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웬 사이렌?"·"놀러 가는 날"..달라진 현충일 풍경

이용성 2022. 6. 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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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깜짝이야, 전쟁 난 줄 알았네."

이날 사이렌 소리에도 움직이던 사람들 사이로 가만히 멈춰서 1분간 묵념한 정모(58)씨는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신 분들을 위해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묵념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면서도 "요즘에는 현충일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충일을 단순 '휴일'로 인식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현충일 연휴 첫날인 지난 4일 인천공항 국제선을 찾은 이용객이 27개월 만에 최다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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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묵념 사이렌' 소리, 자취 감춘 '조기 게양'
주말 낀 황금 연휴에 공항·고속도로 '인산인해'
"순국선열에 감사 느끼는 날..의미 되새겨야"

[이데일리 이용성 이수빈 기자] “아 깜짝이야, 전쟁 난 줄 알았네.”

6일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성동구의 한 광장. 제67회 현충일을 맞아 오전 10시 정각에 1분간 묵념 사이렌이 울렸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은 사이렌이 울리자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제 갈 길을 갔다. 대학생 A(21)씨도 사이렌 소리에 놀란 옆 친구를 보고 까르르 웃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A씨는 “현충일인지 깜빡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이렌이 울려서 놀랐다”며 “묵념해야 하는 것도 알지만, 길거리에서 서 있기 민망했다”고 말했다.

현충일 연휴 마지막날인 6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 휴가를 즐기고 제주를 떠나려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자취 감춘 조기…의미 퇴색되는 현충일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을 기리는 국가 추념일인 현충일을 맞았지만, 과거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추모하기 위해 단체로 현충원을 방문하거나, 집마다 조기를 게양하는 풍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이렌에 맞춰 묵념하는 모습도 보기 드문 광경이 됐다.

이날 사이렌 소리에도 움직이던 사람들 사이로 가만히 멈춰서 1분간 묵념한 정모(58)씨는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신 분들을 위해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묵념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면서도 “요즘에는 현충일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0)씨도 “현충일이라기보다는 휴일 느낌이 강하다”며 “사이렌을 듣고 오늘 현충일인 것이 생각났다”고 말끝을 흐렸다.

과거 집마다 조기를 게양한 모습도 요새는 자취를 감췄다. 서울 중구와 성동구 등 서울 도심 주택가에서는 태극기를 찾기 어려웠다. 인근 주민 이모(63)씨는 “옛날에는 국경일이나 오늘 같은 현충일이면 아침 일어나자마자 태극기부터 달았었는데 지금은 태극기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태극기가 예전만큼 눈에 띄지 않는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영향도 있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서 깃발 판매사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사람들이 태극기 게양을 잘 안 하고, 개인적으로 찾는 사람도 없어서 태극기 판매 수요가 줄고 있다”며 “코로나19로 각종 행사가 줄어든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젊은층에서는 6월6일을 현충일보다는 고기를 사거나 먹어야 하는 ‘육육(肉肉)데이’로 인식하기도 한다. 대학생 B(22)씨는 “육육데이라고 하니 저렴하게 마트에서 고기를 사다가 친구들과 집에서 구워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각 대형 마트에서는 대대적으로 한우를 비롯해 삼겹살 등에 대해 육류 반값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놀러 가는 날”…전문가 “현충일 의미 스스로 되새겨야”

현충일을 단순 ‘휴일’로 인식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현충일 연휴 첫날인 지난 4일 인천공항 국제선을 찾은 이용객이 27개월 만에 최다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 국제선을 찾은 이용객은 입·출국 합산 4만477명으로 코로나사태 초반인 2020년 3월 3일(3만5848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내 여행을 즐기는 나들이객들로 고속도로 역시 정체가 이어졌다. 한국도로공사는 현충일 연휴 기간 교통량은 최근 4주 주말과 비교해 크게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직장인 김모(26)씨는 “지방선거와 현충일 연휴 사이 휴가를 내고 모처럼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다”며 “현충일이라고 해서 경건하게 집에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현충일과 더불어 6월 호국보훈의 달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보훈처에서는 6월 한 달간 감사 댓글 달기 등 SNS를 통해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현충일 같은 국가의 추념일에 맞춰 우리 스스로 순국선열에게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날로 잘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며 “현충일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행동하려는 시민사회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성 (utilit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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