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생활비 아껴 낸 국민연금 55만원인데, 공짜 기초연금은 64만원"

류영상 입력 2022. 6. 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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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가입' 국민연금 수령액은 월평균 55만5000원 그쳐
기초연금, OECD권고 취약층 '선별복지'로
서울 중구 필동주민센터에서 65세 이상 주민들이 기초연금을 신청하기위해 상담을 받고있다.[매경 DB]
"팍팍한 살림살이에 생활비를 아껴가면서 15년간 낸 국민연금이 고작 55만원, 차라리 한 푼도 안내고 공짜 기초연금 64만원 받는 것이 낫겠다." "국민연금 성실하게 부은 사람이 불이익 당하는 게 이해가 안돼요."

정부가 기초연금을 기존 30만원에서 단계적으로 40만원으로 인상하는 정책을 추진중인 가운데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부부가 공짜로 받는 기초연금(64만원)이 국민연금 평균 금액(55만원)보다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선 때마다 기초연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면 국민연금 가입자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인 고령자가 받는 것으로, 현재는 30만원이지만 4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혼자 살면 월 40만원, 부부가 함께 받는다면 월 64만원(부부는 20% 감액) 수준이다.

복수의 관계자는 "자격요건만 갖추면 다달이 기초연금을 노인 단독가구는 40만원(노인 부부가구는 부부 감액 20% 적용으로 64만원)을 받는데, 굳이 의무적으로 10년간 의무적으로 내면서까지 '용돈 수준'의 국민연금에 가입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2021년 11월 현재 1인당 노령연금 월평균 액수(특례 노령·분할연금 제외하고 산정)는 55만5614원에 불과했다. 노령연금은 10년 이상 가입하면 노후에 받게되는 일반 형태의 국민연금을 말한다.

"국민연금 때문에, 기초연금 깎는 게 이해 안돼요"

팍팍한 살림살이에 국민연금을 10년 이상 납부해온 가입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현행 기초연금 제도에 있는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감액' 독소 조항 때문이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30만7500원)의 150% 초과 시 기초연금을 최대 50%까지 삭감할 수 있다. 올해 기준 단독가구의 경우엔 46만1250원으로, 국민연금을 이 보다 많이 받고 있다면 기초연금액이 줄어든다. 가령,국민연금으로 월 90만원을 받고 있다면, 기초연금은 남보다 9만원 적게 받게 된다. 기초연금이 삭감되는 수급자는 38만명에 이른다. 기초연금 수급 전체 노인(595만명)의 약 6.4%에 달하는데 이들의 평균 감액 금액은 월 7만원정도다. 한 푼이라도 아쉬운 노후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 같은 감액제도를 손질하지 않고, 기초연금만 40만원으로 인상 시 당장 국민연금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영세 자영업자들의 이탈현상이 우려된다. '장기체납'을 하거나 '납부예외자'가 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40만원'이 일종의 임계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완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보장정책 효과성 평가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를 통해 "다층 노후소득보장체제 중 1층 기초보장의 기능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에 의해 중복 수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기초연금의 급여수준을 높여 기초보장의 기능을 전담케 하고, 국민연금은 균등부분을 제거해 소득보전의 기능을 수행케 하는 방안과 국민연금은 지금과 같이 기초보장과 소득보전의 역할을 맡고, 기초연금을 축소해 공공부조의 역할을 담당케 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연금, 취약층 중심 '선별복지'로 전환해야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선거 때마다 보편적인 방식으로 10만원씩 인상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국가재정은 아랑곳 않고, 표 더 얻으려 꼼수가 작용한 탓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공산이 커다는 것이다. 기초연금 대상자를 줄이고 절대 빈곤에 속한 취약 노인에게 연금을 더 지급하라는 OECD 사무국 권고안의 정반대 길을 가고 있는 모습이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연금 수급자의 3분의 1은 OECD의 상대빈곤(중위소득 50%미만, 월 97만원) 기준으로도 빈곤한 노인이 아니다"라며 "여유 있는 노인들이 기초적인 의식주도 해결하기 어려운 가난한 노인과 똑같은 금액을 받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초연금은 절대빈곤(OECD 기준 월 58만원)에 노출된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재진 연세대 교수도 "현재 기초연금은 만 65세 노인 인구 중 소득 하위 70%에 최대 월 30만원씩 나눠주는 보편적 복지에 해당한다"면서 "이런 방식을 전환해 지급 대상을 '확' 좁히되 지급 액수를 높이면서 노인 빈곤율을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38.9%(2020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차기 정부 집권기인 2025년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노인 인구 비율이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보편적 기초연금 확대는 국가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에 따르면 현 정부 공약대로 기초연금이 40만원으로 인상되면 재정 부담은 2040년 102조원, 2060년 236조원으로 급증한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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