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면 日 경제에 호재?..20년래 최저에 日서 우려 증폭

강민경 기자 2022. 6. 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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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더 커
방일객 수 제한과 설비투자 하락, 실질 수출 부진
뉴욕 외환시장에서 두드러졌던 미국 달러 강세가 7일 아시아 시장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박에 미 국채 금리(수익율)가 상승하면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20여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6.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일본에서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 보도했다.

엔화 가치와 반대되는 엔/달러 환율은 20년 만에 최고 수준인 달러당 134엔대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과거에는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수출 증가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으나, 현재는 방일 외국인 감소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엔화 약세의 이점을 누리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엔화 약세가 일본 국내총생산(GDP)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오기 시작했다. 엔/달러 환율은 올해 1월 113엔대 중반이었으나 반 년도 채 안 돼서 20엔 이상 상승했다.

이는 세계 중앙은행이 긴축을 시작한 반면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영향이 크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관념이 오랜 기간 존재했다. 제조업이 강한 일본에서는 엔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수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분야에서도 방일 관광객의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엔화 약세가 GDP를 끌어내리는 것밖에 안 된다고 민간 싱크탱크(두뇌집단) 다이와소켄은 지적했다. 다이와소켄은 올해 1분기(116.2엔)보다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올해 실질 GDP는 0.05%포인트(p)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지금 엔저 왜 나쁜가? 3가지 제약 존재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금액 증가 등 긍정적 효과보다,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현재 일본 경제가 안고 있는 3가지 제약이 엔화 약세 효과를 줄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첫 번째 제약은 바로 외국인 입국자 수 제한이다. 일본 정부는 10일부터 외국인 입국을 재개한다. 평소 같으면 엔화 약세로 상대적으로 싸진 상품이 외국인들의 이목을 끌고, 달러 기준으로 같은 액수의 소비를 하더라도 엔화 기준으로는 가치가 크다.

그러나 하루 입국자 수는 2만명에 한정되며, 단체 관광에 한정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단순 계산으로 하루 9만명이 일본을 찾은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이어가는 중국에서도 여행객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골드만삭스증권의 바바 나오히코는 "중국인 방문객의 소비액은 연 2조6000억엔으로, 2019년의 1조8000억엔보다 크다"고 말했다.

정부 경제재정자문회의 민간 의원도 닛케이에 "방일객이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간다면 경상 수지가 연 2조5000억엔 정도 개선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자유로운 왕래가 풀리면 더 큰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두 번째 제약은 설비투자에 있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제조업의 해외수익 엔화 환산치가 커져 설비투자 여력이 높아지는 게 맞다. 하지만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업의 설비투자는 오히려 0.7% 감소했다.

자원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 제약에 따른 전망이 불투명해 기업이 적극적인 설비 투자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 계획을 수정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세 번째 제약은 수출이다. 가격 변화의 영향을 제외한 수출 수량을 나타내는 실질 수출은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해 4월의 실질 수출은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 4월 대비 소폭 감소했다.

이는 리먼브라더스 쇼크 이후 엔고 국면에서 제조 거점이 해외로 옮겨진 영향이 크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수출액은 8조엔이 넘어 월 단위로는 과거 최고 수준이지만, 엔화 약세에 따라 엔화로 표기된 가격이 올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미 제조업은 세계 소비시장 근처에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어서, 엔화 약세에서도 일본으로 거점을 되돌리는 움직임은 나오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엔화 약세의 부정적인 측면은 나날이 부각되고 있다. 4월 일본의 수입물가지수는 엔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4.6% 올라 계약통화 기준 29.7%를 크게 웃돌았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은 30%에 달한다. 가격 인상의 물결은 에너지와 식품, 내구재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6일 교도통신 주최 강연에서 "일본 가계의 (가격) 인상 허용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서민들의 피부에 직접 와닿는 물가 인상을 일본인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돼 빈축을 샀고, 결국 구로다 총재는 발언을 철회했다.

닛케이는 "임금 상승 없이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가격 상승이 계속되면,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떨어지고 일본 경제에 또 다른 역풍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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