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균형발전] ⑬ 차재권 교수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끝)

차근호 2022. 6.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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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경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교수는 '국가 균형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라'는 저서에서 현재 대한민국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균형발전에 쓸 예산을 대폭 늘리고, 이들 예산의 선택과 집중적인 분배를 통해서 지역에 성장거점을 만들어 균형발전을 하자는 것이 차 교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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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발전에 쓸 파이 키우고, 집중 투자로 지역 성장축 만들어야"
"격차 통한 격차 해소" 역발상.."균형발전엔 대통령 의지가 중요"
인터뷰하는 차재권 교수 [차근호 기자 촬영]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일그러진 수도권 공화국'

부산 부경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교수는 '국가 균형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라'는 저서에서 현재 대한민국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도권 GRDP(지역 내 총생산)가 비수도권을 추월하고 1천 대 기업의 73.4%,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83%, 100대 기업 본사의 91%가 수도권에 몰린 현실과는 대조적으로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60%는 지역에 거주하고, 226개 시·군·구 중 42%는 소멸 위험에 처한 곳으로 분류되는 상황을 나타낸 것이다.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차 교수는 "과밀·집중화로 생산 한계에 다다른 수도권 중심 발전으로는 대한민국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며 "지역 발전은 이제 당위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균형발전에 쓸 예산을 대폭 늘리고, 이들 예산의 선택과 집중적인 분배를 통해서 지역에 성장거점을 만들어 균형발전을 하자는 것이 차 교수 생각이다.

그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과정은 대단히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강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아래는 차 교수와 일문일답.

-- 수도권 중심 발전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 지역 발전의 당위성은.

▲ 수도권의 생산성 향상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다. 과밀화하고 집중은 되었지만, 그 집중에 의해서 생기는 수도권 성장 효과는 둔화하고 있다. 수도권 중심 발전은 이미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는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다. 그 뒤로부터는 쇠퇴하는 것밖에 없다. 지역에도 성장축을 두고 성장 거점을 만들면 이러한 현상은 해소될 것이다. 다른 쪽에다가 성장축을 만들어서 성장을 쌍끌이해 주는 게 국가적으로도 훨씬 더 낫다는 것이다. 이제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사는 시점에 왔다. 이것이 지역 발전의 명분이다.

-- 지방과 관련한 3가지 중요한 문제 중 균형발전이 가장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 지방자치는 세 가지 틀이 있다. 하나는 기본적으로 분권의 문제, 즉 권한을 어떻게 분산시킬 건가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자치의 문제다. 그다음 하나가 균형 발전의 문제이다. 균형발전과 나머지 둘은 조금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봐야 한다. 분권과 자치를 강화하면 균형발전이 될 것인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균형 발전을 담보할 적절한 자원을 분배하고 분권과 자치를 강화하는 게 맞는다.

지방에 살아본 사람들, 특히 지역 소멸 위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분권은 사치일지 모른다. 전남 영암군은 소멸 위기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 거기에 '국가에서 권한을 줄 테니 알아서 세금을 거둬 쓰세요, 권한을 줬으니 이제 돈을 안 줍니다'고 하면 더 빨리 망할 뿐이다. 자치단체가 자치권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마중물을 먼저 주고 분권을 시작해야 한다. 소멸 위기 지역 군수에게 물어봐라. "자치하는 게 맞느냐"고 하면 그분들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 균형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 우선 균형발전에 쓸 '파이'를 키워야 한다. 지금은 지방이 소멸할 위기여서 나라가 위태롭다고 하는 상황이지 않나. 나라가 위태롭다는 건 안보의 문제다. 우리는 국방을 위해서는 매년 55조원에서 60조원을 쓰고,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에 80조원을 쓴다. 그런데 국가를 망하게 할지도 모르는, 성장의 동력을 잃고 후진국으로 전락할지 모르는 기형적인 성장을 바로 잡는 문제에 지금 우리는 얼마를 투자하고 있나. 공식적으로는 지방 균형 발전과 관련된 특별회계가 10조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적어도 국가 운명을 결정짓는 것이면 왜 30조원을 여기에 투자하지 못하는지 묻고 싶다.

차재권 교수 [차근호 기자 촬영]

-- 그동안에도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이 있었는데, 무엇 때문에 실패했나.

▲ 지금까지 지역 정책은 n분의 1로 나눠먹기식, 기계적 균형에 치중해왔다. 다 달라고 하니 n분의 1로 나누는 방식이 시끄럽지 않으니까 그냥 n분의 1로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계적 균형이 실제로 효과적이었나? 이게 오히려 비효율성을 강화해왔다고 본다. 그래서 역대 정부에서 많은 자원을 투자했음에도 균형발전의 효율성이 굉장히 떨어진 이유다.

-- 그러면 어떻게 지원하자는 것인가.

▲ 역설적이지만, 격차를 통해서 격차를 줄여야 한다. 지역에 성장축으로 만들 수 있는 곳에 차별화한 지원을 하고 성장축으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지역이 성장축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장의 동력을 발생시키는 입지적 특성, 산업적, 인구적 특성이라든지 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그런 요소들이 있는 곳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성장축을 만들 때는 다극 체제보다, 정말 소수의 특화한 형태로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다극화하면 예산을 n 분의 1로 나누는 작업을 해야 하고 예산의 집중 투자가 어렵다. 성장 거점을 10개 만들거나 20개 만들려고 하면 성장 거점 하나도 제대로 인큐베이팅하기가 어렵다.

-- '성장축'을 만드는 것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시티'로 보면 되나.

▲ 당연히 그거는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돼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진행이 가장 빨리 이뤄지고 있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를 빼놓고는 성장축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PG)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 성장축이 될 곳에 더 집중하자는 것, 또 다른 차별 아닌가.

▲ 우리는 30∼40년 동안 기계적 균형이라는 방식으로 해왔는데, 균형발전이 안됐기 때문에 최소한 실험적인 차원에서라도 해보자는 것이다. 불균등한 지원에 대해 반발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곳은 설득해야 한다. n분의 1로 나누는 것보다 성장 잠재력을 키워서 성장 거점을 만들고 낙수 효과가 퍼질 수 있도록 잘 설계하는 것이 사회적 후생이 더 크다는 점을 잘 설득해야 한다. 물론 점진적인 방식으로 끊임없는 개선의 축적을 말하는 견해도 많다. 하지만 거꾸로 묻고 싶은것은 그렇게 해온 30∼40년간 수도권에 인구가 더 몰리고, 수도권 GRDP가 더 늘어나고, 수도권에 모든 유니콘 기업들이 몰리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 성장축에서 소외되는 소멸 위기 도시는 어떻게 하나.

▲ 앞서 말씀드렸듯 우선 균형 발전의 파이를 키우자고 말한 이유 중 하나다. 나눠줄 파이를 키워서 지방 소멸을 막는 것은 그대로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 자원을 선택과 집중적으로 불균형하게 투입해 성장축이나 메가시티를 키워보자는 것이다.

지자체,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 반발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 성장축을 만들고 나면 낙수효과가 날 것이라는 것, 그동안 수도권만 키워온 대표적 논리 아닌가. 지금 지방의 처참한 현실에서 보듯 낙수효과라는 게 정말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 우리는 불균형 개선, 아니 낙수효과를 내리기 위한 시도를 아무것도 안 해 왔다. 우리나라가 언제 낙수효과를 내기 위한 시도를 했나. 그냥 10조원 예산을 가지고 226개 시·군·구에 나눠준 것뿐이다. 낙수효과라는 것은 어떤 센터가 존재하고 그 센터를 중심으로 성장 거점을 만들어 주면서 그 거점을 따라 꽃을 피우고, 벌이 날아들어 또 분화를 시키는 방식, 그게 낙수효과다. 우리는 수도권 거점을 중심으로 다른 성장 거점을 만들어 키워가는 낙수효과를 위한 어떤 정책도 펼친 적이 없다. 거점을 만들 때부터 어떤 방향으로 낙수효과를 일으킬 것인지 디자인하고, 도로·포트(port) 시스템을 만들고 연결할지를 설계하고 연구해야 한다.

-- 지방 성장축을 키우고 균형발전을 이룩하는데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하는데.

▲ 지방 소멸의 위기는 10년, 20년 안에 지역의 단위들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이기 때문에 그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은 대단히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위기가 웬만한 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균형발전을 위해 새로운 계획을 세워서 국민을 설득해서 데리고 가는 것, 그것은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고, 대통령이 지역 주민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래서 국가 전체적인 종합 계획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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