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發 에너지 공급난 속.. 러 '우라늄 무기화' 불안감

윤지로 2022. 6. 1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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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난이 석유·가스 같은 화석연료에서 원자력발전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러시아와 서방의 정치적 대립이 이어지면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리스크는 계속될 것"이라며 "원전은 대외 변화에 덜 취약하다는 전통적인 논리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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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라늄 채광량 5% 그치지만
핵심기술로 농축 공급 43% 차지
美 16∼20%, 韓 3분의 1 러서 수입
러 수출 중단 땐 원전 타격 불가피
우라늄값 이미 들썩.. 파운드당 52弗
"또 다른 에너지 리스크 직면" 분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난이 석유·가스 같은 화석연료에서 원자력발전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가 전 세계 농축 우라늄의 40% 이상를 공급하고 있어서다. 최근 에너지 안보의 수단으로 원전을 강조하는 나라가 늘었지만 원전 역시 ‘자원 무기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타임스와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은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또 다른 에너지 리스크에 직면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원전 발전연료인 우라늄은 비교적 여러 곳에 매장돼 있다. 카자흐스탄의 채광량이 세계 40%로 가장 많고, 캐나다(12.6%), 호주(12.1%), 나미비아(10%) 순이다. 러시아의 채광 비중은 5% 정도로 높지 않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건 농축 능력 때문이다.

자연 상태에서 우라늄 광석에 들어 있는 우라늄(U235) 함량은 0.7%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원전 연료로 쓰기 위해선 정련, 변환, 농축 등의 과정을 거쳐 우라늄 함량을 5%까지 높여야 한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부 나라만 이런 설비를 갖추고 있다. 러시아는 전 세계 우라늄 변환(농축 전 육불화우라늄을 생산하는 공정)의 3분의 1, 우라늄 농축의 43%를 담당하는 핵심 공급 국가다. 러시아가 직접 캐내는 우라늄의 양은 많지 않지만 핵연료 시장에선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셈이다.

우크라이나와 헝가리 같은 동구권뿐 아니라 핀란드와 터키, 중국 역시 러시아 우라늄을 수입한다. 미국은 16∼20%의 우라늄을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가 손잡고 미 와이오밍주에 추진 중인 차세대 원전 ‘나트륨’은 20% 농축 우라늄을 쓰는데, 현재 이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뿐이다. 더힐은 “러시아가 미국으로 농축 우라늄 수출을 중단할 경우 미국 원전 가동은 올해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유·가스 수입량을 줄이면서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은 고공 행진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를 계기로 원전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우라늄을 무기화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국제적으로 러시아산 석유·가스뿐 아니라 우라늄도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 에너지 안보를 장담할 수 없다.

아직 이런 상황까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우라늄 가격은 이미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2020년 파운드당 29.49달러였던 정련 우라늄 가격은 지난해 34.68달러로 올랐고, 현재(6월 둘째 주)는 52.0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도 이런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농축 우라늄의 3분의 1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추진하는 소듐냉각고속로도 20% 농축 우라늄을 사용해 거의 대부분 러시아에 의존해야 한다. 다만 한수원은 “3년 치 우라늄을 비축하고 있어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러시아와 서방의 정치적 대립이 이어지면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리스크는 계속될 것”이라며 “원전은 대외 변화에 덜 취약하다는 전통적인 논리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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