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 러 "대북제재 완화하라"..미 "거부권, 북 도발 묵인한 셈"

이현영 기자 2022. 6. 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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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

유엔 총회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 문제를 놓고 주요국들이 갈라져 첨예하게 맞섰습니다.

지난달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중국과 러시아는 오히려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 반면,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다수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도발에 힘을 실어줬다고 비난했습니다.

유엔총회는 현지시간 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지난달 26일 안보리 결의안 거부권 행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습니다.

거부권 행사 이유를 설명하라는 요구를 받은 중국과 러시아가 먼저 차례로 연단에 올랐습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미국은 특정 영역에서의 대북 제재 완화와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비롯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며 "단지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말만 하지 말고 행동에 나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장 대사는 "북한이 2018년 비핵화 조치에 나선 이후 미국 측은 상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북한의 적법한 우려에 대응하지 않았다"며 한반도 긴장의 책임을 미국 쪽으로 돌렸습니다.

"미국은 표결 강행을 주장하며 이러한 접근법에 반대한 유일한 나라였다"며 "중국은 반대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고 장 대사는 주장했습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도 "새 제재 결의안은 북한의 복잡한 인도주의적 상황을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지지하지 않은 것"이라며 "안보리 의장성명을 원했지만 이러한 제안은 쇠귀에 경 읽기였다"고 말했습니다.

에브스티그니바 차석대사는 "추가 제재 조치의 인도주의적 여파는 극히 위험하다"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제안한 인도주의적 제재 면제 확대 조치가 더욱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발언권을 얻은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는 "미국이 추진한 결의안 채택 시도는 유엔 헌장과 국제법 정신에 위배된 불법 행위로 단호히 반대하고 비판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사는 "우리 무기를 현대화하는 것은 미국의 직접적 위협으로부터 우리나라의 안보와 근본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적법한 자위권"이라며 "왜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미사일 등 시험발사는 한 번도 안보리에서 의문을 제기하거나 규탄하지 않았는지 정말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격했습니다.

제프리 드로렌티스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


이에 맞서 제프리 드로렌티스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아직 6월에 불과한데도 북한이 올해 들어 6번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단일 연도로는 역대 최다인 31차례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북한에 암묵적인 허용을 해준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드로렌티스 차석대사는 "거부권 행사로부터 9일 뒤 북한은 8발의 탄도미사일을 더 발사할 정도로 대담해졌다"며 "이 모든 일은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무리하는 가운데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추구한다는 고위급 메시지와 구체적인 제안을 비공식 채널을 통해 북한에 서면으로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드로렌티스 차석대사는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제재 완화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북한이 외교 관여에 나서고 비핵화를 향한 의미있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 그들의 불법적인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는 "안보리는 매우 유감스럽게도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심각한 도발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한국은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조 대사는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대화 요청에 응할 것을 촉구한다"며 "한국은 북한의 반복적인 도발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무조건적인 원조의 손길을 계속 내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유엔 웹 티브이 캡처, 연합뉴스)

이현영 기자lee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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