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다 멈출 판" 건설업계 눈물.. 화물연대 파업 피해 '눈덩이'

이영균 2022. 6. 1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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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선재·냉연공장 스톱
생산 제품 출하 못해 적재 포화
석유화학단지도 연쇄 가동 중단
정부 "피해액 1조5868억 달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13일 울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울산 울주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일주일째 접어든 가운데 국내 대표 철강회사인 포스코 일부 공장이 멈춰섰다. 대외 경제 여건이 급속히 나빠진 상황에서 국내 물류 동맥마저 막혀 산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포스코는 13일 오전 7시부터 포항제철소 내 선재공장과 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생산품을 출하하지 못하고 쌓아놓다가 적재 공간이 포화된 탓이다. 포스코는 지난 7일 화물연대 파업 시작 이후 매일 약 2만t의 제품을 화물차에 싣지 못하면서 창고가 가득 차 도로나 공장 주변에 적재해 왔다.

선재공장은 1선재에서 4선재 공장까지 모두 가동 중단됐다. 가전·고급 건자재용 소재를 주로 생산하는 2냉연 공장도 멈춰섰다. 이에 따라 매일 선재제품 약 7500t, 냉연제품 약 4500t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포스코는 파업이 풀리지 않으면 며칠 내 열연공장과 후판공장이, 사태가 장기화화면 용광로 가동까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과 당진제철소는 화물연대 파업에 따라 각각 매일 9000t과 1만8000t의 철강제품을 출하하지 못하고 공장 내부에 쌓아 놓고 있다.

충남 서산시 대산 석유화학단지에서도 출하가 거의 중단된 상태다. LG화학은 내수와 수출용 등 하루 7000t 가량의 제품(컨테이너 등 353대 분량) 반출이 사실상 막혔다. 공장 내 야적 가능 물량이 2만t 정도인데, 현재 1만t을 초과했다. 이 회사 12개 공장 중 3개 공장이 가동 중단됐고, 이날부터 추가로 1개 공장이 감산에 들어갔다.
지난 12일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 외부에 출하하지 못한 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화물연대 총파업 관련 물류 차질로 업계에 약 1조5868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다른 업계의 직·간접 손해까지 합하면,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는 전날 8시간 넘게 진행된 4차 교섭에서도 뚜렷한 협상 진전을 이루지 못해 사태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는 입장문을 통해 “국토부에서 제시한 대로 국민의힘, 화주 단체를 포함해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 확대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을 약속한다’는 잠정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최종 타결 직전 국민의힘이 돌연 잠정 합의를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청사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가 일주일째 접어들면서 산업계 피해가 늘어날 수 있으니 다각도로 대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관련해 “논의 중이고 검토 중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이날까지 총파업 관련 화물연대 조합원 44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체포되지 않은 30명에 대해서도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고 채증 자료를 분석 중”이라며 “현장에서 이뤄진 업무방해, 도로교통법 위반, 공무집행 방해뿐만 아니라 화물 차주나 비연대 노조원에 대한 문자, 전화를 이용한 협박 등 전반적인 불법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레미콘 ‘스톱’… “아파트 공사 다 멈출 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일주일째 계속되면서 전국 건설현장이 타격을 받고 있다. 시멘트 운송이 막히면서 레미콘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고 있고, 철근 등 다른 건자재도 수급 문제를 겪으면서 전국 각지에서 공사 중단 위기에 처한 현장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지난 7일부터 시멘트 출하량이 급감했다. 파업 사흘째인 8일부터는 수도권과 충청권 레미콘 공장 상당수가 가동을 멈추기 시작하면서 지난 주말부터 건설현장에 레미콘이 드나드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13일 화물연대 울산지역본부는 울산신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건설업계는 레미콘 타설 대신 마감공사나 후속 공정 준비 등 일정을 조정하는 식으로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 골조공사 단계의 현장은 레미콘을 구하지 못하면, 뒷짐만 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A건설사는 전국 90여개 현장 가운데 절반 정도가 골조공사를 진행 중인데 지난 10일부터 레미콘 타설이 거의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장마철을 앞두고 레미콘 타설을 서둘러야 하는 시기인데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이어서 걱정이 크다”며 “파업이 길어지면 결국 입주 지연 등의 피해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B건설사는 전국 130개 현장 가운데 레미콘·시멘트·철근 등이 필요한 90여개의 현장에서 공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제 막 착공에 들어가서 터파기를 하거나, 준공이 임박한 현장을 제외한 나머지 현장은 대부분 수급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일주일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중견·중소 건설사는 더 상황이 좋지 않다. 레미콘을 구하지 못해 지난 주말부터 아예 공사를 쉬고 있거나, 향후 1∼2일 이내 레미콘 공급이 끊기는 곳이 대부분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철근 등 다른 건자재도 수급해놓지 못한 상황이라 대체 공정을 진행할 수도 없어 사실상 현장 전체가 ‘셧다운’되는 수순이다.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13일 경기도 화성시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철근·콘크리트 업계도 골조공사 중단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날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서울·경기·인천지부는 하도급대금 증액 요청에 비협조적인 시공사들의 현장 공사를 다음달 11일부터 전면 중단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건설사에 발송했다. 총 83개 시공사의 406개 현장이 대상이다. 철콘업계는 지난 3월에도 하도급 증액을 요청하며 셧다운에 들어간 바 있다.

화물연대 파업 여파에 건설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것은 건설 자재 운반의 특수성과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축물 골조의 핵심 원료인 시멘트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라는 차량을 통해 운송된다. 국내 BCT 중 60%가량이 화물연대 소속인 데다 이들이 시멘트 저장소 위치와 운송 패턴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요 통로를 차단하며 비노조원도 운송을 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의왕·수색 등 수도권 주요 유통기지와 전국 시멘트 생산공장의 시멘트 출하 중단이 이날도 계속 이어지고 있고, 출하량도 평소 대비 5∼10%로 떨어졌다.

시멘트 수급이 막히면서 다음에는 시멘트를 원료로 하는 레미콘 업계로 불똥이 튀었다. 다만 레미콘 공장이 이렇게 파업 초반에 가동을 멈춘 것은 올 초부터 계속된 시멘트 가격 급등도 원인이다. 2020년 1t당 7만5000원 수준이던 시멘트 가격은 현재 9만3000원까지 오른 반면 레미콘 가격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6% 오르는 데 그치면서 레미콘 업체와 차주 간 갈등이 계속됐다. 결국 레미콘 업체들이 시멘트 재고를 미리 확보할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을 맞으면서 곧바로 공장 가동 중단으로 연결된 것이다. 레미콘 업계는 전국에서 하루 평균 출하되던 물량 62만여㎥가 대부분 멈추면서 하루 평균 5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 총파업이 일주일을 맞은 13일 부산항 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한편 한국무역협회는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이날 오전까지 화주들의 애로사항 총 160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수입 관련 애로사항은 55건(34.4%), 수출 관련은 105건(65.6%)이다.

포항·서산=이영균·김정모, 권구성·이현미·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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