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용산공원 개방 부지서 2300L·1100L '심각' 단계 유류 유출사고 있었다
유출 사고 인근 지역에 발암물질 검출
정부 "하루 2시간 관람으론 인체 무해"

정부가 10일부터 시범 개방한 용산공원 부지에서만 최근 20년 사이 1000ℓ가 넘는 대규모 유류 유출 사고가 2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9월 추가로 개방될 공원 부지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한 적이 있어 용산공원의 안전성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향신문이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환경부의 ‘용산 기지(사우스포스트 A4b&A4f 구역)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이 구역에서 공식 문건에 기록된 유류 유출 사고는 총 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부지는 미군 장교 숙소로 사용하던 곳으로, 별도의 정화 조치 없이 이날 오전부터 시민들에게 시범 개방됐다.
가장 큰 규모의 유출 사고는 2004년 있었던 항공유 유출 사고다. 보고서에는 ‘2004년 10월12일 미군이 지상형 유류저장탱크를 제거하다가 저장 중이던 항공유를 유출했다’고 적혀 있다. 흘러 나온 기름은 근처에 있던 위생 하수관에 유입됐는데 그 양은 2339ℓ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보다 앞선 2002년 1월에도 난방장치 수리 과정에서 1136ℓ의 항공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 유출된 기름도 인근 토양과 하수구로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에는 1995년과 2007년에도 소량의 경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고 기재돼 있다.
주한미군은 2002년과 2004년에 있었던 유류 유출 사고를 ‘심각한 사고’로 규정했다. 미군은 400ℓ 이상의 유류 유출 사고를 ‘심각한 사고’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1990년부터 2015년까지 해당 부지를 포함해 미군이 주둔하던 용산기지 전체에서 일어난 유류 유출 사고 중 ‘심각한 사고’는 도합 25건에 달한다.

공원 용도로 추가 개방이 예상되는 병원 인근 부지(사우스포스트 A4e 구역)와 벙커 부지(사우스포스트 A4c 구역)에서도 유류 유출 사고가 있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1997년 8월 병원 인근 부지에 있는 지하 배관이 터져 2만8844ℓ의 경유가 유출됐다. 이 일은 ‘심각한 사고’보다 한 단계 높은 ‘최악의 사고’(3780ℓ 이상 유출)에 해당한다. 벙커 부지에서는 총 3건의 유류 유출 사고가 있었는데 유출량을 모두 합하면 591ℓ이다.
환경부 조사 결과 유류 유출 사고가 있었던 지역 인근에서는 다량의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장교 숙소 부지에서는 석유계 총탄화수소와 크실렌이 검출됐고, 병원 인근 부지와 벙커 부지에서는 벤젠 등이 발견됐다. 병원 근처 지하수에서 검출된 석유계 총탄화수소는 지하수 정화 기준의 195.4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0월 개방 예정인 주한미군 숙소 및 학교 부지(사우스포스트 A4a 구역)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기준치의 34.8배 검출됐다.

정부는 이들 부지를 ‘최근까지 미군이 사용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김복환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은 전날 용산공원 시범 개방을 앞두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오염 문제와 관련해선 2시간 관람으로는 인체에 전혀 유해하지 않다는 결과를 받았다. 마음껏 즐겨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지에 상주하는 공원 관리자나 시범 개방 기간 스포츠필드 구역에 들어서는 푸드트럭 상인 등은 업무 특성상 정부가 제시한 체류 기준인 ‘2시간’을 넘겨서 머무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공원 관리자나 상인들은 관람객 방문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내내 이 구역에 머물러야 하는데, 정부는 “2시간 이내면 문제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국토부 관계자는 ‘2시간 기준을 넘겨 상주할 경우 위험할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환경단체들은 오염된 부지를 정화 작업 없이 임시 개방하는 것은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 등은 이날 신용산역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원 부지에서는 벤젠, 페놀류, 다이옥신 등의 독성물질이 검출된 상황”이라며 “오염정화 없는 보여주기식 시범 개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홍근·강연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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