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학폭 온상 '에스크'를 아십니까.. 익명성 악용에 학생들 고통

윤예원 기자 2022. 6. 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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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드립·욕설·성희롱 난무
해외 서버 기반 탓에 경찰 수사도 난항
익명성 탓에 가해자 특정도 어려워.. 전문가들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대처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익명 소통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에스크(Asked 익명질문)’가 사이버학교폭력의 온상이 되고 있다. 에스크는 익명 계정을 통해 서로 질문을 하거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SNS다. 카카오톡 단체 메신저방에 초대해 언어폭력을 가하는 이른바 ‘카톡 감옥’과는 달리, 에스크는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한데다가 사용자들이 익명으로 활동해 처벌도 힘든 상황이다.

에스크 앱 모바일 화면/에스크 캡처

최근 10대들 사이에서는 ‘에스크’를 사용하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가 없다. 페이스북과도 연동할 수 있는 에스크는 가입할 때 어떠한 개인정보도 물어보지 않는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계정 정보가 담긴 링크를 공유하면 서로 익명으로 질문형식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현재 에스크의 안드로이드 구글 스토어 다운로드 건수는 100만회 이상이며, 리뷰는 6000개가 넘는다. 에스크가 구글 스토어에 등록된 건 2016년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지난 2년간 대면 활동이 줄어들며 학생들의 온라인 소통이 늘어 앱 사용 빈도도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에스크는 학생들 사이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했으나, 곧 익명성을 악용한 언어폭력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터넷 포털에 ‘에스크’만 검색하면 에스크로 받은 질문들을 고소할 수 있는 문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에스크앱을 통해 ‘뒤져라’ ‘XX고 싶다’ ‘한 번만 X줘라’ 등 욕과 성희롱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에스크에서 학교폭력과 성희롱을 당해도 가해자 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에스크 상의 학교폭력 가해자를 처벌하기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에스크가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수사협조를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 익명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가해자가 누구인지 대한 ‘물증’보다는 ‘심증’ 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해자가 지목을 받아도 잡아떼면 그만인 것이다.

두 번째는 피해자가 에스크로 받은 질문을 공개하지 않으면 모욕 혹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 어렵다. 현재 에스크를 통해 질문을 받으면 답변을 한 뒤 이를 공유하거나 혼자서만 볼 수도 있다. 피해자가 욕설과 성희롱이 담긴 메시지를 받아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혼자만 알고 있다면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성립되기 힘들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게다가 대부분 이용자가 미성년자기 때문에 처벌이 쉽지 않다. 현행법상 만 10세에서 14세 청소년들은 법적 처분을 받지 않고 보호조치에 들어간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은 최근 에스크를 통해 남학생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몇십 개의 패드립이나 욕설이 담긴 메시지를 받았고, 피해 학생의 부모가 가해자들을 특정해 고소했다. 이 학생의 경우 가해자들이 혐의를 인정해 고소까지 이어질 수 있었으나, 만약 부인하면 법적 조치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가해자 중 생일이 지난 일부 촉법소년들은 소년 재판을 받게 됐고, 아닌 학생들은 검사가 기소 유예로 사건이 마무리했다.

나현경 법무법인 오현 변호사는 “익명성에 숨으면 범죄 접근이 더 용이해진다.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학생들이 이러한 SNS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지만, 동질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소년들의 문화 특성상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더구나 에스크는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어 경찰에서 수사협조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이버폭력 비중은 2019년 8.6%에서 2021년 9.8%로 1.2%P 늘었다. 또한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인 푸른나무재단에 따르면 코로나 시대 사이버폭력비율은 2019년 5.3%에서 2020년 16.3%로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크 한국지부는 현행법 기준에 맞춰 자체적으로 청소년 보호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애플리케이션 목록(카카오톡, 페이스북, 틱톡, 에스크)에는 에스크도 들어가 있다. 설문조사 응답자들 중 41.1%는 ‘익명성’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법조계에서는 익명성에 기대어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행위는 언젠가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버 학교폭력이 점점 지능적으로 바뀌며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이 수사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는 “n번방 사건 같은 경우에도 텔레그램이라서 특정이 안 된다고는 하지만 결국에 잡았다.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다. 학생들 간의 사건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가기보다는, 가해 행위를 하면 분명히 잡힌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학교폭력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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