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자','약속은 지킨다','소탈','탈권위','직진남'
'자유' 강조한 취임사부터 5.18, 출근길 소통, 소탈, 강단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 여러분"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국민 여러분의 것"
"대통령 다녀가고 장사가 잘 된다"
▶ 글 싣는 순서 |
①尹취임 한 달…'경제우선' 행보, '검찰편중' 인사 ②보수색 짙어진 '외교·안보'의 빛과 그림자 ③'자유주의자','약속은 지킨다','소탈','탈권위','직진남' (계속) |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 여러분",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다",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으로써 과학 기술의 진보와 혁신을 이뤄낸 많은 나라와 협력하고 연대해야만 한다"
"평화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자유와 번영을 꽃피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일성은 단연 '자유'였다. 16분동안의 짧은 취임사에서 '자유'는 35번이나 등장했다. "자유로운 권리", "자유로운 시장", "자유와 인권", "자유와 번영", 그의 취임사는 자유의 향연이라 할 만큼 자유에 꽂혔다. 이는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에게서 서울대 법대 입학 기념으로 프리드먼 책을 선물 받았고 이를 근간으로 자신의 세계관이 형성됐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측근은 "'자유'에 대한 오래된 소신을 본인의 언어로 쉽게 풀어낸 미래지향적 취임사였다"며 "특히 대한민국 국민에서 세계 시민으로 나아간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자유의 반대 개념으로는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 등을 지목하면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반지성주의"라고 했다. 그는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 당시 극심했던 진영논리를 반지성주의로 규정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파격 발탁돼 검찰총장에 올랐지만 최측근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수사를 지휘하다가 총장 직무정지까지 당하는 등 정권과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의 거센 공격을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다른 측근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수사가 편향된 진영 논리로 공격받으면서 반지성주의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원래 뼛속까지 '자유주의자'였다. 본인의 자유에 대한 오랜 생각을 통치이념으로 담아낸 듯 하다"고 전했다.
'약속은 지킨다'…청와대 개방, 용산 시대 직진, 여당 이끌고 5.18 광주행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갑자기 튀어나온 청와대 이전은 안팎으로 논란이 됐다. 누가 봐도 두 달 안에 대통령실 청사 이전은 불가능해 보였다. 윤 대통령이 직접 지휘봉을 들고 브리핑까지 했지만 여론은 악화됐다. 안보 논란에 비용 문제, 경호 불안 등 우려만 커졌고 어느 하나도 우호적인 곳이 없었다. 여권에서조차 이 중요한 시기에 왜 쓸데없는 논란거리를 만드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 0.73%의 승리일 뿐인데 지지율 떨어지는 소리만 들린다는 내부 불만도 높았다. 측근들조차 뜯어말렸지만 윤 대통령은 "지금 청와대에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며 "천막이라도 치겠다"며 용산 이전을 밀어붙였다.
결국 취임 당일부터 용산 시대를 열었고 구중 궁궐 '청와대'는 국민의 품으로 돌아갔다. 지난달 22일에는 청와대 본관 정원 앞 야외무대에서 열린 '열린음악회'에 참석해 "청와대 공간은 아주 잘 조성된 아주 멋진 공원이고 문화재다"라며 "무엇보다 (청와대는) 국민 여러분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제가 좋아하는 이 열린음악회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청와대 본관 앞에서 이렇게 함께 보게 된 것이 너무 기쁘고 정말 행복하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의 얼굴을 어느 때보다도 밝았고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참모진과 장관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원과 함께 취임 8일 만에 광주를 찾아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보수정권 최초이자 유례없는 대규모 참석이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낸 5·18 정신을 헌법 정신으로 규정,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기념사 말미에 준비된 원고에 없던 문장도 직접 넣었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정의, 그리고 진실을 사랑하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이다"라 말하며 기념사를 마무리했다. 대선 때 81.5%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던 광주의 투표율은 6.10 지방선거에서는 37.7%로 전국 최저치이자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맛집 탐방…'소탈', '탈권위'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부근의 한 빵집을 찾았다. 얼마 전 윤 대통령이 들러 화제가 된 곳이다. 윤 대통령이 사간 빵에 '대통령's pick'를 붙였고, 한정판매로 소보로 yoon(윤) 기프트세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빵집 직원은 "대통령이 다녀가시고 화제가 돼 장사가 잘 된다"고 웃어보였다. 지난 7일에는 윤 대통령이 종로의 피자집에 출몰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최상목 경제수석의 생일을 맞아 양복입은 5,60대 아재들끼리 피자집을 찾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 종로를 지나던 시민들은 윤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시민들과 사진 찍는 것에 익숙하다. 국가정보원 댓글수사 외압 폭로로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당시에도 그를 환영한 대구시민들의 부탁에 백화점에서, 길거리에서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출근길 소통' 12회…기자들과 소통 즐겨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는 매일 대통령과 기자들이 만난다.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있는 날을 빼고는 기자들과 만나는 '출근길 소통'을 한다. 주로 몇가지 질문에 짧은 답변을 하지만 요며칠 꽤 길게 얘기하면서 기자들 사이에서는 '방언이 터졌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대통령이 직접 현안에 대한 답변을 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기자들은 바쁘다. 너무 짧은 답변은 나중에 대변인에게 추가 질문해 답변의 의도를 파악하기도 한다.
취임 후 사흘 만에는 직접 기자실을 찾았다. 한 기자가 "(인수위 시절) 김치찌개를 해주신다고 하셨다"고 하자 "주방이 아직 안됐다. 식당이 되면 양을 좀 많이 끓일게요"라고 재차 약속했다. 윤 대통령의 측근은 "기자들을 만난다는 것은 국민들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참 좋아한다"며 "앞으로도 자주 들를 거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기자들과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민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와대 개방 등은 대통령이 약속을 지킨다는 시그널을 준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서도 "검찰 편중 인사는 결과가 좋으면야 좋겠지만 좋지 않으면 국민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돼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가기 때문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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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곽인숙 기자 cinspa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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