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신약, 현저한 체중 감량 효과 입증"

한건필 입력 2022. 6. 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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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가 체중 감량에 현저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가 비만인 사람들의 체중 감량에 현저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72주간 1주일에 한 번씩 이 약을 주사 받으며 저칼로리 식사와 운동을 병행한 참가자들은 평균 몸무게의 20%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국제적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티르제파타이드(제품명 마운자로)는 미국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로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승인을 받았다. 1주일에 한번 주사(최대 15㎎)로 투약되며 위와 장에서 분비되는 2개의 호르몬 수용체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면서 위액의 분비는 줄여 식욕을 억제 시키고 포만감을 증대 시킨다.

예일대 애니아 자스트레보프 교수(비만의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과체중 또는 비만인 2539명의 참가자를 무작위로 4개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72주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위약 주사를 맞고, 다른 세 그룹은 일주일에 한 번 각각 티르제파타이드를 5㎎, 10㎎, 15㎎씩 투약 받았다.

참가자들의 평균 몸무게는 104.8㎏으로 94.5%가 비만으로 판정됐다. 대다수가 백인과 여성이었고, 당뇨병을 앓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참가자 전원에게는 저칼로리 식사가 제공됐으며 일주일에 최소 150분 이상 신체활동을 하도록 했다.

72주 뒤 매주 티르제파타이드 5㎎을 투여한 참가자는 평균 16.1㎏, 10㎎을 투여한 참가자는 평균 22.2㎏, 15㎎을 투여한 참가자는 평균 23.6㎏이 줄었다. 반면 위약 주사를 맞은 사람들은 평균 2.4㎏만 빠졌다.

연구진은 최고 용량의 티르제파타이드가 주사 된 사람 중 91%가 체중의 5% 이상이 줄었든 반면 위약 투약 그룹 중에서는 35%만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가장 높은 용량이 투약된 사람의 57%는 체중의 20% 이상이 줄었지만 위약이 주사 된 사람 중에는 3%만 같은 결과를 얻었다.

3~7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제82차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ADA 2022)에서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한 자스트레보프 교수는 "근본적인 질병 메커니즘을 목표로 효과적이고 안전한 접근법으로 비만을 치료해야 하는데 티르제파타이드가 바로 그러한 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비슷한 원리로 먼저 개발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당뇨병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제품명 오젬픽)가 비만치료제로 미국에선 2021년, 영국에선 올해 2월 승인을 받은 적이 있다. 2017년 당뇨병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은 세마글루타이드는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GLP-1 수용체에 작용해 위에서 음식물이 소화되는 속도를 늦추고 뇌 시상하부의 식욕중추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증가시킨다. 티르제파타이드는 GLP-1뿐 아니라 위에서 분비되는 GIP 수용체까지 2개의 호르몬에 작용해 효과가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다이어트 약물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비만전문가인 레이첼 배터햄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을 개선하고 싶다면 15-20%의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며 "또 누군가의 심부전을 개선하거나, 그들의 폐색성 수면 무호흡증을 없애고 싶다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을 줄이고 싶다면 다이어트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체중감량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킹스칼리지런던(KCL)의 톰 샌더스 명예교수(영양학)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티르제파타이드 복용량이 많을수록 체중 감소가 더 많아졌지만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 부작용을 일으켰으며 췌장에 악영향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종류의 약은 참가자들이 약과 함께 저칼로리 식단을 고수할 때에만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앵글리아러스킨대의 사이먼 코크 교수(생리학)도 "이러한 약들이 비만 분야의 판도를 바꾸고 있지만 그 효과는 약을 복용하고 있는 동안에만 발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세마글루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승인한 영국 국립보건관리원(Nice)의 지침은 처방기간을 최대 2년으로 제한하고 있다"면서 처방이 중단되면 체중감량 효과가 역전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래스고대의 나비드 사타르 교수(신진대사의학)는 이런 신약의 개발을 긍정하면서도 향후 수년 동안은 비용이 많이 들고 초창기 사용이 제한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러한 신약들이 등장하더라도 애초에 비만을 예방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기 때문에 나쁜 습관을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무엇보다 음식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에 정부는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206038)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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