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의 심장을 지닌 '서학개미' 최애 종목 '3배 레버리지 ETF'의 진실[미국주식사관학교의 해외투자 야전교범]

카레라(필명) 2022. 6. 5. 22: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외 주식투자자가 급증함에 따라 ‘미국주식사관학교’의 ‘야전교범’을 월 1회 게재합니다. 미국주식사관학교는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에서 많은 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해외주식 투자전문 채널입니다.
주가 상승기엔 가장 빨리 많은 수익
코로나 양적완화로 수혜 입었지만
금리 인상·양적긴축 예고 속 ‘위기’
수수료 많아 오래 보유할수록 불리
1985~2022년 사이 1~6배 비교
수익성장률 3배보다 2배가 더 높아

2020년과 2021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를 정면돌파하기 위해 10조달러에 가까운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한 전례 없는 자산시장 호황기였다. 이 시기에 미국 주식시장에 급격하게 유입된 ‘서학개미’들은 ETF에서 큰 수익을 봤다. 그중 인기있는 종목들은 단연 ‘3배 레버리지 ETF’였다. 3배 레버리지 ETF는 나스닥 100 지수나 S&P 500 지수의 변동폭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지수나 주가가 우상향한다면 단기간에 가장 빨리, 많은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3배 레버리지이기 때문에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를 이르는 말)들이 가장 좋아하는 ETF가 됐다.

그러나 올봄부터 미국 증시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첫째, 연준이 고인플레이션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양적 긴축(QT)과 기준금리 인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둘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아 미국 증시의 허리를 담당하는 원자재와 제조업 부문에 큰 충격을 줬다. 셋째, 2020년과 2021년의 호황기에 채무를 대폭 늘려 자산과 설비에 투자한 중규모 고성장 기술주들이 기준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아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러한 환경은 우리가 앞으로 보게 될 미국 증시가 ‘가보지 않은 길’이 될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불길한 전조다. 그러나 서학개미들은 저가 매수의 관점에서 ‘3배 레버리지 ETF’를 계속해서 사들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예탁결제원의 2022년 1~4월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나스닥 10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TQQQ,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SOXL,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미국의 대표 기술주 주가를 3배로 추종하는 FNGU 등이 있다. 문제는 미국 증시가 침체기에 접어들거나 하락하는 환경에서 발생한다. 상승장에서의 찬란한 ‘수익률 인증’ 뒤에 숨겨진 3배 레버리지 ETF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3배 레버리지의 작동 방식을 알아야 한다.

TQQQ의 포트폴리오는 ‘Nasdaq 100 Index Swap’이라는 파생상품으로 채워져 있는데, 이 파생상품들을 프로셰어즈(펀드운용하는 회사)가 수많은 자산운용사들과 쪼개 계약해서, 적절히 비중을 분배한 후 모두 합치면 결과적으로 지수 변동의 300%에 해당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게 설계된다. 3배 레버리지를 포함한 모든 ETF는 최대한 그 기초자산을 추종하도록 정기적으로 리밸런싱(운영하는 자산의 편입비중을 재조정)을 거친다. TQQQ는 매일 리밸런싱을 하는데, 변화의 기준이 되는 값이 그날그날 경신된다. 예를 들어 나스닥이 10000~10500 사이를 매일 횡보한다고 가정하면 5% 상승과 4.76% 하락을 매일 반복하는 셈이다. TQQQ는 이를 3배 추종하므로 매일 15% 상승 후 14.3% 하락해야 한다. TQQQ의 초기 가격을 100달러라고 가정하면 100→115→98.56→113.3→97.1과 같이 주가가 바뀌므로 나스닥 100 지수가 비슷한 위치에서 횡보한다면 TQQQ는 계속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여느 ETF와 마찬가지로 TQQQ는 운용사인 프로셰어즈의 몫으로 돌아가는 운용수수료가 있다. 약 1% 정도인데, 이것은 나스닥 100에 아무런 변동이 없어도 지금 100달러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TQQQ가 1년 후에는 운용수수료가 반영되어 99달러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TQQQ를 오래 가져갈수록 손해를 보게 된다.

3배 레버리지 ETF를 거래할 때 꼭 알고 있어야 하는, 또 다른 두 가지는 순자산가치(NAV)와 괴리율(Disparity Ratio)이다. NAV는 증권사 MTS(모바일거래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TQQQ의 총자산은 나스닥 100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그 가치가 정해져 있을 것이다. 원칙적으로, 그날의 나스닥 100 지수가 5% 올랐다면 TQQQ의 총자산 가치도 15% 오르게 된다. 여기에 운용수수료를 일일 단위로 계산해서 주가를 살짝 깎아 반영하는데 이 가격이 TQQQ의 ‘본질적인 가치’, 즉 순자산가치이다. 그런데 TQQQ는 ETF지만 주식처럼 시장에서 매수자와 매도자가 호가를 제출해서 자유롭게 웃돈을 얹거나 할인해서 거래할 수 있다. 여기서 괴리율이라는 문제가 생긴다. 이를 호가마다 유동성을 공급하는 LP(유동성 공급자)가 완충하지만 물리적으로 매순간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괴리율이 발생한다. 지난해 겨울에는 0.6%까지 괴리율이 올라가기도 했다. 그래서 ETF의 괴리율이 +일 때, 즉 NAV보다 약간 할인되고 있을 때 매수하고 괴리율이 -일 때 매도하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3배 레버리지 투자자들은 실제로 1배 지수 추종 상품의 3배만큼 돈을 벌었을까. 주식시장분석업체인 ‘시킹알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나스닥 100 지수를 1배로 추종하는 QQQ와 3배로 추종하는 TQQQ의 수익률은 각각 48.62%와 119.1%였다. 이 수익률은 우리가 생각하는 TQQQ의 3배 수익률보다 상당히 낮은 2.2배의 레버리지를 의미한다. 이러한 불일치는 앞에서도 언급한 변동성 때문이다. 변동성은 심지어 상승장에서도 3배 레버리지의 실적을 저조하게 만들 수 있다. 미국 증시가 횡보하면 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첫 4개월 동안 QQQ와 TQQQ의 수익률은 각각 1.85%와 0.49%였다. 오히려 3배 레버리지가 1배 레버리지보다도 더 수익률이 낮아진 것이다.

1985년부터 2022년까지 모든 구간에 대한 1~6배 레버리지의 거치식 투자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도 3배 레버리지의 연평균 수익률(CAGR)이 오히려 2배 레버리지의 연평균 수익 성장률보다 낮았다. 대략적으로 2~2.5배 정도의 레버리지가 가장 수익률이 높았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하락장이었던 닷컴 버블과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까지 포함한 결과인 만큼 연평균 성장률 측면에서 2배 레버리지가 가장 수익률이 높았다는 것은 우리에게 3배 레버리지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카레라(필명)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