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윤 대통령에게 인사 다양성 요청은 왜 제기되나
인사 다양성에 대한 요구는 대부분의 정권에서 제기됐다. 인사 다양성이 한 번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야당일 때는 코드인사·편중인사를 비판했지만, 막상 정권을 잡고 나서는 자신들이 비판했던 인사 스타일을 답습한 결과다.
사실 인사 다양성은 인사권자 입장에서는 익숙함과의 결별이다.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으로 대표되는 소위 배짱 맞는 사람들과 일하는 게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눈빛만 봐도 서로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있는 사람,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하는 건 불필요한 논의를 줄이는 방법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인사 다양성, 실패 최소화를 위한 안전판
지난해 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많게는 2배 이상 오른 주택 가격 때문에 곳곳에서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던 상황. 하지만, 그 사람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직 시장에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을 뿐, 정책의 내용과 방향성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참모의 충언에 바뀐 윤 대통령의 인사 원칙
최근 이런 인사 기조에 변화가 생겼다. 윤 대통령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여성을 지목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의 이런 변화는 여성 등용 필요성을 강조하는 여론에 대한 반응이라고 설명한다. 더욱 직접적인 변화 계기는 대통령실 한 참모의 조언으로 추정된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윤 대통령 발언의 2가지 함의
이런 상황은 하나의 한계와 하나의 과제를 동시에 제기한다. 윤 대통령에게 외부자라고 할 수 있는 시민사회 등의 비판은 크게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한계와 대통령실 참모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해야 한다는 과제다. 참모들의 쓴소리는 여론을 반영하겠지만, 여론보다 이를 전달하는 대통령 참모들의 쓴 소리가 윤 대통령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는 셈이다.
이런 스타일을 볼 때, 윤 대통령이 검찰 출신을 권력 요직에 등용하고 있는 최근 상황에 대해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응답은 '적재적소 인사', 즉 '능력주의'다.
검찰 편중 인사 비판에 다시 '능력주의'를 강조하는 윤 대통령
검찰 내부만의 문제라면 소위 '윤석열 사단'의 전진 배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윤석열은 다르다. 대통령과 참모들의 의사 결정은 국민들의 삶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검찰 편중 인사 우려 불식을 위한 참모들의 과제
이런 우려와 걱정은 실패를 최소화하거나 방지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 아니냐는 염려로 귀결된다. 윤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든 결정적 계기였던 '조국 수사' 당시, 대검찰청의 참모가 특수통 일색이 아닌 다양한 구성이었다면 사태는 사뭇 다르게 전개됐을 거라는 전망도 이런 염려와 맥이 닿아 있다. 윤 대통령이 후속 인사에선 이런 염려를 불식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대통령의 변화를 위해 참모들의 어깨가 다시 무거워졌다.
박원경 기자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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