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같은 이준석 간담회 "자기정치? 한번 해보자..4선 이상들 개혁 발목 말라"

한기호 2022. 6. 1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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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취임 1년 기자간담회 "선거승리 위한 정치만 했다..내 선거 아닌데 내 책임"
"이루고 싶은 자기정치좀 하겠다"..혁신위 띄우며 "공천 시스템화에 성패 달려"
"청년 정치 담론 끝은 나였으면..유튜브로 저열해진 보수담론도 되돌려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간은 어떻게든 선거에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 안에 '자기정치'는 설 수가 없다"며 "저한테 '자기정치 한다' 말씀하는 분들 있는데 제대로 자기정치 한번 해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6·11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뒤 당 대표 임기(2년) 반환점을 돈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가운데 친윤(親윤석열)계 등 자신과 각을 세워온 중진 정치인들을 겨냥해 이같이 말했다. "1년 동안 괴롭혔으면 이제 그만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제가 흑화(黑化)하지 않도록 만들어 달라"고도 했다. 총 1시간 30여분 진행된 간담회는 약 1시간에 달하는 이 대표와 모두발언과 이후 취재진과의 9건 가량 문답, 마무리발언에 걸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방불케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년간에 대해 "당대표에 대해 국민과 당원들께서 부여하신 목표와 책임을 저는 달성을 잘 했다. 그리고 전당대회 때 저를 지지해주신 분들께 약속한 것들 (당 대변인단 인선을 위한) '토론배틀'(나는국대다 1·2기)에 PPAT(국민의힘 공직후보자 기초자격시험)에 대선 승리까지 다 했다"고 자평하며 "그럼 저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당원과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는 "당 대표가 된 뒤로 무수히 지적받으며 여기까지 왔다"면서 "그 지적은 보통 태도와 싸가지론(論)에 대한 것들"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선의인지 악의인지 모르지만 그 조언을 다 받아들이면 저는 (인조인간인) '프랑켄슈타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때론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달라'는 취지의 주장도 많이 듣는다. '메시지전(戰)'을 강하게 하란 주문과 '어느 누구도 화나게 하지 말라'는 주문도 동시에 받는다. 불가능에 도전하란 얘기"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자신의 '정치 스타일'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으로, 지난 대선 경선 국면부터 따라온 '자기정치' 비판론에도 반박했다. 이 대표는 "당장 이겨야 될 대선이 있고 지방선거가 있는 상황에선 제 스스로를 사릴 수가 없다"며 지역 유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선후보와의 설전(舌戰) 등 메시지전에 있어서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저 스스로 하고 싶지 않은 역할을 많이 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지금까지 저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치를 했다. 그리고 (대선과 지선은) 제 선거 아니었다"며 "'제가 책임이 있는 선거'지 제 선거가 아니지만 목숨 걸고 뛰었다"면서 "이제 자기정치 좀 하겠다. 제가 이루고 싶은 세상,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세상,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들,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당을 만들기 위해 제 의견을 더 많이 투영시키겠다. 그 과정은 당연히 민주적으로 진행될 것이지만 제 의견 색채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본인을 둘러싼 '성 상납과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해 당 윤리위원회가 오는 24일쯤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 일각에서 제기된 '조기 사퇴론' 등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그는 "공적인 목표를 수행하느라 대선과 지선을 이기는 과정 속 제 개인이 자기정치 측면에서 잃은 피해가 심하다. 이제 그런 피해는 따져 물을 것이고 당당하게 논쟁하고 옳은 방향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자신이 6·1 지방선거 승리 직후 띄운 혁신위원회 논쟁 관련 "공천제도를 다루는 것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말이 있는 것을 안다"며 "새누리당 몰락 과정 중에서 가장 큰 변곡점 중 하나는 2016년 총선을 앞둔 진박(진실한 친박)논란"이라면서 "(총선 승리에) 가장 중요한 지점은 여당 공천이다, 그걸 시스템화하는 것에 상당한 성패가 달렸다"고 주장했다. 최재형 혁신위원장과는 '문제의식 공유'만 했다면서 혁신안 마련까지는 "당 구성원이 모두 합의하고 총의를 모아 정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몰상식한 사람들'이 하는 얘기처럼 나중에 당 대표가 선임되면 그 사람이 공천 앞두고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절대 안 된다"며 "본인들 사고 틀에서 '저 자식이 당 공천 독점하려고 또 슬슬…', 뭐 눈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여기 그대로 적용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친이·친박이 서로 공천학살하던 경험에 젖어 있는, 우리 당 지금 4선(選) 의원 이상은 그 생각밖에 없다"며 "본인들만의 세계에서 만들어진 트라우마에서 바탕해 개혁을 발목잡는 것으로 사용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이 대표는 "(2011년말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에 합류한 뒤) 2012년부터 이어진 소위 '청년정치' 담론의 끝이 저였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이 정치권의 젊은 세대는 절대 배려의 대상도 돼선 안 되고 이젠 주체가 돼야 한다. 젊은세대에 대한 '할당'으로서가 아니라 그들이 보여준 능력 바탕으로 전혀 역차별 받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그 당시 청년 몫 비대위원으로 정치 시작한 건 맞을지 모르겠으나 그 당시부터 시작한 '청년 비례대표' 실험이라든지 수많은 실험들은 결국 그 젊은 주자들을 청년이란 바운더리(테두리) 안에 묶어놓고 그 역할을 축소시키는 데 많이 사용됐다. 왜 정치하는 청년들에게 '청년정치를 다루라'고 강제하나"라며 "젊은 사람들 중 능력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외교·국방, 경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그는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도 지금까지 보수 정권이 담대하게, 패기 있게 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것"이라고 했다. 호남 공략에 대해선 "지금까지의 소위 '서진(西進) 전략'보다 훨씬 더 강한 수준의 서진 전략이 7월경부터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민의당과 합당 후에도 통합 지도부 구성안을 의결하지 않은 이유론 "과거 우리 당에 대해 굉장히 부적절하고 이상한 언사를 했던 분이 추천 명단에 올라와 있다"며 안철수 의원 측에 명단 조정을 바란다고 했다.

그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등을 겨냥한 듯 "지금까지 우리가 당에서 만들어내지 못했던 담론들을 유튜버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내면서 보수 세력의 담론이 저열해졌던 것들을 다시 되돌릴 필요도 있다"며 "지금까지 민주당과 맞선다는 이유로 괴물이 돼버린 그들이, 이제 여당이 되고 나서 또 누군가를 적대시해서 슈퍼챗(후원)을 받아내기 위해서 만들어낸 이런 담론들 이런 것을 쫓아가서 저희가 망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1년간 당원이 20만명대에서 80만명대로 급증하고도 경기도지사 경선 등에서 이른바 '당심과 민심의 괴리' 시비가 거듭된 것에는 "이미 저를 보고 가입한 당원도 있겠지만 저를 탄핵하겠다고 서명하는 당원도 10만명 있는 것으로 안다. 그분들은 유튜브 많이 보시는 분들도 있겠다"며 추가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진석 전 국회부의장이 자신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통령실·정부 측과 협의 부족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유튜버'를 소환해 비판했다. 이 대표는 "그거 얘기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둘밖에 없다. 유튜브하고 정진석 부의장"이라며 "앞으로 우리 당 정치인들은 당원 무서운 걸 좀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 반면 자신이 당 대표 출마 선언과 멀지 않았던 지난해 3월 한 유튜브에 출연해 '대통령 만들 사람'으로 유승민 전 의원을 꼽으며 했던 발언으로 대선 경선 기간 '유승민계 논란'이 인 것에 대해선 "1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 보면 '이준석이 유승민계이기 때문에 유승민 대통령 만들 것'이라는 모욕적이면서도 일부 두서없는 인사들의 언행 때문에 당이 (대선) 경선 초기 얼마나 많은 혼란을 겪었나"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거듭 보수 담론 관련 "저희가 박근혜 정부 시절 결국 적(敵)을 무한히 만들어내다가 실패했다 종북이란 단어의 가치를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아무에게나 종북이라 하고 우린 그 초기 개혁을 할 수 있는 시기를 날렸다"며 "문재인 정부가 세상 절반을 적폐로 몰고 토착왜구로 몰면서 시간 허비하고 나서 민주당 재집권 실패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린 정말 민생에 맞는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내야 되는 것이고, 문재인 정부 5년간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했던 신수종 사업, 미래먹거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사명이 있다. 저는 이걸 당 차원에서 꾸준히 발굴하는 데 우리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김성진 전 아이카이스트 대표(수감중)로부터 2013년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과 최근 증거인멸교사 의혹 징계 심의 예정인 당 윤리위에 '공개 회의로 진행하자'고 요구한 것에 대해선 "(윤리위로부터) 공개 윤리위 답변을 들은 게 없다"며 "날짜도 (6월) 2일, 24일, 27일(순으로) 계속 늦춘다는데 저는 경찰조사든 윤리위든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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