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같은 쌀가루로 케이크·과자 만든다..정부 2027년 분질미 20만t 공급

이호준 기자 2022. 6. 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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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

정부가 쉽게 제분이 가능해 밀가루처럼 사용할 수 있는 분질 쌀 품종을 이용해 2027년까지 국내 밀가루 수요 10%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분질미는 밀과 이모작이 가능한데 농민들의 생산 유인을 위해 내년에는 밀과 분질미, 콩 등에 대한 ‘전략작물직불제’도 도입된다. 이를 통해 일반쌀 대신 분질미를 심어 쌀 과잉 생산 해소에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줄이고, 연간 220만톤씩 수입되는 수입밀 일부를 대체, 식량자급률을 50% 위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9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분질미는 가루로 가공하기 쉬운 쌀의 종류로,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수원542’, ‘바로미2’ 등의 품종이 있다. 일반 쌀은 전분 구조가 밀착돼 있고 단단하기 때문에 가루로 만들려면 물에 불린 후 건조·제분하는 ‘습식제분’을 해야 한다. 반면 분질미는 밀처럼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있어 건식 제분이 가능하다. 습식제분보다 비용이 낮고 전분 손상도 적어 밀가루를 대체하기에 유리하고 대량생산에 적합하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2027년까지 연간 밀가루 수요의 10%에 해당하는 20만t을 분질미로 대체할 계획이다.

우선 2027년까지 일반 벼 재배면적 4만2000㏊(헥타르)를 분질미 재배지로 바꾼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공익직불제 내에 ‘전략직불제’ 항목 신설을 추진해 참여 농가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밀 전문 생산단지를 중심으로 밀·분질미 이모작을 유도해 분질미 재배를 확대한다.

정부는 특히 정책 초기에 분질미가 시장에 잘 안착되도록 유통 과정에 직접 개입할 방침이다. 우선 매년 농가들과 분질미 매입 계약을 맺고 해당 물량을 공공비축미로 보관한다. 이후 밀가루를 분질미로 대체하고자 하는 업체에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

정부가 농가에서 분질미를 수매해 수요처에 직접 공급하는 만큼 가격과 공급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식품업계에서는 케이크, 과자류, 밀가루 함량이 낮은 어묵, 소시지 등은 분질미 쌀가루만으로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면 등 면류, 식빵 등 발효빵류, 튀김가루 등 분말류, 만두피 등은 분질미 쌀가루와 밀가루를 혼합해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2027년까지 쌀 가공산업의 시장 규모를 현재의 7조3000억원에서 10조원 규모로 육성하고, 같은 기간 식량 자급률은 45.8%에서 52.5%로, 밀 자급률은 0.8%에서 7.9%로 각각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최근 기상이변 등으로 식량안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크다”면서 “이번 대책으로 안정적인 분질미 공급·소비체계를 구축해 쌀 가공산업을 육성하고 밀·쌀의 이모작을 활성화해 식량 자급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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