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신인인 나를 믿어준 영화계, 믿음에 보담하는 연기자 되겠다" [인터뷰M]

김경희 입력 2022. 6. 12. 11:01 수정 2022. 6. 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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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대한민국 첫 남우주연상과 에큐메니컬상(Prize of the Ecumenical Jury)을 수상한 영화 '브로커'에서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버려뒀다가 다시 돌아온 엄마 '소영'을 연기한 이지은을 만났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이지은은 자신이 낳은 아기의 새 부모를 찾는 여정에 함께하게 되는 ‘소영’을 연기하며 짧은 편지 하나만을 남긴 채 아기를 베이비 박스에 두고 가지만, 다시 돌아와 아기를 잘 키워줄 적임자를 찾아주겠다는 ‘상현’과 ‘동수’와 함께 특별한 여정에 나선다.

가수와 배우를 넘나들며 늘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는 이지은은 "가수와 배우가 아주 다른 일 같지만 가끔은 비슷한 결의 일이기도 하다. 가수로 녹음을 할 때는 여러 테이크를 가고 제가 모니터링도 하고 모두가 모니터하고 의견을 조율하며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 부분이 연기자로의 작업과 비슷한 부분이다. 그래서 연기자의 일도 계속 매력을 느끼고 즐거워하는 것 같다. 혼자가 아닌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큰 매력을 느낀다"라는 말로 배우를 하는 게 왜 좋은지를 설명했다.

마음에 상처가 있지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을 연기한 이지은은 "저는 아주 많은 표현을 하는 연기보다는 절제하는 쪽의 연기가 더 결이 맞는 것 같다. '나의 아저씨'도 그렇고 '브로커'도 그렇고 감독님이 제 연기의 좋은 부분을 잘 골라서 써주셨다. 저 역시도 두 감독님과 결이 잘 맞는 것 같다. 평소에도 저는 저를 많이 드러내기보다는 한번 속으로 생각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이런 캐릭터의 표현이 더 편했던 것 같다"라며 자신과 찰떡이었던 캐릭터의 비결을 밝혔다.

이지은은 "처음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저를 '나의 아저씨'를 보시고 캐스팅하셨다고 하셔서 '지안'에서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은 가져오려고 했었다. 그런데 '지안'과 '소영'은 너무 극명하게 다른 인물이어서 제가 안 보여드렸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는 계산도 있었다. '지안'은 표현을 거의 하지 않고 '소영'은 참지 못하는 인물이다. 많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직설적으로 바로 표현하고 뭔가 느꼈을 때 바로 드러내려고 했다"라며 기본적인 캐릭터 설정값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다는 이지은은 "스스로 연민하는 장면도 많지 않은데 어두운 과거에 대해 힘들었다거나 어두웠다고 노골적으로 하는 건 없어서 어려운 인물이었다. 하지만 감독님이 따로 소영이가 살아온 과정을 속 시원하게 이야기한다는 전제하에서 한 인터뷰 지를 주시더라. 대본보다는 그걸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라며 고레에다 감독이 배우들의 연기를 위해 캐릭터의 입체적인 면모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했음을 이야기했다.

이지은은 '브로커'에서 제멋대로 기른 채 거칠게 염색, 히피스러운 의상의 캐릭터를 선보였다. "대부분 의상, 분장팀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이때가 '라일락' 앨범 활동을 끝내자마자였는데 그때 운 좋게도 머리 기장도 길었던 때고 염색도 많이 해서 헤어스타일이 아주 지저분한 때였다. 자를까도 생각했는데 이걸 다 살려서 푸석하게 '소영'이의 스타일로 만들었다"라며 직접 의견을 제시했던 부분을 밝혔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모든 장면이 부담의 연속이었다는 이지은은 "특히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태어나줘서 고마워" 장면이 가장 고민이 많았다. 현장이 굉장히 조용했고 저도 송강호에게도 상동원에게도 중요한 장면이 이어서 NG를 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또 불이 꺼진 상태로 목소리로만 전달되어야 하는데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다양한 목소리 버전을 준비했는데 첫 테이크에서 오케이가 나서 나머지 시도는 해보지 못했다"라며 비하인드를 밝혔다.

또 대본을 읽고 눈물이 고였던 두 장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관람차에서의 장면과 호텔에서의 메시지 장면이 그랬다. 이 시나리오가 사실 초고부터 탈고까지 굉장히 여러 버전이 있었는데 그 버전들을 지켜보면서 나중에는 관람차에서 내가 많이 울거나 슬퍼하면 소영이의 자기 연민으로 비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영이 물론 슬픈 마음이겠지만 동수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라 단호한 부분도 있어야 한다 생각되었다. 동수는 소영이를 용서하고 이해하지만 소영이는 스스로 계속 가져가야 할 죄책감이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내가 잘못한 걸 버려진 니가 이해해 줄 필요는 없다. 나를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아라'라고 엄마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다."라며 해당 장면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밝혔다.

그 장면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디렉팅을 세세하게 하지 않았다고 하며 "배우들의 의견을 많이 믿고 따라주셨다. 크게 디렉팅 안 하고 제 흐름을 많이 믿어주셨다"라며 고레에다 감독의 디렉팅 스타일을 이야기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이지은이 연기하기 힘들었던 장면 중 최고는 오프닝 시퀀스였다고 한다. "첫 장면을 첫 촬영으로 했고 밤새 비를 맞고 정말 많은 비를 맞았다. 촬영이 하루 만에 끝나지 않았고 정말 정말 추웠다. 신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의외로 너무 멋지게 잘 나와서 만족스럽더라. 현장의 모두가 진짜 고생을 많이 하고 찍었던 1순위였다. 고레에다 감독이 정말 즐거운 추억을 많이 남겨주셨는데 왜 이 장면을 언급 안 해주셨는지 의문스럽다"라며 유쾌하게 너스레를 떨었다.

또 어려웠던 장면은 관람차에서의 장면이라고. "관람차가 너무 좁아서 다른 스태프도 못 가고 저와 강동원 선배, 아기 '우성'이 그리고 촬영감독님 4명만 그 안에 들어갔다. 해가 질 무렵에 촬영해야 했고 관람차의 시간도 있어서 한번 돌고 나면 해가 지는 바람에 하루에 각 1테이크씩 밖에 못 갔다. NG도 내면 안되는 상황이었고 그 한 번을 잘 못하면 너무 심적으로 부담이 많았다. 대사량도 길고 호흡도 잘 맞아야 하고 내가 실수하면 이 많은 인원이 여기 또 와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너무 컸다"라며 큰 스케일의 상업영화였기에 가질 수밖에 없었던 떨칠 수 없는 부담감이 있었음을 밝혔다.

이지은은 시나리오에 있던 일본식 욕 때문에 감독에게 제안해 한국식 욕으로 바꾸고 실감 나는 시원시원한 욕 장면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언론시사 이후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 있었다. 그는 "정확하게 일본식 욕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대충 '당신!' 이런 느낌이었다. 한국에서는 화가 났을 때 '당신이 이랬잖아 저랬잖아 어떻게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어? 바보 같은!'이라는 말을 안 하지 않나. 한국에서는 훨씬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또 '당신'이라는 말은 나이대가 있는 사람들이 하는 표현 같아서 좀 더 직설적이고 어린 친구들이 할만한 욕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씀드렸었다"라며 대본이 어땠었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러며 "욕을 많이 고민했고 엄마, 아빠 앞에서도 욕 연기를 하면서 '어때? 어색한 거 있으면 이야기해 줘'라고 조언을 구했다. 매니저 앞에서도 연습을 했는데 '어떤 거 같아? 진짜 욕 같아?'라고 하니 매니저들은 진짜 같다며 '씨'를 거기 넣지 말고 다른 데 넣어보라는 구체적인 피드백도 해줬다"라며 욕설 연기 장면의 재미있는 비하인드를 밝혔다.

영화 속에서 이지은은 "아이가 살아 있은데 낙태를 하는 것과 낳고 난 뒤 버리는 것 중 뭐가 더 나쁘냐"라는 질문을 배두나에게 한다. 이 대사에 대해 이지은은 고레에다 감독에게 영화의 메시지인지 아니면 캐릭터의 신념인지를 물어봤다고 한다. 그는 "캐릭터의 가치관이라고 한다면 제가 연기를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만약 영화의 주제가 제가 인간으로 생각하는 신념과 너무 다른 지점에 있다면 영화에 참여하는 데 고민이 많아질 것 같더라. 그래서 감독님께 여쭤봤다."라며 작품의 메시지와 개인의 철학은 결이 같아야 출연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러며 "감독님께서는 극중 두 인물이 각자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립하는 것이고, 그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더라도 인간이기 때문에 유대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설명을 저에게 상세하게 해 주셨다."라며 감독의 답변을 듣고 캐릭터의 연기를 해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욕심 많은 사람이다. 일 욕심이 타고난 것 같고 일복도 타고나서 계속 일해야 하는 사람이다. 개인으로는 노력하는 사람이고 머쓱함이 많은 사람이다"라며 자신을 정의한 이지은은 "이 영화는 제 첫 번째 데뷔 영화이자 상업영화라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작품이다. 첫 작품인데 너무 큰 역할을 맡았고 그건 누군가가 나를 믿어줬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영화로서 보여준 게 아무것도 없는 신인데 감독님 포함 다른 배우들, 스태프까지 모두가 믿어줬다는 것에 대한 감동이 크게 남을 것 같다. 그 믿음에 보답하는 연기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오래오래 저를 채찍질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라며 '브로커'가 가지는 의미를 밝혔다.

힘 있는 스토리텔링과 섬세한 연출로 전 세계를 사로잡아 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자 세대를 뛰어넘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의 만남, 깊이 있는 메시지와 여운으로 화제를 모으는 영화 '브로커'는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EDA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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