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담보대출 중 40년 만기 상품이 15% 넘어서..실수요자용 '고육지책'

유희곤 기자 2022. 6. 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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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은행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보금자리론에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기간이 40년인 초장기 상품 비중이 출시 1년도 안 돼 15%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가 길어지면 상환해야 할 전체 이자 부담은 커지지만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줄어드는 만큼 금리인상기를 맞아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을 찾는 수요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만기 50년 상품도 출시할 예정인데 대출규제는 유지하면서, 최근 급등한 집값과 주택매매 실수요를 감안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한국주택금융공사의 40년 만기 보금자리론은 지난해 7월 출시 후 올 4월까지 약 2조2000억원이 공급돼 전체 보금자리론의 약 15.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올 1~4월에 공급된 보금자리론을 기준으로 하면 40년 만기 비중은 약 18.2%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수요가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30세 이상 40세 미만 차주의 대출액이 1조5415억원(70.3%)으로 가장 많았고, 30세 미만도 5260억원(24.0%)나 됐다. 40세 이상 1262억원(5.8%) 순이었다. 보금자리론은 본인 또는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차주가 6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최대 3억6000만원(다자녀 시 4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고정금리형 정책금융상품이다. 40년 상품은 대출신청인이 만 39세 이하 또는 결혼한 지 7년 이내의 신혼가구이면 가능하다.

돈을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갚아야 총 금액이 늘더라도 당장 매달 부담을 줄이는 게 나은지, 이자로 나가는 돈을 줄이면서 짧은 기간에 갚는 것이 나은지 본인의 상황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 만기가 길면 당장의 부담은 줄지만 단기 상품에 비해 금리가 높다는 점, 당분간 금리인상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감안하고 상환 기간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금자리론(u-보금자리론 기준·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 신청 상품)의 이번달 취급분 금리는 10년 만기가 4.35%, 40년 만기가 4.60% 수준이다.

정부는 만기 50년 보금자리론도 오는 8월 출시할 예정이다. 청년과 신혼부부 대상으로 구체적인 기준은 40년 만기 상품 대상과 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5억원을 금리 연 4.4%로 대출받아 원리금균등분할방식으로 상환할 때 40년 만기 상품의 월 상환액은 222만원이지만 50년 만기는 206만원인 만큼 차주의 상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잇따라 내놓는 것은 최근 급등한 집값과 상승하는 대출 금리를 감안해 매달 갚는 원리금 부담을 줄이면서 내집 마련 수요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3억원을 연 2.85%의 고정금리로 대출받을 경우 상환기간이 30년이면 매달 124만1000원을 갚아야 하지만 40년 만기 상품은 금리가 0.05%포인트 높아져도 월 105만7000원만 상환하면 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 입장에서 대출 규제를 완화하기 어렵다는 점도 초장기 주담대가 필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할 경우 어렵사리 꺾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다시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상환부담액 비율(은행권 40%, 비은행권 50%)인 차주별 DSR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3분기 중에 생애최초주택구입 가구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올 3분기에 80%까지 올리고 청년층은 DSR 산정 시 장래소득 반영폭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강화된 DSR 규제를 유지한다는 큰 틀은 변함이 없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책적 판단으로 정책모기지의 만기를 50년으로 늘릴 수 있고 스페인·프랑스·포르투갈 등에서도 50년 만기 모기지가 판매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상품 판매 시 차주가 납부해야 하는 전체 원리금 규모를 정확히 알리는 등 불완전판매 요인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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