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수의 삼라만상 69] 한 여름 뜨거운 전라도 팥칼국수

정리=박명기 기자 2022. 6. 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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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한여름 길에서 전라도 팥 칼국수집을 보았다.

걸죽한 팥국물에 넣은 칼국수에 전라도식 김치를 올려먹는 생각에 유년시절 어머니가 해주셨던 그 맛이 떠 올랐다.

어머니는 전라도 목포분으로 팥 칼국수를 아주 잘 만드셨다.

한 여름에도 뜨거운 팥 칼국수를 자주 만들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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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 칼국수에는 전라도 사투리가 어울린다..어머니의 맛이다

 
언젠가 한여름 길에서 전라도 팥 칼국수집을 보았다. 식당 내부 테이블도 몇 개 없는 내부는 좁아도 손님들이 꽉 차 있었다. 걸죽한 팥국물에 넣은 칼국수에 전라도식 김치를 올려먹는 생각에 유년시절 어머니가 해주셨던 그 맛이 떠 올랐다.

어머니는 전라도 목포분으로 팥 칼국수를 아주 잘 만드셨다. 한 여름에도 뜨거운 팥 칼국수를 자주 만들어 주셨다. 가난했던 시절 올망졸망한 자식들이 특별히 칼로리를 채우지 못했으니 영양을 생각해서라도 해주신게 아닐까? 

작은 부엌에서 팥을 삶아 부수고 저어 국물을 만들고 밀가루를 반죽해서 칼로 일일이 썰어넣은 칼국수는 칼로리가 높아 먹을 게 없었던 시기에 배를 든든하게 불려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가난했던 시절 쌀보다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나 팥 칼국수를 더 많이 먹었다. 동짓날에는 팥국물에 쌀을 빚어 동그랗게 말은 쌀덩이의 쫀득한 맛이 밀가루와는 다르다는 걸 우리는 금방 알아차렸다. 

팥죽을 먹는 동지를 알고 있었지만 그 어원은 성장한 후에나 알게 되었다. 아무튼 그 시절 다섯 남매를 위해 스텐 그릇에 꽉 채운 팥죽을 촌스런 무늬가 박힌 양은 밥상위에 올려 내 놓으셨다.
 
팥죽에 비싼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사카린을 넣어야 달달한 맛이 났다. 추운 겨울 작은 부엌에서 연탄불과 석유풍로 위에 끓여낸 동지팥죽은 이미 달달한 추억이 되어 버렸다.
 
일곱 식구들 먹일 양이면 밥이며 죽이며 만드는 양이 항상 축사의 우리 같은 소들이 먹을 여물양처럼 많이 만드셨다. 지금 생각해도 어머니의 삶에서는 우리가 전부였다.
 
사자는 한 번의 사냥을 하고 배불리 먹고 쉬지만, 사람은 삼시세끼를 먹여야 하니 매번 부엌에서 일만하셨던 어머니들의 노고를 부모가 되어 나중에야 알고 깨우치게 된다 

새벽부터 요양병원에서 누워 계신 부모님을 위해 왜 한번도 당신의 인생을 헤아리지 못했을까 하는 회환의 탄식을 뱉어낸다. 단팥 칼국수에는 전라도 사투리가 어울린다. 어머니의 맛이다.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만화가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은?

30년 넘게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자신의 원작 OTT 애니메이션 '알래스카'를 영화사 '수작'과 공동으로 제작 중이며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다. 그림과 글과 엮어낸 산문집 '토닥토닥 쓰담쓰담'을 2022년 1월 출간했다.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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