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방전에 공급 부족까지..'OTP 인증 장벽'에 가로막힌 시각장애인

윤기은 기자 2022. 6. 1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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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김훈씨(50)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실에서 음성 OTP 사용 시연을 하고 있다. 윤기은 기자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김훈씨(50)가 엄지손가락을 스마트폰 화면에 대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두번 쓸자 “2”라는 안내 음성이 나왔다. 화면을 가볍게 두드리자 인증용 일회용 비밀번호(OTP) 첫번째 자리가 입력됐다. 김씨는 은행 어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돈을 송금할 때마다 시각장애인용 디지털 OTP를 이용한다. “이 방법은 그나마 편해요. 근데 디지털 OTP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은 많지 않고, 음성 OTP도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홈뱅킹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각장애인용 OTP 기술 개발과 도입 논의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기 때문이다. 2년 전 국무총리 산하 금융위원회는 음성 OTP 기능을 개선하고 시각장애인용 디지털 OTP 보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여전히 OTP 인증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OTP는 무작위로 만들어지는 일회용 비밀번호로, 전자 금융 거래시 본인 인증을 위해 사용된다. 보안카드로도 본인 인증을 할 수 있지만 OTP 인증의 거래 한도액보다 적다.

시각장애인이 폰뱅킹 때 OTP로 인증받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은행이 개발한 ‘시각장애인 전용 디지털 OTP 어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미리 설정해둔 비밀번호 6자리를 휴대전화에 입력하는 방법이 있다. 음성 OTP 생성기에서 불러주는 무작위 비밀번호 6자리를 입력하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시각장애인 전용 디지털 OTP 앱을 개발해 상용화한 은행이 드물다는 점이다. 14일 기자가 각 은행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7대 시중은행(국민·기업·농협·산업·신한·우리·하나) 중 시각장애인용 디지털 OTP 앱을 개발한 곳은 우리은행 뿐이었다. 우리은행은 음성 OTP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다른 6개 은행은 음성 OTP 서비스만 제공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음성 OTP 생성기 사용이 번거롭다고 말한다. 배터리가 길면 3개월, 짧으면 일주일 만에 방전되는데, 기술적인 결함으로 충전이 안 된다는 것이다. 배터리가 꺼지면 사용자는 은행을 직접 방문해 새 생성기를 발급받아야 한다. 국내에 한 곳 뿐인 음성 OTP 생성기 제조사는 수익성 문제로 배터리 연구개발을 2014년 중단한 터다.

김훈씨는 “은행에서 새 음성 OTP 생성기를 받기 위해 1~2주 걸릴 때도 있다. 생성기가 없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강창식씨(41)는 음성 OTP 배터리가 방전되는 일이 잦자 비장애인이 사용하는 OTP 생성기를 발급받았다. 자신을 도와주는 장애인 활동지원사에게 생성기를 주고 금융 거래를 맡기고 있다. 강씨는 “우리(시각장애인)에겐 비밀이 없다. 혹시나 개인정보가 유출될까 두렵다”고 했다.

금융위는 2020년 8월 시각장애인의 금융거래 편의 증진을 위해 음성 OTP 기능을 적극 개선하고, 디지털 OTP 도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금융위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음성 OTP 발급 편의성 제고’와 ‘디지털 OTP 도입·확대’ 과제는 금년 내 이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 “기능 개선 관련 2021년 중 관계부처·기관 등과 협의해 연구·개발을 착수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은 별반 개선되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낸 당해 음성 OTP 생성기 제조업체와 협의를 했지만 현재 해당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당시 업체 측에서 ‘기능이 개선되려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관련 사업 예산을 저희(금융위)가 따로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OTP와 관련해서는 은행연합회를 통해 각 은행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분기별로 자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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