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뉴노멀 교육, 장 폴 사르트르 철학을 호출한다

2022. 6. 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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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덕회 서울교대 교수

글로벌 수준의 여러 사건 발생으로 의식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뉴노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원리를 철학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뉴노멀 시대에서 우리 교육의 방향을 사고하기 위해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을 호출해 본다.

뉴노멀 시대 전후 학교 교육 현장의 변화

196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였지만 수상을 거부한 사르트르는 1905년에 태어나 1980년에 사망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치른 장례식에는 시민 5만명이 마지막 길을 추모했다. 그는 철학 서적, 소설, 연극과 영화 시나리오, 문학 비평과 정치 평론 등 다양한 업적을 남긴 지식인이었다.

1943년에는 '존재와 무'(Being and Nothingness)를 출간했다. 논픽션 철학서로, 그의 명성을 알린 책이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존재(Being)는 인간 의식의 존재를 의미하는데 인간 의식이 주체적으로 본질(Nothingness, 無)과 관계를 맺는다. 본질은 인간 자신의 존재를 오인하게 하는 나쁜 믿음을 부여한다. 이러한 나쁜 믿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믿음이 인간의 통제 수단 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인간이 진정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존재(Being)와 역할, 본질(Nothingness, 無)과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의 난해한 용어가 포함된 내용을 간단히 설명해 보면 각 개인은 특정한 직업, 사회, 인종, 경제 계급에 속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믿지 말고 스스로 이를 선택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자신의 선택과 결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사르트르는 말한다. 종래부터 필요하던 쓰임이나 존재의 필요성에 의해 사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자기 판단에 따른 선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끝없는 선택과 결단에 따른 행동으로 자기 자신을 만드는 것이다. 늘 자기가 자신의 결정을 주체하고, 자기 스스로가 주인공인 인생을 살고, 그에 따른 책임도 자기 스스로가 지는 모습의 삶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교육 분야 관계자의 의식에도 뉴노멀 현상이 나타났다. 학생 중심 교육에 대한 재조명이다. 교사·학생·학부모는 온라인 학습과 실시간 영상 수업을 충분히 경험하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디지털 학습자원,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디지털 교육 수요도 크게 나타났다. '학생 중심 교육은 역량 기반 교육(competency-based education)'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디지털 기반 교육 체제를 거치면서 역량(competency)에 대한 정의도 진화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교육 선진국은 학생 중심 역량 기반 교육을 추진했다. 미국은 2015년에 모든 학생 성공 법(ESSA; Every Student Succeeds Act)을 제정해 각 학교가 자체 책임을 지고 학생을 위한 교육을 운영하게 했다. 이후 49개 주에서 학생 중심 역량 기반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각 학교는 자체적 교육 모델을 수립해서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기르는 소임을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학생에게 공통 필수 지식을 전달하는 학문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교과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으로 지칭하며 유연하게 운용하기에 다소 곤란한 수준이다. 사실상 교육과정 교과 시수와 내용 변경은 매우 어렵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기초로 한 단위 학교는 교과 교육내용을 집행하는 기관이고, 학생은 이를 순종하는 존재이다. 실존주의 시각에서는 학교 교육과정과 관련해 시대 변화를 반영하는 모습을 갖추게 한다. 교과 지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학생이 주체적으로 교육 내용을 선택해야 한다. 학생은 교육 내용이 어떻든 간에 그 선택을 자기 스스로 해서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학교와 교사는 지식을 전수하고 학생을 통할하는 모습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선택을 돕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멘토, 상담자, 코치, 협력자 등 역할이다.

실존주의 관점에서 보면 '국가 수준 교육과정'으로 부르는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국가 권력을 기반으로 학생의 인지적 사고를 특정 프레임에 가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교과 지식을 본질(Nothingness, 無)이라 해석할 수 있는데 본질이라는 것을 먼저 정해 놓고 모든 학생에게 동일 내용을 교육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동일 교육 내용으로 교육하는 것으로 국가가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있음을 사고해 본다.

지금은 초고속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전쟁을 시청하고, 감기 바이러스를 세계적 대유행으로 경험하는 시대이다. 글로벌 교류와 정보기술 기반 지식과 정보가 넘치는 시기에 학생 스스로 자기 인생을 찾아 갈 수 있는 교육철학에 대해 논의해 보면 어떻겠는가. 학생 스스로가 자기 책임으로 교육 내용을 선택하고 자기 능력을 스스로 길러 가는 방향으로 교육을 이끌어 보면 어떻겠는가. 학생의 존재를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해 가는 실존적 존재로 존중해 주면 어떻겠는가. 비유하지만 소를 냇가로 이끌어 물을 마시게 하기보다는 소가 자유롭게 물을 마시러 냇가에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면 어떻겠는가. 이를 재고해 보자.

글로벌 수준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우리나라에서 학생 스스로 자기가 원하는 인재로 발전할 여건을 더욱 충분하게 조성해 주어야 할 시점이다. 인공지능 에듀테크를 활용해 이러한 교육 환경을 지원해야 할 시점이다. 학생 개개인이 실존할 수 있도록 해 주자. 학생의 삶이 곧 실존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프리드리히 니체는 그의 글에서 아모르 파티라는 용어를 종종 사용했다. 인간에게 다가오는 운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자는 의미이다. 얼핏 수긍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가난한 부모에게서 가난한 자식으로 이어지는 문화 재생산 현상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는가. 이 시대 학교 교육은 인간의 존재를 스스로 개척하고 발전하는 실존적 주인공으로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학생 스스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게 하는 사르트르 실존주의를 학교 교육에 조명해 보자.

구덕회 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dhk@snue.ac.kr

〈필자〉 구덕회 교수는 서울시 초등교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촉연구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선임연구원, 대구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정교수다. 학부생, 대학원생, 초·중등학교 교사 대상으로 인공지능 교육을 강의하고 있다. 어린이 영재를 대상으로 인공지능 메이커 코딩과 데이터 과학을 지도하고 있다.

표1 뉴노멀 시대 전후 학교 교육 현장의 변화

[출처] 뉴노멀 시대 교육 분야 디지털 전환의 이슈 및 역할 09 (2021), 구덕회.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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