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영부인 띄우기?.. 대통령실·팬카페 연일 이미지 메이킹 [이슈+]

조성민 2022. 6. 1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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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내조' 하겠다던 김건희 최근 공개 행보
팬클럽 통한 '미공개 사진' 공개 등 우려 목소리
그동안 비공개로 여러 사람 만나 온 것으로 파악
"제도권 안에서 공공적으로 투명하게 관리돼야"
국민 60% 이상 "尹 내조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영화 '브로커'를 관람한 뒤 언론과 인터뷰하는 윤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행보가 최근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여사는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면서 사실상 단독으로 공개 일정에 나섰다.

앞서 김 여사가 현 야권의 파상 공세를 받으며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두문불출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청사 출근길에 ‘공개활동 신호탄이냐’는 질문에 “자꾸 이렇게 매사를 어렵게 해석합니까”라며 김 여사의 ‘봉하행’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대통령실과 팬카페에서 연예인 소속사처럼 김 여사의 이미지 메이킹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김 여사의 비공식 행보를 사진으로 찍어 기자들을 통해 공개하고, 주말이면 윤 대통령 부부의 ‘일상’을 부각한 자료를 낸다.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윤 정부에 ‘영부인’은 없고, 영부인을 보좌하는 공식 조직도 없다. 하지만 대통령실 부속실에는 김 여사 일정과 수행을 담당하는 행정관 3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팬클럽 통해 푸는 ‘미공개 사진’…“차라리 공적 조직 만들어야”

김 여사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차라리 공적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크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13일 윤 대통령 부부 미공개 사진들이 팬카페를 통해 공개되는 상황과 관련, “저는 그런 소통이라는 것이 오히려 차라리 공적인 조직을 통해서 하면 참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 예전에는 부속실이라는 조직을 통해서 다루기도 했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물론 대통령의 탈권위 행보나 이런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에는 영부인의 행보라는 것이 때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때도 그렇고, 독립적인 행보를 통해서 국격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이런 지점도 있다”면서 “그렇다고 한다면 저는 이런 거야말로 오히려 공적인 영역에서 관리돼야 하는 것 아닌가 본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영화 '브로커'를 관람한 뒤 상영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김건희 여사 팬클럽인 ‘건희 사랑’과 운영자인 강신업 변호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를 찾아 칸 영화제 수상작인 ‘브로커’ 관람 모습을 담은 사진 10여장이 공개됐고, 여기에는 대통령실에서 배포한 사진에는 없는 것들도 있었다. 

강 변호사는 이 대표의 주장에 즉각 반박했다. 그는 “당 대표가 관련 질문을 받고 얼마든지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공조직을 활용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국민의 접근성, 상상력과 유연성의 발휘 등에 있어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이 대표도 언급한 탈권위를 위해서는 민간조직을 활용하는 것이 방법론적으로 우위라 생각한다”면서 “지금 대통령과 영부인은 그동안 대한민국 정치의 적폐로 군림해 온 제왕적 대통령의 탈을 벗겨내고 명실공히 국민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으로 나아가는 중인데, 이 때 보다 탈권위적이고 국민친화적이며 현대적인 방법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권장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표가 언급한 ‘부속실’과 관련해서는 “공조직을 통한 소통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좋은 것”이라면서 “이 기회에 제2 부속실이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팬클럽 ‘건희 사랑’은 김 여사가 지난달 27∼2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을 방문한 사진을 공개하며 ‘보안 구역 내 사진 유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통령실 공보라인 관여 없이 이례적인 경로로 해당 사진이 유출된 탓에 촬영·배포 경위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방송인 김어준씨. TBS 제공
방송인 김어준씨는 이를 두고 “대통령 부인이 집무실에 놀러 간 사진은 처음”이라며 “대통령의 공적 공간이 부인 개인 팬클럽에 ‘좋아요’ 대상이 된 거 아니냐. 대통령 부인 놀이 적당히 좀 하자”라고 비판했다. 이에 강 변호사는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 집무실에, 그것도 휴일에 방문하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라며 “팬클럽을 통해 공개되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도 집무실에 방문해 사진을 찍었었다”고 반박했다.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영부인실부터 만들어 제도권 안에서 공공적으로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주말마다 부부 행사를 만들면서까지, 대통령실 방문에 팬클럽 무단 사진 풀기까지 이미 김건희 팬클럽 회장뿐 아니라 김건희 오빠라는 사람도 등장한다”면서 “이러다 정말 큰 사고가 난다”고 지적했다. 또 “윤석열-김건희는 대통령과 배우자다. 모든 행보가 공공적인 것이고 공공 절차에 의해서 관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용한 내조’ 끝?…공약 파기 등 공개 행보에 반감 여전

지난해 허위이력 논란으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던 김 여사는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한 뒤 활동을 자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당선인 시절 “(영부인을 담당하는) 청와대 제2 부속실은 불필요하다고 늘 생각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청와대 해체 및 조직 개편’을 공약했고, 대통령 배우자를 전담하는 조직도 두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영부인’이라는 호칭도 쓰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지난 3월 “제2 부속실 폐지와 ‘영부인 없는 대통령실’은 윤 당선인이 중요하게 공약했던 내용”이라며 “반드시 실행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1년 12월 26일 국민의힘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 한 달 사이 김 여사의 행보는 조심스러웠지만, 사실상 그동안의 ‘영부인’과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조용한 내조’만 하겠다던 김 여사가 돌연 활동에 나서자 더욱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김 여사는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영접을 비롯해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윤 대통령 옆자리를 지켰고, 중앙보훈병원을 방문해 국가유공자들도 위로했다. 이달 말쯤 대통령실 공사가 완전히 마무리되면 윤 대통령은 원래 계획했던 대로 2층 집무실로 이동하고 현재 사용 중인 5층 임시 집무실은 김 여사가 접견실로 사용할 예정이다.

김 여사는 그동안에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여러 사람과 만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달 중순쯤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예방해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사면론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전의 일이다. 

김 여사는 1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취약 계층을 위한 봉사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앞으로 활동 방향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달 말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첫 순방에 김 여사가 함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여사의 공개 행보에 대한 반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 11일 여론조사기관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를 받아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18세 이상 1010명 대상,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김 여사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하는 게 바람직하느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 내조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응답이 60.6%에 달했다. 반면 “대통령 부인으로서 공적 활동을 하는 편이 낫다”는 응답이 31.3%에 머물렀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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