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상에 오른 햄버거 매물..막 오른 눈치게임

김성훈 2022. 6. 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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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M&A]
햄버거 프랜차이즈 일제히 매물로
우르르 매물..단두대 매치 불가피
옥석가리기에 눈치싸움도 본격화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흥미로운 상황이 펼쳐졌다. 국내 햄버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버거킹과 맥도날드, KFC 등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우르르 새 주인을 맞을 채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시장에 나온 M&A 매물 인수를 위해 복수의 원매자들이 격돌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동종업계 매물이 한꺼번에 M&A 시장에 나온 경우는 드문 사례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저마다 강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비교 우위에 있는 매물만 살아남는 ‘단두대 매치’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맥도날드 미국 본사는 최근 미래에셋증권(006800)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한국 맥도날드 매각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사진=한국 맥도날드)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맥도날드 미국 본사는 최근 미래에셋증권(006800)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한국 맥도날드 매각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현재 한국 맥도날드는 미국 본사에서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한국 맥도날드의 매각 작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미국 맥도날드 본사가 한국 법인 매각을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 매일유업과 글로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 컨소시엄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끝내 매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M&A 시장에서 버거킹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PEF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는 한국과 일본의 버거 사업권을 매각을 위해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KFC가 새 주인 물색에 나섰으며 최근 상장폐지 절차를 마친 맘스터치도 이르면 연내 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햄버거 시장 주요 6대 브랜드 가운데 롯데리아와 노브랜드 버거를 제한 나머지 4개 프랜차이즈가 새 주인을 맞을 채비에 나선 것이다. 이미 판이 깔린 이상 경쟁 매물보다 우위를 보여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각 업체가 어필 할 수 있는 ‘셀링포인트’는 어떤 것이 있을까.

몸값 1조원으로 거론되는 버거킹은 안정적인 매장과 실적이 돋보인다. 버거킹은 지난해 기준 국내 440곳의 매장을 보유하며 맥도날드(404개)를 제치고 롯데리아, 맘스터치에 이어 국내 매장 수 3위에 올라 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8% 늘어난 678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1억원에서 248억원으로 3배 넘게 뛰었다. 견조한 실적을 증명한 상황에서 국내는 물론 일본 버거킹 법인까지 패키지로 인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다만 버거킹의 성장세가 더 늘어날 여지가 있느냐에 대해 시장에서는 의문 부호를 거두지 않고 있다. 매장을 늘리며 실적까지 올렸던 매각 측 전략이 반대로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동시에 부각하고 있다. 시장에서 점치는 1조원이라는 가격대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맥도날드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라는 강점이 있다. 소비자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벌이는 B2C 사업 특성상 브랜드 인지도에 대한 강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한국 맥도날드는 여타 프랜차이즈 매물과는 다른 프리미엄을 보유하고 있다.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매출 8679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보였다. 2020년 매출(7910억원)과 비교해도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시장 1위 사업자 지위를 유지했다.

아킬레스건은 실속 지표로 꼽히는 영업이익과 매각가격이다. 매출이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는 것과 별개로 한국 맥도날드의 영업이익은 2019년 440억원, 2020년 484억원, 지난해 27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지만, 이윤이 남는 장사는 수년째 못한 셈이다.

매각가가 어느 범주에 형성될지도 관건이다. 2016년 매각 당시 업계가 추정했던 한국 맥도날드 인수가는 6000억원 안팎이었다. 물가 상승과 경영권 인수 프리미엄,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근거로 이보다 높은 가격대를 원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욱이 가격 등의 견해차로 한번 매각이 결렬된 점을 떠올린다면 ‘헐값에 팔지 않겠다’는 미국 본사 측 의지도 변수로 꼽힌다.

KFC와 맘스터치도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특히 하반기 M&A 시장에 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맘스터치는 매장 수(1352개) 기준으로 롯데리아(1330개)를 넘어선 1위 업체다. 실적 면에서도 2020년 영업익 283억원에서 지난해 385억원으로 비약적 성과를 거뒀다. 버거킹이나 한국 맥도날드와 달리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 요소다. 2019년 말 지분 56.8%를 인수한 PEF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의 전략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꺼번에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M&A 시장에 나온 이유를 두고도 말들이 무성하다.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자 추세와 포화상태를 의심받는 프랜차이즈 매장 수,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급증한 점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가 고려 요소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같은 기간 새 주인 찾기에 나선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물들의 성패가 엇갈릴 것이란 점이다. 상대적 우위를 보이는 매물과 그렇지 않은 매물의 온도 차가 확실해질 것이란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인수로 사세를 키우려는 원매자들의 존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동종업계 매물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온 상황을 고려하면 (원매자 입장에서) 매물별 관심에 차이가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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