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신호위반 사고 내고 숨진 노인..법원 "중대 과실 적용 건보료 환수 부당"

허진무 기자 2022. 6. 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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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려서 도로 젖어있었고
교차로 진입 직전 신호 변경"
유족, 처분 취소 소송 승소

새벽 운전을 하다 신호위반 사고를 낸 노인에게 ‘중대 과실’을 적용해 이미 지급된 건강보험 급여를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는 교통사고로 숨진 A씨의 유족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환수 고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20년 5월 새벽 5시30분쯤 인천의 한 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 빨간 불에 교차로에 진입하면서 다른 차량을 들이받았다. A씨는 입원 치료를 받다 지난해 8월 사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씨의 중대 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며 A씨에게 지급한 보험급여를 환수하겠다고 나섰다. A씨의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공단은 2020년 12월에는 약 4800만원을, 지난해 3월에는 약 6700만원을 돌려달라고 고지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고의나 중대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이 교통사고가 A씨의 고의나 중대 과실로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만 77세의 고령인 데다 난청과 초기 백내장 증세가 있어 일반인에 비해 청력과 시력이 저하됐던 점, A씨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하기 직전 신호등이 빨간 불로 바뀐 점, 비가 내리는 새벽에 사고가 발생한 점, 도로 표면이 젖어있던 점 등을 종합하면 A씨가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주의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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