산라인 멈추더라도.." 화물파업에 쏟아지는 국내외 지지

조해람 기자 2022. 6. 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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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공장을 찾은 업계 물류차량들을 향해 파업 동참을 호소하며 행진하고 있다. 이천 | 성동훈 기자

화물연대 총파업을 향한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지지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 운수노동자들도 안전운임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연대의 뜻을 보냈다. 화물연대는 ‘화물기사들의 최저임금제’라고 불리는 안전운임제 확대 등을 요구하며 지난 7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다.

14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까지 노조가 진행한 ‘안전운임제 전면확대 촉구 시민선언’ 신문 광고 모금에 전국의 단체·개인 544명이 힘을 보탰다. 모금액은 1200만원을 넘겼다. 노조 관계자는 “참여해주신 분들의 선언을 모아 주요 일간지 광고로 개제할 것”이라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연일 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전날 성명에서 “평균 13시간 노동에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생계비를 위해 화물노동자는 과속, 과로, 과적을 강요당하며 생명을 건 노동을 한다”며 “화물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때 모두의 안전이 보장된다”고 밝혔다. 정부의 강경 대응을 두고는 “정부는 더 이상 화물노동자의 정당한 파업을 ‘운송을 방해하는 불법행위’로 규정하며 탄압하기를 중단해야 한다”며 “화물노동자의 파업은 시민 안전과 직결돼 있기에 정부와 언론의 호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지지를 받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0일 “사안 해결에 책임을 다해야 할 정부가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실질적 대화에 나서기는커녕 엄정 대응만을 강조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노사 자율에 맡겨 해결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면서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 방기 행태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총파업 8일째인 14일 경기 의왕시 의왕ICD제2터미널 앞에서 이곳을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의왕 | 성동훈 기자

노동계에서도 지지 선언이 이어졌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작업에 지장이 생긴 제조업·건설업 분야에서도 화물연대 파업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직원이 다수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파업 개시 이튿날인 지난 8일 “현대차 역시 화물운수가 없다면 라인을 돌릴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권리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공감하며 파업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들은 “투쟁은 화물연대 조합원의 몫이지만 혜택은 우리 사회 모두에게 돌아간다”며 “정부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와 유가 인상의 모든 책임을 화물노동자에게 돌리지 말라”고 했다.

전국건설기업노조도 지난 10일 “화물연대 파업이 길어질수록 물류수송의 차질은 더 커질 것이다. 당장 건설현장의 공사 차질이 가시화됐다”면서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대책 마련을 주시할 것이다. 정부는 화물연대와 진지한 대화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유가와 물가인상이 불법에 대응한다는 엄포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라며 “매달 수백만원의 유류비를 추가 부담하는 화물노동자의 고통이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했다.

해외 화물·운수노동자들도 화물연대의 파업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운수노련은 지난 13일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을 규탄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스티븐 코튼 사무총장은 49명의 파업 참가 노동자가 연행되고 2명이 구속된 데 대해 “우리는 이러한 노동기본권과 시민권에 대한 침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법적 대응을 고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화물연대와 정부의 4차 교섭이 결렬된 것을 두고 “국민의힘과 한국 정부의 이런 배신 행위에 분노한다”며 “파업은 한국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국제운수노련은 지난 12일 “치솟는 유가와 생활비로 인해 화물노동자들은 더 많은 부채를 지지 않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그들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대화 노력을 촉구한 바 있다.

해외 노동계는 한국의 안전운임제를 ‘좋은 선례’라고 평가했다. 호주 운수노조의 마이클 케인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화물연대에 보낸 성명에서 “한국의 안전운임제는 수많은 한국 도로운수 노동자의 삶과 생계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 세계 노조들이 한국의 안전운임제를 모델로 삼고 있다”며 “호주에서도 최근 아마존 택배 배달노동자의 안전운임을 확보하는 데 활용했다”고 했다. 이탈리아 국제환경직업의학전문가모임과 영국 왕립사고예방협회·산업안전보건연구소 전문가 41명은 지난 9일 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한국의 안전운임제는 도로운송의 노동조건과 보건안전을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며 “모든 증거에 따르면 제도가 충분히 오래 지속되면 화물차 충돌이 확실히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으리라 예측한다”고 했다.

지난 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교정에 붙은 대자보. 공공운수노조 제공

대학가에서도 파업 지지 의견이 나왔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교정에는 지난 9일 ‘모두에게 안전한 도로를 위해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합시다’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자신을 철학과 18학번이라 소개한 글쓴이는 “이번 파업은 소주대란이 아닌 생존대란”이라며 “안전운임제가 폐지되면 누군가는 최저임금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다음은 우리의 최저임금이 아닐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우리 모두 도로에서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 누구나 마음놓고 제 값 받고 일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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