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진실의 방으로

얼마 전, 배우 마동석이 출연한 ‘범죄도시2′를 보았다.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와 금천서 강력반이 최강의 빌런 강해상(손석구)을 잡는다는 전개로 초반부터 기대감이 들었다. 과거 베트남으로 도주했던 ‘가리봉동 금은방’ 사건 용의자가 현지 영사관에 자수 의사를 밝히고, 용의자를 인도받으러 두 경찰이 그곳으로 떠난다. 마석도 형사는 전일만(최귀화) 반장이 영어를 잘한다는 말을 굳게 믿고 함께 출국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영어를 못하는 반장으로 인해 베트남 공항 보안대를 통과하지 못한다. 반장의 말은 ‘진실’이 아니었다.
이후 가까스로 영사관에 도착한 두 경찰은 용의자의 거짓 자백을 들으며 “진실의 방으로!”를 외친다. 마석도의 촉으로 보자면 그 자백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장은 감시카메라를 가리고 마석도는 “형은 다 알 수 있어!”라면서 조금은 황당한 나름의 취조 방식으로 진실을 밝혀낸다.
영화 속 이 두 에피소드는 ‘말이 다 진실은 아니다’라는 것과 감시카메라가 있는 방에서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진실은 공간과 장소에 알맞은 말[言]이 되어야 한다. 전일만의 어설픈 영어 실력은 기실 한국에서 밝혀졌어야 했고, 용의자의 진실은 감시카메라가 있는 취조실에서 밝혀져야 했다. 그러나 영화 속 진실은 그러한 상식을 깨고 예측불허의 장소에서 밝혀졌다. 바로 이 ‘어긋남’이 이 작품의 웃음 재료[笑品]다.
진실이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추구할 때 비로소 숨겨져 있던 부분이 드러나는 법이다. 마석도는 ‘진실은 은닉된 형태로 숨어있다’는 믿음에 따라 끊임없이 피의자의 말을 의심한다. 이 의심을 통해 ‘진실’이란 자질(資質)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형사라는 직업의 요체다.
상대방의 진심과 진실을 알고자 한다면, 화초를 기르듯 시간을 심고 물을 주고 햇볕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 그렇게 제철을 맞아야 진실이 피어나는 법이다. 그렇지 않다면, 마석도처럼 예상치 못한 “진실의 방으로!”를 외쳐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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