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윤완준]尹의 상대는 기시다 아니라 아베다
윤완준 국제부장 2022. 6. 1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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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야로(바보)!" 2015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외무성 심의관에게 크게 화를 냈다.
협의단은 기시다뿐 아니라 전직인 아베를 만났다.
기시다는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싶지만 아베와 자민당 강경파의 눈치를 봐야 할 처지다.
강경파 아베 세력에 발이 묶여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기시다의 처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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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건파 기시다, 강경파 아베 입김에 휘둘려
日과 과거사 해법 협상 전 피해자 설득부터
日과 과거사 해법 협상 전 피해자 설득부터
“바카야로(바보)!”
2015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외무성 심의관에게 크게 화를 냈다. 심의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일본 정부 대표단장이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군함도에서 강제 노동(forced to work)이 있었다는 사실을 대표단이 인정한 뒤였다. 아베는 강제 노동 인정을 반대했다. 한국 정부가 등재를 반대해 등재 여부를 표결할 상황이 됐다. 일본 대표단은 부결 가능성을 보고했다. 어쩔 수 없이 강제 노동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곤 담당 심의관에게 그동안 뭐 했느냐며 직접 역정을 냈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역사를 부정하는 아베의 인식은 뿌리가 깊다. 일제강점기 한인을 강제 노역시킨 사도 광산을 올해 초 일본 정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는 과정에도 개입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한일관계를 고려해 올해는 추천하지 않으려 했다. 아베가 “역사 전쟁을 피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기시다의 결정은 뒤집혔다.
아베의 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4월 한일 정책협의단을 일본에 보냈을 때도 확인됐다. 협의단은 기시다뿐 아니라 전직인 아베를 만났다. 협의단은 아베와 면담 전 아베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을 만났다. 협의단은 “과거사 문제 해법을 한국만 내놓으라고 하는 건 잘못됐다”고 했다. 하기우다는 “한국이 자초한 일이니 한국이 해결하라”고 반박했다. 이게 아베의 정서다.
기시다는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싶지만 아베와 자민당 강경파의 눈치를 봐야 할 처지다. 자민당 중진 대부분이 아베 시대에 당선됐다. 기시다는 아직 당 장악이 힘들다. 총리로서 자기 색깔을 내기 힘들다. 일단은 아베의 계승자를 자처해야 한다.
“도베나이 하토하.”
그래서 일본 정계는 기시다를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도베나이’는 날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토하’는 비둘기파. 날지 못하는 온건파라는 뜻이다. 강경파 아베 세력에 발이 묶여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기시다의 처지를 보여준다.
‘한국이 과거사 문제 해법을 가져와야 한다. 그럼에도 일본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할 일이 있다.’ 이게 기시다의 속내라고 한일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전했다. 후자를 공식화하기엔 기시다의 정치적 입지가 아직 약하다.
기시다가 당장 한일관계 핵심 쟁점인 과거사 문제에서 양보할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이달 말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려도 마찬가지다. 과거사 문제에서 윤 대통령도, 기시다도 전격적인 해법을 내놓을 상황이 아니다.
다음 달 10일 참의원 선거 이후 3년간 일본은 선거가 없다.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을 차지할 경우 기시다는 아베 입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한국도 2024년 총선까지 2년간 선거가 없다.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이때를 한일관계 향방을 가를 중요한 시기로 본다.
당장 한일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현실성 없는 기대를 높이는 건 무책임하다. 과거사 문제에서 한일이 함께 해법을 찾기 전 윤 대통령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강제징용, 위안부 피해자들을 찾아 해법 동참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래야 피해자들의 지지를 업고 일본과 협상할 수 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거나 의지가 있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
2015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외무성 심의관에게 크게 화를 냈다. 심의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일본 정부 대표단장이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군함도에서 강제 노동(forced to work)이 있었다는 사실을 대표단이 인정한 뒤였다. 아베는 강제 노동 인정을 반대했다. 한국 정부가 등재를 반대해 등재 여부를 표결할 상황이 됐다. 일본 대표단은 부결 가능성을 보고했다. 어쩔 수 없이 강제 노동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곤 담당 심의관에게 그동안 뭐 했느냐며 직접 역정을 냈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역사를 부정하는 아베의 인식은 뿌리가 깊다. 일제강점기 한인을 강제 노역시킨 사도 광산을 올해 초 일본 정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는 과정에도 개입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한일관계를 고려해 올해는 추천하지 않으려 했다. 아베가 “역사 전쟁을 피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기시다의 결정은 뒤집혔다.
아베의 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4월 한일 정책협의단을 일본에 보냈을 때도 확인됐다. 협의단은 기시다뿐 아니라 전직인 아베를 만났다. 협의단은 아베와 면담 전 아베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을 만났다. 협의단은 “과거사 문제 해법을 한국만 내놓으라고 하는 건 잘못됐다”고 했다. 하기우다는 “한국이 자초한 일이니 한국이 해결하라”고 반박했다. 이게 아베의 정서다.
기시다는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싶지만 아베와 자민당 강경파의 눈치를 봐야 할 처지다. 자민당 중진 대부분이 아베 시대에 당선됐다. 기시다는 아직 당 장악이 힘들다. 총리로서 자기 색깔을 내기 힘들다. 일단은 아베의 계승자를 자처해야 한다.
“도베나이 하토하.”
그래서 일본 정계는 기시다를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도베나이’는 날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토하’는 비둘기파. 날지 못하는 온건파라는 뜻이다. 강경파 아베 세력에 발이 묶여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기시다의 처지를 보여준다.
‘한국이 과거사 문제 해법을 가져와야 한다. 그럼에도 일본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할 일이 있다.’ 이게 기시다의 속내라고 한일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전했다. 후자를 공식화하기엔 기시다의 정치적 입지가 아직 약하다.
기시다가 당장 한일관계 핵심 쟁점인 과거사 문제에서 양보할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이달 말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려도 마찬가지다. 과거사 문제에서 윤 대통령도, 기시다도 전격적인 해법을 내놓을 상황이 아니다.
다음 달 10일 참의원 선거 이후 3년간 일본은 선거가 없다.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을 차지할 경우 기시다는 아베 입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한국도 2024년 총선까지 2년간 선거가 없다.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이때를 한일관계 향방을 가를 중요한 시기로 본다.
당장 한일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현실성 없는 기대를 높이는 건 무책임하다. 과거사 문제에서 한일이 함께 해법을 찾기 전 윤 대통령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강제징용, 위안부 피해자들을 찾아 해법 동참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래야 피해자들의 지지를 업고 일본과 협상할 수 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거나 의지가 있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
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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