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식수난 외병도 "이제 물·전기 걱정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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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비만 오면 지붕에서 비가 줄줄 샌다.
물이 귀해 가뭄이라도 들면 설거지는 물론 빨래할 물도 없어 50년 이상 빗물이나 급수선에 의지해 식수를 해결해 온 외병도에 한 소녀의 일기가 세상에 나온 지 54년 만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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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디넷코리아=주문정 기자)# ‘차라리 이 섬이 없었더라면’
우리집은 비만 오면 지붕에서 비가 줄줄 샌다. 그러나, 한편 저 멀리 물을 길러가지 않아도 빗물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뭍에 나간 어머니는 비 때문에 배가 안 떠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 외병도 주 민들은 참 가엾다. 차라리 이 섬이 없었더라면….
1968년 봄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외병분교 6학년 김예자 어린이의 일기 한 대목이다. 소녀는 물이 없어 빗물을 받아 써야 하는 외병도의 불편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육지에 나가거나 들어올 수 없는 상황 등을 일기에 적어 내려갔다. 이런 사정이 그해 5월 5일(어린이날)자 한 종합일간지에 실렸다.
진도 서망항에서 직선거리로 18km 떨어진 외딴섬 외병도. 목포항에서 여객선으로 인근 18개 섬을 거쳐 7시간 남짓 걸려야 도착할 수 있다.
섬 전체에 17가구, 평균 76세 20여 명이 거주한다. 물이 귀해 가뭄이라도 들면 설거지는 물론 빨래할 물도 없어 50년 이상 빗물이나 급수선에 의지해 식수를 해결해 온 외병도에 한 소녀의 일기가 세상에 나온 지 54년 만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 도움으로 마을 반대편에서 지하수를 끌어와 20명 남짓 외병마을 주민이 물을 마음껏 쓸 수 있게 된 것.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이사장 송형근)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위치한 외병도에 지하수 관정과 수질정화장치 등 급수시설을 설치하고 지난 10일 마을 주민과 함께 통수식을 개최했다.
환경부 ‘낙후지역 생활환경 개선사업’으로 설치된 급수시설 덕분에 반백년 지역주민 숙원인 식수난이 해결됐다.
박형식 외병도 마을 이장은 “지금까지 마실 물이 부족해서 급수선으로 공급받아도 빗물을 받아 허드렛물까지 아껴 써야 하는 실정이었다”면서 “그동안 손주·며느리가 와도 씻기 불편해 차마 오라고 말도 못 꺼냈는데, 이제 평생 시달려온 물 부족 고통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감회를 밝혔다.
환경부는 올해 처음으로 국립공원 내 낙후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낙후지역 생활환경 개선사업’에 나섰다. 외병도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국립공원 내 37곳의 낙도마을로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지역특산물 포장재 개발과 판매지원, 경로당 시설 개선, 빈집을 활용한 체류형 숙박시설 조성 등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생태관광을 지원하면서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지속가능한 국립공원이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오는 9월에는 20톤 규모 마을 공동 오수처리 시설을 설치하고 2001년에 준공한 태양광 발전장치도 50kW급 태양광 패널과 617kW 축전지로 교체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외병도를 시작으로 국립공원 낙도지역 등 그간 지원의 사각지대였던 마을이 더는 외면받지 않고 정주 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주민지원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문정 기자(mjjo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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