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걷는 내가 부러워? 그럼 너도 다리 잘라" 그녀가 연적에게 해준 말 [씨네프레소]
*주의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전개 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씨네프레소-36]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나이, 재력, 외모 등 세상에서 말하는 '조건'이 크게 차이 나는 두 사람이 연인으로 결합하면 뒷말이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둘의 관계에 사랑이 아닌 무엇인가가 놓여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곤 한다. 이것은 사실 여부와 상관 없이 두 사람을 매우 지치게 하는 요소다. 특히, 특정 조건을 덜 갖췄다고 평가 받는 쪽은 사랑이 아닌 무언가로 상대방 마음을 샀을 것이란 오해에 시달리다 관계에서 이탈하게 되기도 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대학교 4학년생 쓰네오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조제를 만나며 시작된다. 조제의 할머니가 그녀를 태우고 다니던 유모차가 언덕 아래로 굴러 내려오면서다. 쓰네오는 사회와 완전히 차단돼버린 채 책만 읽고 자란 조제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그녀와 나누는 대화가 떠오르고, 그녀가 해주는 밥이 생각 나 조제의 집을 찾는다. 애인이었던 가나에(우에노 주리)와 헤어지고 조제와 연애하게 된다.


할머니도 조제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다만 쓰네오와 방식이 달랐던 것이다. 할머니는 혹시나 조제가 상처받을까 두려워 세상과 차단시키는 데 힘을 기울이며 담요로 꽁꽁 싸맨 유모차를 조심스럽게 밀고 다녔다. 하지만 쓰네오는 밖으로 열려 있는 유모차를 누구보다도 힘껏 민다. 그러다 언덕으로 굴러 떨어지고 조제도 밖으로 튕겨 나간다. 상처 입을 가능성을 감안하고서라도 그녀가 세상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쓰네오가 조제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사랑과 '조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지점을 남긴다. 가나에는 건강한 쓰네오가 조제를 사랑할 리 없다고 믿는다. 기본적으로 사랑이란 조건이 비슷한 두 사람 사이에 성립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이 아닌 것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얻었다면 그건 '무기'를 쓴 거나 마찬가지인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가나에는 연적이 반칙을 쓰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무례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조제에게 "장애인 주제에" 같은 말을 주저함 없이 던진다.




영화는 남의 사랑이 진심인지 아닌지를 따지고 드는 것이 때로 무의미한 행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비장애인인 쓰네오가 장애인인 조제와 사귄 게 동정심 때문만은 아니듯, 젊은 사람이 나이 든 부자와 결혼했다고 해서 그것을 사랑 아닌 재산이 만든 결합이라고만 해석하기도 힘들다. 세상의 나이 든 부자와 전부 결혼한 것이 아닌 '그 사람'과 결혼한 것이기 때문이다.



장르: 로맨스·드라마
감독: 이누도 잇신
출연: 쓰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 지즈루, 우에노 주리
평점: 왓챠피디아(3.9/5.0), 로튼토마토 팝콘지수(91%)
※2022년 6월 3일 기준
감상 가능한 곳: 왓챠, 쿠팡플레이, 웨이브,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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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프레소 지난 회차]
17회-"이상형 아내, 밥 먹는 소리 거슬려 이혼 충동"…'팬텀 스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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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날 구해준 아저씨, 엄마 망친 마약상이었다…'문라이트'
32회-날 위로하던 스승, 뒤에선 애인과 나 갈라놔…'시네마 천국'
34회-"조선인은 바퀴벌레"라던 일본인이 10억엔에 내 땅 사겠다고 한다…'파친코'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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