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린마더스클럽' 미술학도 주민경, 배우 데뷔한 사연

황소영 기자 2022. 6. 1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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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경
배우 주민경(32)은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이라 더 매력적이었다. JTBC 수목극 '그린마더스클럽' 속 박윤주 캐릭터는 억척스럽지만 무언가 모르게 얄미운 인상이 강했다. 반면 이 역할을 소화했던 주민경은 소탈하면서도 러블리함이 장착돼 있었다. 안판석 감독이 연기 한번 제대로 배워본 적 없는 주민경에 빠진 이유를 알게끔 하는 대목이었다. 뮬르쥬 보자르, 안씨 보자르에서 유화를 전공한 그는 "나조차 내가 배우가 될 줄 몰랐다.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도 내가 드라마에 나온 걸 보고 깜짝깜짝 놀란다"라고 귀띔하며 "30대에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만났는데 40대엔 어떤 모습일지 너무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종영 소감은.

"방송이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더는 안 하더라. 비로소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났다. 진짜 끝났구나 싶다."

-현대판 맹모삼천지교를 꿈꾼 알파맘 박윤주는 극 중 박쥐 같은 면모를 가지고 있어서 좀 얄미웠다.

"앞만 보고 가는 스타일인 윤주가 처음엔 미웠다. '욕 많이 먹겠는데?'란 생각도 했었다. 초반엔 윤주만의 사정이 많이 보이지 않아서 과연 어떻게 성장할까 궁금했는데 극이 치달으면서 윤주만의 사정이 나오지 않았나. 점점 윤주의 힘든 감정에 몰입하다 보니 만수가 밉고 춘희가 밉더라."

-남편 만수(윤경호)가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하고 절망했을 때 너무 안타깝긴 했다.

"남편이 전 여자 친구 춘희와 메시지를 주고받은 걸 본 것 자체가 윤주에겐 인생 자체가 흔들릴 만한 큰일이었구나 싶었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만나지 말라고 읍소하는데 윤주는 스스로 부양할 수 있는 능력도 없고 딸 수인이를 위해서라도 절대 이혼을 안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막판에 이혼이란 단어를 먼저 꺼내지 않나. 둘의 밀회를 목격한 후 더는 참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이 작품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내게 들어온 역할을 보고 감사해서 하겠다고 했다. 이렇게까지 큰 역할을 맡아본 적 없었고 아이만을 위해 사는 엄마 자체가 궁금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헌신적인 사랑을 할 수 있나 싶었다. 제일 좋았던 건 여성 다섯 명의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감독님, 작가님과 미팅했을 때 엄마들의 이야기지만 다섯 여자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현실적인 인물도 있고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가 첨가된 인물도 있었고. 다섯 인물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될지 궁금해서 너무 하고 싶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항상 감독님의 '액션' 소리 직전까지 담소를 나눴다. 웃음꽃이 가득 피어있는 현장이었다. 행복하게 찍었다. 로이와 아역 친구들을 제외하면 내가 막내였다. 기본적인 도리에 충실하자는 편인데 선배님들이 너무 예뻐해 줘서 감사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현장에 있는 것 자체가 수업이었던 것 같다. 배우들은 계속 습득하며 배우지 않나. 지금까지 대부분 현장이 선배님들과 함께했다. 그래서 그런지 선배님들과 함께할 때 마음이 좀 더 편한 것도 있다. 선배님들이 하는 걸 보고 '나중에 이런 역할을 맡게 되면 이렇게도 할 수 있는 거구나!' 체험 학습처럼 배우는 현장이었다."
주민경

-실제로는 미혼이지만 연기를 통해 기혼 여성이자 엄마를 간접 체험한 소감은.

"결혼한 지 10년이 된 역할은 처음이었다. 이렇게 큰 자녀를 가진 것도 처음이었다. 엄마와 딸 관계가 편하다면 편하지만 약간의 이슈들이 많은 관계이지 않나. 엄마와 이해가 잘 안 됐던 부분들을 극을 통해 짧고 굵게 체험하면서 살짝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작품을 본 가족들의 반응은.

"방송을 보고 나서 구체적인 얘기를 하지는 않는다. '그냥 고생했어!' 이런 거나 '기특하다. 또 하나 끝냈구나!' 이런 느낌 정도다."

-결말에 대한 만족감은.

"윤주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해피엔딩이었던 것 같다. 만수가 그렇게 눈물의 사과를 했고 윤주 입장에서는 이혼이 해피엔딩이 아니었을 것 같다. 윤주는 수인이가 1번이다. 자신의 행복보다 아이를 먼저 생각하는 엄마라서 만수와 화해한 후 좀 더 편안해진 삶을 살지 않을까 싶다."

-어른들이 목적 없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작품의 메시지가 좋았다.

"극 중 은표랑 춘희가 '둘이 언제 친해졌어?'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게 맞는 것 같다. 친구는 어느 순간 옆에 생겨나는 것이고 굳이 '너 얘랑 왜 친구가 됐냐?'는 이유 같은 건 없지 않나. 두 인물의 결말이 드라마 안에서 던져주는 제일 중요한 문장을 완성한 것 같다."

-지난 4월 촬영이 끝난 후 시간은 어떻게 보냈나.

"급하게 전시가 잡혀서 그림도 그리고 마지막 촬영 이틀 후 이사를 했다. 이제야 짐을 다 푼 것 같다. 새로운 동네에 익숙해지기 위해 주변을 산책하며 그러면서도 윤주를 벗어내려 노력했다. 사실 최근까지 방송을 해서 이제야 윤주를 벗기 시작한 것 같다. 주로 쉴 때 음악을 들으면서 많이 걷는다. 정처 없이 걷고 맘에 드는 가게가 있으면 밥 먹고 그런다. 등산하다 만난 어르신들과도 대화를 잘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자라서 그런지 어르신들께 낯가림이 없는 것 같다."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있나.

"어떤 곳에 열정이나 열망이 많이 찬다 싶으면 그 즉시 하는 스타일이다. 연기도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다. 어떤 걸 리스트로 정해놓고 하는 스타일보다는 약간 즉흥적인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그때그때 생기면 시기랑 그런 걸 보면서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리스트는 없는 것 같다."

-올해로 데뷔 8년째가 됐다.

"데뷔작이었던 드라마 '유나의 거리'는 사실 '밀회'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합류하게 된 거다. 오디션 보기 전까지 미술학도로 살았다. 갑자기 연기가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때 안판석 감독님을 처음 만났다. 남성, 여성이 같이 들어가서 오디션을 보는 방식이었는데 감독님이 '시간이 되면 상대역을 해줄 수 있냐?'라고 해서 '가능하다'라고 했다. 그렇게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근데 '밀회'에선 현악기 쪽을 다룰 줄 알아야 하는데 다룰 줄 모르다 보니 이번엔 역할이 없을 것 같다고 옆방에 있던 '유나의 거리' 임태우 감독님을 소개해줬다. '얘 연기 잘하니까 어울리는 역할이 있나 한 번 봐 달라'라고 추천을 해줬다. 그렇게 데뷔하게 됐다.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도 잠깐이지만 불러주시고 '밥 잘 사주는 누나', '봄밤'에도 불러주시고 내겐 너무나 감사한 분이다."

-그럼 연기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나.

"연기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정답이나 길 같은 게 없다. 밑그림이 없다 보니 어디서 도움을 얻고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른다. 대본 정독하는 것 외엔 분석을 할 줄 모른다. 근데 대본에 항상 다 나와있지 않나. 드라마 자체가 사람 사는 이야기다. 그래서 대본을 보며 대본에만 집중해 연기하는 편이다."

주민경
-배우가 된 것 자체가 신기하다.

"프랑스 학교 동기들이 더 신기해한다. '나랑 같이 공부하던 애가 넷플릭스에 나오네' 이런 DM이 온다. 자기들끼리 '주민경 또 나왔다'라고 이야기를 하더라.(웃음) 사실 피아노 전공을 하려고 했다. 예술중학교를 준비하다가 갑자기 공부하겠다고 하다가 공부가 내 길이 아니라고 하고 그림을 그리다가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정말 한 치 앞을 모르는 것 같다."


-꿈꾸고 있는 앞으로의 30대는.

"겨울에 1도 더 따뜻하게 살고 싶다. 나이가 드니 예전보다 더 따뜻하게 살아야 되더라. 20대 때보다 1도 더 따뜻한 삶을 살고 싶다. 그게 전부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박세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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