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부패경찰 '조 페라리' 무기징역 선고

박은하 기자 2022. 6. 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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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관련 용의자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고문하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태국 전 경찰서장 티티산 우타나폰(39)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방콕 중앙형사법원은 8일(현지시간) 고문과 살인 혐의로 기소된 티티산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방콕포스트가 전했다. 판사는 원래 사형을 선고했지만 종신형으로 즉시 감형됐다. 함께 기소된 다른 경찰관 6명 중 5명도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방콕에서 북쪽으로 250km쯤 떨어진 나콘사완의 경찰서장이었던 티티산의 고문과 부패 혐의는 경찰 내부고발을 통해 알려졌다. 티티산과 다른 경찰관들이 마약 용의자 지라퐁 타나팟(24)을 심문하는 영상이 지난해 8월 유출됐다. 영상을 보면 티티산과 동료들은 마약 혐의로 잡혀 온 20대 용의자가 제시한 뇌물 액수가 적다며 용의자의 머리에 비닐봉지 6장을 씌우고 200만 바트(7000만원)을 내놓으라고 고문했다. 용의자는 질식해 정신을 잃었으며 나중에 사망했다.

티티산은 파면 후 기소됐다. 티티산은 법정에서 “죽일 의도는 없었으며 마약 정보를 캐내기 위한 심문”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티티산이 용의자를 소생시키려 했으며 그의 장례 비용을 지불했다고 언급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심판 과정에서 무력감을 느꼈고 아내도 울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수사 과정에서 티티산의 어마어마한 재산과 부패 행적이 드러나면서 태국 사회의 공분을 샀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티티산의 월급은 4만바트(약142만원)인데 재산은 4억 바트(약 214억 원)에 달했다. 고급 차량을 42대 보유했으며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페라리, 포르쉐 4대, 메르세데스 벤츠 6대, 아우디 3대, 벤틀리 1대가 포함됐다. 이 사실이 밝혀진 뒤로 티티산에게는 ‘조 페라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용의자 체포 보상금과 고급 차량 압류와 경매로 쌓은 재산이었다. 경찰은 티티산이 2011년부터 차량 압류 업무를 맡으면서 밀반입했던 고급차가 410대였다고 밝혔다. 태국은 슈퍼카에 300%의 세금을 물리기 때문에 뇌물을 주고 차량을 허위신고하거나 부품 형태로 반입한 뒤 재조립하고, 경찰이 압류된 차량을 경매에 붙이는 부패가 만연해 있다.

BBC에 따르면 방콕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티티산은 육군사관학교 예비학교에 입학해 2003년에 졸업한 뒤 경찰사관학교에 들어갔다. 경찰 및 군 간부와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경로로, 탁신 친니왓 전 총리도 같은 코스를 밟았다.

티티산은 경찰학교 졸업 후 방콕의 마약진압반에서 활동하다 말레이시아 국경 도시 나라티왓에서도 근무했다. 지역 부유층 딸들과 교제하며 상류사회와도 연분을 쌓았다. 2009년 지역 부유층 딸과 결혼했다 이혼했으며 2014년에는 유명 여배우에게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주며 청혼하는 영상도 발견됐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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