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 "성별·세대 편 가르기 심한 세상..손잡고 함께 가요"

이태수 2022. 6.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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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로 깜짝 변신..뮤비에 주한뉴질랜드 대사 동성 부부 출연
"내면이 선진화돼야 선진국"..외식 사업 재진출도 추진
가수로 변신한 방송인 홍석천 [홍석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요즘 세대나 성별에 따른 편 가르기가 심하잖아요? 하지만 다 이웃이고 가족이자 친구들인걸요. 다 같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노래를 불렀어요."

TV 드라마나 예능에 출연해 온 방송인 홍석천이 지난 9일 마이크를 잡고 '톱 G'라는 가수로 깜짝 변신했다.

디스코를 재해석한 신곡 'K 톱 스타'(K TOP STAR)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겨워한 대중을 그만의 신나는 방식으로 위로하는 노래다.

홍석천은 12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성적 정체성에 따른 차별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일로 힘들어하고 지친 분들에게 '손잡고 함께 가자'는 메시지를 즐겁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발매 취지를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나니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예인이자 사업가로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고, 더 늦기 전에 도전해보자고 결심했다"고 가수 변신 계기를 전했다.

홍석천은 몇 해 전 패혈증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긴 뒤 애착을 갖고 운영하던 식당들을 하나둘 접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한파가 닥치자 마지막 남은 식당 두 곳마저 문을 닫고 자기 자신과 가족·지인에게 시선을 돌렸다고 했다.

그러던 중 때마침 홍석천만의 독특함·유쾌함을 NFT(대체불가토큰)로 내놓자는 제안이 들어와 관련 프로젝트의 하나로 노래까지 발표하게 됐다.

홍석천은 신곡에서 '모두가 너를 비난해도 / 걱정 마 일어설 수 있어 / 서로가 다를 수 있어도 / 모두 일어나 함께 춤추자'라며 다름을 넘어 화합을 노래했다.

그는 "소수라는 이유로 차별당한 분들이 저 말고도 너무 많다"며 "그들이 다시 에너지와 열정을 낼 수 있도록 메시지를 표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곡 뮤직비디오에는 동성 부부인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와 배우자 이케다 히로시가 출연해 눈길을 끈다. 동성 부부라는 것보다 일국의 대사가 다른 나라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에서 춤을 췄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석천은 "터너 대사와 식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뉴질랜드·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며 같은 듯 다른 상황을 이야기했다"며 "'사회 (변화의) 속도감'이라는 것이 나라마다 너무 달라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같이 하면 의미가 클 것 같다'고 말했더니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다"며 "춤을 못 추신다길래 '클럽이라고 생각하고 춥시다'라고 설득해서 같이 촬영했다"고 말하고서 웃었다.

"차별받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성적 소수자와 관련된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만든다는 점에서 저를 '리스펙트'(respect) 하신 것 같았어요. 두 분 다 그게 얼마나 힘든 싸움인지 아시니까요. '우리가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지요."

홍석천(TOP G) 신곡 'K 톱 스타' 커버 이미지 [홍석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홍석천은 지난달에는 미국 '세컨드 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와 광장시장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엠호프 변호사는 '살면서 내가 누구인지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걸 지켜줘서 리스펙트한다'고 하셨다"며 "입장이 어떻든 내가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삶의 방향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995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한 그는 지난 27년간 드라마, 예능,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활약했다. 특히 1990년대 '남자 셋 여자 셋'에서 보여준 비중 있는 코믹 연기는 20년 넘는 세월이 흘렀어도 많은 시청자의 뇌리에 남아 있다.

그렇지만 2000년 커밍아웃 이후 사람들은 그에게 한없이 가벼운 캐릭터 혹은 지나치게 무거운 담론만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아쉬움은 없을지 궁금했다.

홍석천은 "정통 연기를 배우고 해왔기 때문에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아쉽다"면서도 "이제는 그러한 욕심을 버렸다. 살아 있는 동안 이거(가벼운 캐릭터 연기) 하나라도 잘했다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저처럼 자연스럽게 '홍석천 표' 연기를 하는 친구가 아직은 없어 보여서 색깔을 잃고 싶지는 않다"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열정과 자세 그 자체가 내게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옛날에는 (남들과는 다른 성적 정체성을) 밝히는 것 자체가 금기시됐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시간이 흐르면 다 받아주는 분위기가 된 것 같아요. 제가 목표로 했던 그림에 근접해 있는 것 같습니다. 살아 있을 때 동성혼 합법화까지는 바라지 않아요. 그래도 사회적으로 다양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는 "젠더리스(Genderless) 그리고 에이지리스(Ageless)"라고 자신을 정의하며 "남녀 상관없이 소통할 수 있고, 쉰이 넘은 나이에도 20대 애들과 마음껏 놀 수 있다. 소통의 브리지(다리)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이제는 우리가 선진국이 됐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경제력과 군사력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인식이 선진화돼야 선진국"이라며 "다양성을 솔직하게 토론하고 발전시키는 문화가 뿌리내려 저 같은 사람들의 정체성도 논하는 열린 사회로 가야 선진국"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앞서 한때 세간에 돌던 '용산구청장 출마설'도 슬쩍 물어봤다.

홍석천은 "라이프스타일이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어디 갇혀서 일하는 것을 견디지 못해서 공무원은 못 할 것 같다"며 "대신 이태원 상권과 밤의 분위기는 잘 아는 만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되는 '밤 시장'(Night Mayor) 플랫폼을 만드는 건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때 이태원 상권의 '잘나가는' 요식사업가였던 그는 올해 식당을 다시 열 계획도 있다고 귀띔했다. 단순한 외식 사업을 넘어 식당 운영의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콘텐츠에 관심이 있단다.

"제가 사실 1등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거든요. 지금껏 살아남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 다시 식당을 한다면 외식 분야에서도 1등을 하고 싶어요. 하하."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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