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상위 5%' 퇴직연금 고수들, 뭘 담았는지 공개합니다 [WEALTH]

김정범 2022. 6. 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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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證 개인형 퇴직연금 '수익률 상위 5% 투자자' 분석
'1년 수익률 7%.'

국내외 주요 증시가 최근 1년 동안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음에도 '연금 투자 고수'들은 예상외로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들은 연금계좌로 7%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는 동시에 절세 혜택까지 받으면서 탄탄하게 노후를 준비하고 있었다.

매일경제가 미래에셋증권에 의뢰해 지난해 6월 초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최근 1년간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 수익률 상위 5% 고객 약 6400명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7.15% 수익률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새 국내외 증시가 부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무려 17%가량 하락했다. 또한 이 기간 미국 나스닥100지수는 7%, S&P500지수는 2%가량 떨어졌다. 개인형 퇴직연금은 노후 준비와 절세 혜택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계좌다. 최대 700만원까지 불입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가입자 소득에 따라 세액공제율은 최대 16.5%가 적용된다.

연금 투자 고수들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니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비중이 약 28%로 투자 자산군 가운데 가장 높았다.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주식처럼 편하게 매매할 수 있으며 매일 어떤 종목을 펀드에 담고 있는지 확인이 가능해 편의성이 높은 게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 물가 상승 위험을 방어할 수 있는 자산으로 각광받고 있는 리츠(부동산투자회사) 투자 비중도 23%에 이르렀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적당한 기회를 엿보면서 유보해놓은 금액도 컸다. 예금(15%), 현금성 자산(14%) 비중 모두 10%가 넘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일반 공모펀드 투자 비중은 15% 수준이었다.

연금 투자자들이 선택한 ETF를 살펴보면 최근 미국 증시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관련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은 여전히 주축으로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ETF 비중은 최근 다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신 국내 2차전지, 중국 전기차, 리츠, 미국달러단기채, 미국 반도체, 코스피200 등 각종 지수형과 테마형 상품에 분산투자하고 있었다. 상위 보유 ETF 10종 가운데 4종은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이었고, 나머지는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20·30대 연금 고수들의 ETF 투자 비중이 높은 것도 눈에 띈다. 가령 IRP 수익률 상위 5%에 속한 30대 남성 투자자들의 경우 ETF 투자 비중이 48%에 이르렀다. 투자 비중이 20~30% 수준인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연금 투자 고수들이 5월 말 기준 ETF 가운데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상품은 S&P500지수를 추종하는 타이거(TIGER) 미국S&P500 ETF였다. 전체 보유 ETF 가운데 해당 상품 비중이 약 11%를 차지했다. 해당 ETF는 1년 새 10%가량 상승했다. 이 기간 S&P500지수가 2% 하락했음에도 ETF가 플러스 수익률을 거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많이 오르면서 지수 하락폭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라며 "환오픈 상품의 경우 투자자가 달러로 환전을 하지 않고 원화로 투자하기 때문에 이 같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TIGER 2차전지테마 ETF는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 가운데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상품이었다. ETF는 1년 새 23%가량 상승했다. 올해 초부터 5월 말까지 국내 증시 하락으로 ETF 역시 7%가량 떨어졌지만 연금 상위 수익 고객들은 매도하지 않고 여전히 상당액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위 투자 종목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 ETF는 1년 새 80%가량 상승해 눈길을 끈다. 미국의 원유·가스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몸값이 크게 뛰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이익 상승이 예상되는 미국 원유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유가 상승 흐름에 대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미국달러단기채권액티브 ETF 역시 상위 투자 10위 안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끈다. 달러단기채로 자산을 구성해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 위험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 것이다.

반면 연금 투자 고수들은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비중을 낮췄다. 여전히 상위 투자 종목으로 무게를 실어두고 있기는 하지만 투자 종목 상위 3위에 그쳤다. 2021년 한 해 동안 IRP 계좌 상위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자들은 나스닥 ETF에 대한 투자 비중이 가장 높았다. 나스닥100지수 역시 28% 이상 상승하며 높은 수익률을 받쳐줬다. 하지만 올해 들어 나스닥지수가 힘을 받지 못하면서 연금 투자자들도 투자 비중을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연금 고수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눈에 띄는 것은 리츠 투자 비중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리츠는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고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 수익과 시세 차익을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다. 상위 5%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상장 리츠 중 맥쿼리인프라, 제이알글로벌리츠, 롯데리츠, 코람코에너지리츠 순으로 보유 비중이 높았다. 맥쿼리인프라의 경우 지난해 6월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주가가 13%가량 상승했다. 변동성이 작고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지급하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물가 상승기 위험 회피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높은 배당수익률도 리츠 투자의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이 코스피 상장 7개 리츠의 연 배당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롯데리츠(5.2%), 디앤디플랫폼리츠(5.2%), 신한알파리츠(5.1%), 이지스리츠(4.8%), NH올원리츠(4.7%) 등 주요 리츠 배당수익률이 5% 내외에 이른다.

최근에는 ETF로 다양한 리츠에 분산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례로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ETF는 2019년 상장 이후 순자산총액이 3000억원 가까이 규모가 커졌다. 맥쿼리인프라, 롯데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 등 대표 리츠에 분산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공모펀드 중에서는 단기금융상품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하고 미래에셋평생소득TIF혼합자산펀드, 한국투자연금베트남펀드 등의 투자 비중이 높았다. 타깃데이트펀드(TDF)에 대한 선호도도 높았다. 가령 은퇴 시점이 2025년과 2045년을 목표로 운용하는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25,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45는 상위 투자 상품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은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바탕으로 두고 TDF와 리츠에 균형 있게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TDF는 401K로 대표되는 미국 퇴직연금에서도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핵심 투자자산"이라고 말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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