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 도전 막아라".. 차세대 비밀 전투기 만드는 미국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2. 6.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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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보잉이 공개한 미국 차세대 전투기(NGAD) 상상도. 보잉 제공
중국·러시아의 도전을 물리치려는 미국의 기술 개발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J-20, SU-57 스텔스 전투기를 배치하고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추진하자, F-22를 뛰어넘는 전투기를 만드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 등에 따르면, 프랭크 캔달 미 공군 장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현지 행사에서 “차세대 전투기(NGAD)를 만들기 위한 엔지니어링, 제조 및 개발 프로그램이 시작됐다”며 “새로운 무기와 센서, 드론이 탑재될 것이며, 2020년 말까지 관련 능력을 갖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추진중인 NGAD는 프로토타입이 비행시험을 실시했으며, 기존과는 다른 제작 및 운용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라는 것 정도만 알려졌을 뿐, 세부사항은 비밀로 남아있다.

다만 스텔스 전투기와 첨단 정보융합 기술 등의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유럽과 중국·러시아의 6세대 전투기보다 우수한 성능을 지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문만 무성하나 위력은 누구나 인정

미국의 NGAD 프로그램은 군사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사업이다. 

하지만 실체를 확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 의회가 청문회와 예산심사를 매년 진행하지만, NGAD에 대해선 참여 업체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미 공군이 지난 3월 NGAD 개발을 위해 17억 달러(약 2조1343억 원)이 배정된 2023 회계연도 예산을 제출하면서 일부 정보가 드러났다.
미 공군이 지난 3월 의회에 제출한 2023 회계연도 예산보고서에 있던 NGAD 상상도. 미 공군 보고서 캡쳐
미 공군은 예산 보고서에서 NGAD에 대해 “디지털 엔지니어링과 신속하고 유연한 소프트웨어 및 개방형 아키텍처 개발을 적용, 가장 까다로운 환경에서도 공중우세를 가능하게 한다. 더 짧은 기술 개발 주기를 실행하면서 운영 실험을 통해 기술을 성숙시키고 위험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막대한 수명 주기 비용을 피하고자 비전통적인 획득 방식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미군 관계자들은 NGAD가 전통적인 전투기가 아닌 새로운 개념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F-22, F-35를 뛰어넘는 6세대 전투기는 미국 외에도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이 개발을 추진중이다. 인공지능(AI), 유·무인기 복합운용, 극초음속 엔진, 360도 공격이 가능한 레이저,  스텔스 성능, 고용량 네트워크 기능, 전자전기에 맞먹는 전파 방해 등의 개념이 적용된다.

미국의 NGAD는 6세대 전투기의 특성에 혁신적 개념이 추가된다.

F-22, F-35는 스텔스 성능을 지니고 있지만, 획득 및 운영 방식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랜 기간 개발 작업을 거쳐 30년 이상 운영한 뒤 퇴역하는 방식이다. 전장 환경 등의 변화가 있으면, 성능개량 소요를 제기해 정책 검토를 거쳐 성능을 높인다. 
미국의 XQ-58A 발키리 무인전투기가 비행시험 도중 정밀유도무기를 투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같은 방식은 기술 발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던 냉전 시절에는 가능했지만,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 디지털 기술이 주류인 현재 상황에선 효율성이 낮다. 

기술 환경 변화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면, 일선에 새로 배치되는 신형 전투기는 전력화 초기 단계에서부터 경쟁 기종보다 기술 수준이 뒤쳐진다. 전력화단계에서 성능개량을 고려하는 대안이 있으나, 비용이 대폭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미 공군은 NGAD를 추진하면서 개발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 획득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운영기간도 기존보다 짧아질 전망이다.

자동차도 오랜 기간 사용하면 정비비가 늘어나듯, 전투기도 노후화하면 운영유지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30여년에 걸친 수명주기는 전자장비 관리에 따른 운영유지비 규모를 폭증하게 만든다. 성능개량도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하면 중국이나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제공권 유지가 쉽지 않다.

NGAD는 운영기간이 기존 전투기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단기간 내 개발해 저렴한 가격으로 도입하고, 짧게 운영한 뒤 성능이 향상된 기종으로 빠르게 대체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엔지니어링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대폭 반영, 개발 기간 단축 및 운영유지 효율성을 극대화하게 된다.
미 공군 F-22 스텔스 전투기가 활주로에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는 NGAD가 단순한 6세대 전투기가 아닌, 공중전과 무기 획득 개념을 바꾸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조기 실전배치는 미지수…기존 전력 보강 움직임

NGAD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대량생산이 이뤄져 2030년대 이후 세계의 하늘을 장악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지만, B-2 폭격기처럼 극소량만 제작돼 상징적인 역할만 맡을 가능성도 있다.

변수는 비용이다. 현재 180여대가 운용중인 F-22는 조만간 퇴역하고, NGAD가 대체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 공군이 얼마나 많은 수량을 구매할 것인지는 공개된 바 없다.

도입비용은 구매 수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F-22 실전배치 규모가 180여대에 그친 것도 대당 가격이 1억4300만 달러(18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비쌌기 때문이다.

NGAD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미 의회예산국(CBO)이 2018년에 추산한 대당 가격은 3억 달러(3768억 원). F-35A에 비해 3배 이상 높고, F-22보다도 2배 넘게 비싼 가격이다.

미국은 스텔스기를 개발·생산하면서 비용상승→생산량 축소→비용 재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여러 차례 겪었다.
미 공군 차세대 스텔스폭격기 B-21과 NGAD 편대가 비행중인 모습을 그린 상상도. 미 공군 제공
B-2 스텔스 폭격기와 F-22는 이같은 악순환에 빠져 당초 계획보다 훨씬 적은 수량만 생산됐다. F-35도 초기에는 비용 초과 문제로 미 의회에서 논란을 빚었다.

NGAD는 스텔스 성능에 각종 첨단 기술이 대거 투입되는 기종이다. 전자장비 비중이 증가하면서 무기 도입 및 운영유지비가 상승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F-35A의 3배가 넘는 추정가격이 제시되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미 의회가 예산을 삭감하면 도입 수량이 줄어들고, 이는 대당 가격을 다시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NGAD가 F-22의 전례를 반복할 위험도 있다.

반면 기술적 리스크를 통제하면서 가격 상승을 억제한다면, 제공권 장악에 충분한 규모의 기체가 생산될 수도 있다.

한편 미 공군은 F-35A의 무장을 강화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항공작전에서 F-35A의 비중을 더욱 늘리면서 성능을 높이려는 조치다.

미 공군은 최근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먼, L3 해리스 테크놀로지와 SIAW(Stand-in Attack Weapon)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SIAW는 F-35A 내부 무장창에 탑재된다. F-35A가 적 영공에 진입해 표적에 근접하면 SIWA를 쏘는 방식이다. 적이 요격에 나서기 전에 빠른 속도로 표적을 타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비행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현재 개발중인 차세대 공대공미사일 AIM-260까지 실전배치되면, F-35A의 공격력은 기존보다 훨씬 높아진다.

미국의 NGAD 프로그램은 F-22, F-35와 달리 세부 사항이 베일에 싸여 있다. 그만큼 중국, 러시아, 일본, 영국 등이 개발하는 6세대 전투기를 뛰어넘는 위력을 갖출 것이라는 관측도 높다. 지금까지 개발된 스텔스기들은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투기를 만든다”는 미국의 선언을 신뢰하게 하는 요인이다.

4세대인 KF-21 전투기 시험비행을 앞둔 한국은 주변국들보다 한 걸음 뒤진 상황에서 공군력 경쟁을 벌여야 할 처지다. 

한국이 6세대 전투기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시점은 KF-21 실전배치가 끝나는 2030년대 중반 이후다. 그때까지 KF-21 성능개량으로 위력을 최대한 높여도 한계는 명확하다. 6세대 전투기 관련 기술 개발과 개념 연구 등을 진행해 중장기적으로 6세대 전투기 획득 기간을 단축 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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