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암초 만난 현대차..올해 목표 달성에 '빨간불'
현대차그룹이 2020년 10월 정의선 회장 체제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되는 와중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고 민주노총 화물연대까지 총파업하면서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올해 판매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인 현대차 울산공장의 생산라인이 이틀째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화물연대에 소속된 부품 운송 트럭들이 멈춰섰기 때문이다. 공장은 차량에 부품이 하나라도 장착되지 않으면 다음 조립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현재 부품업체들이 비조합원 차량으로 부품을 공급하며 급한불을 끄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GV80, 아이오닉 5 등 17개 차종을 하루 6000대가량 생산한다. 그러나 완성차를 외부로 실어나르는 화물차주들 대부분이 파업에 동참한 상태여서 전날 오후부터 차량을 한 대도 출고하지 못하고 있다. 기아 광주공장에서는 지자체로부터 임시운행허가증을 발급받은 뒤 직원들이 번호판 없는 차량을 직접 몰아 적치장으로 운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현대차는 올해 판매 목표 대수를 432만3000대로 잡았다. 지난해 판매량(389만대)보다 11.1% 증가한 수치다. 기아 역시 지난해(277만대)보다 13.7% 늘어난 315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지난 1~5월 실적만 놓고 보면 올해 목표(총 747만3000대)를 달성하긴 힘들어 보인다. 이 기간 현대차와 기아는 총 259만6697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286만4599대) 대비 9.4% 감소한 수치다.
반도체가 제때 공급되지 않은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 3월 초부터 현대차 러시아 공장이 멈추면서 전체 판매량이 줄었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현대차·기아 차량은 러시아에서 2만대 넘게 팔렸지만 3월(1만1245대)부터 판매량이 급감해 지난달에는 6500여대만 팔렸다. 지금도 러시아 공장은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현지 딜러들이 기존에 출고된 물량을 유통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중국에서 차량용 전선뭉치 등의 부품 조달이 막혀 생산 차질이 빚어진 점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미국과 유럽에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전용 전기차와 레저용 차량,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에 집중하면 지난해를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수급난이나 우크라이나 사태는 주요 경쟁 업체들도 겪고 있는 외부 악재인 만큼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부품 운송 트럭이 멈춰서면서 당장 상반기 실적부터 걱정하게 됐다.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시즌을 맞아 노조가 강경투쟁을 예고하고 나선 점도 불안 요소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1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하자 국내 공장을 외면한다고 비판했고, 직후 국내 63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데 대해서도 “뜬구름 잡는 여론몰이식 투자 계획”이라고 반발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 인상과 함께 임금피크제 폐지 안건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기로 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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