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변기' 개발한 '포브스 리더'는 왜 배달로봇에 꽂혔을까
'우주 화장실' 개발자에서 배달시장 혁신 도전
포브스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선정
"가성비와 도심 주행력 최대 강점"

#1. 3일 초록잔디가 펼쳐진 제주도 SK핀크스 골프클럽. 퍼팅을 위해 그린으로 이동하는 선수들 뒤로 네모난 자율주행 로봇이 뒤따른다. 오르막길을 올라온 로봇 앞을 성큼 가로막으니 장애물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멈춰 선다. 로봇의 머리에 달린 '열림' 버튼을 누르자 뚜껑이 열리고 차가운 물과 음료가 제공됐다.
#2.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 밀집지역. 하얀색 몸체에 커다란 눈을 단 자율주행 로봇이 음식을 싣고 도심 속 횡단보도를 건넌다. 한 대형 사무실 근처로 향한 로봇은 커다란 건물 외곽 기둥 앞에 잠시 멈춰 서더니 방향을 바꿔 현관 앞에 도착했다.
자율주행 로봇 개발사 뉴빌리티가 개발한 배달로봇 '뉴비'의 모습이다. '배달시장 혁신'을 목표로 개발된 뉴비는 현재 삼성웰스토리가 식음료를 서비스하는 '아난티 중앙 골프클럽'에 6대가 도입됐으며 SK텔레콤 등 대기업과 기술협력을 통해 '도심 배달' 서비스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뉴비라는 이름에는 '거리에 새롭게 등장한 운송수단'이라는 뜻을 담았다.
'우주 변기' 개발자가 꽂힌 배달로봇

2017년 뉴빌리티를 세운 이상민 대표(사진)는 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했다. 고등학생 시절이던 2013년 나로호 우주선 발사 장면을 보며 항공우주에 빠져들었다. 항공우주인을 꿈꾸던 2015년에는 우주정거장의 화장실이 잦은 고장 문제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첨단기술이 접목된 우주선에서 변기 문제로 대소변이 둥둥 떠다니고 우주선 변기 교체 비용만 200억 원에 달한다는 현실은 놀라웠다. 이 대표는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형 깔대기 모양'의 우주 변기를 개발했다. 원심분리기 원리를 이용해 오물을 걸러내는 방식으로, 같은 해 미국항공우주국(나사·NASA)에서 주관한 경진대회에서 입상했다.
'우주 변기'를 개발해 주목받은 이 대표가 자율주행 배달로봇에 뛰어든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글로벌 배달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배송료는 상승하고 서비스 질은 정체된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창업 당시 2명에 불과했던 뉴빌리티 임직원은 지난달 기준 55명으로 늘어났고, 시장 진입 직전 기업에 투자하는 시리즈A 투자액도 230억 원 유치했다. 자율주행 배달로봇의 혁신성에 주목한 포브스는 지난해 이 대표를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에 뽑았다.
"카메라 기반 기술로 가성비·도심주행 잡았다"

13일 이 대표는 자율주행 배달로봇 뉴비의 최대 강점으로 '가성비'와 '도심 주행력'을 꼽았다. 배달로봇은 주로 소비자에게 물건을 최종 전달하는 '라스트마일 배송' 분야에서 활동하는데, 기존 자율주행 로봇 대비 4분의 1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존 자율주행 로봇은 레이저를 활용한 라이다(LiDar) 기술이 접목돼 약 870만 원대였다"면서 "카메라 기술을 기반으로 한 뉴비 가격은 280만 원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뉴비는 45kg 무게에 카메라가 내장된 두 개의 큰 눈동자가 특징으로 최대 40kg의 수하물을 적재할 수 있다. 시속 7.2km로 도심을 오가며 카메라뿐만 아니라 3차원(3D) 공간지도 및 위치 추정 장치, 인공지능(AI) 장애물 인식 시스템 등 고차원 소프트웨어를 탑재했다.
이 대표는 뉴비가 활동하는 '라스트마일 배송' 시장의 확장성도 강조했다. 그는 "라스트마일 배송은 전체 물류 비용의 53%를 차지한다"면서 "2020년 기준 해당 시장의 국내 규모만 7조5,000억 원으로 연평균 26%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뉴비는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배달로봇'으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만으로 식별 불가능한 복잡한 도심 지형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협업으로 시장 확대 가속화"

뉴빌리티는 뉴비 성능 고도화를 위해 SK텔레콤, 세븐일레븐, 카카오모빌리티 등 대기업과 협력체계도 구축했다. ①SK텔레콤은 자사 통신 및 AI 기술을 뉴비 개발에 지원해 소프트웨어 개발과 위치 확인 고도화를 돕고 있다. ②세븐일레븐은 배달 분야에 뉴비를 시범 운영하며 시장성 검증을 지원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1월 근거리 배달 서비스에 뉴비를 활용했는데, 100m 거리 배달에 2분 정도가 걸렸다. 뉴빌리티는 500m 범위 배달에 뉴비를 활용할 경우 건당 15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③카카오모빌리티와는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편 이 대표는 배달시장이 '로봇의 영역'과 '사람의 영역'으로 나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현재까진 배달로봇은 아파트 배송의 경우 1층 공동현관까지만 갈 수 있어 소비자가 1층까지 내려와서 물건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비싼 배송료를 부담하되 현관문 앞까지 배송을 바라는 소비자와 낮은 배송료를 내는 대신 1층까지만 배달돼도 괜찮다는 소비자가 분명히 나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대표는 배달로봇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아파트 공동현관 출입과 엘리베이터 탑승 기능을 탑재해 시장을 넓혀갈 계획이다. 그는 "먼저 뉴빌리티 자체 플랫폼을 통해 자율주행 배달로봇을 키우고 서비스 고도화 이후엔 배달의민족 등 기존 배달 플랫폼에도 배달로봇을 접목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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