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작침] 서울시장은 보수, 구청장은 진보 후보를 찍었다?
이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84일 만에 치러지는 초인접 선거로 주목받았습니다. 사실상 대선의 연장전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표심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요.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지난 대선 표심과 이번 지방선거 개표 결과를 비교해 과연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분석해 봤습니다.
그런데 다소 엇갈린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가령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후보를, 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은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처럼 이번 선거의 특이점을 지도와 함께 분석해 봤습니다.
425대 0…"오세훈의 퍼펙트 게임"
우선 서울시장 개표 결과는 국민의힘의 ‘퍼펙트 게임’으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전체 득표율을 놓고 보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59.05%, 송영길 후보가 39.23%를 기록했습니다. 저희가 한발 더 나아가 행정동 단위로 분석해 보니 판세가 더 확연하게 들어왔습니다. 위 지도처럼 서울시 425개 행정동 모두에서 오세훈 후보가 1위를 휩쓸며 지도를 붉게 물들였는데요. 민선 이후 서울시 전체 행정동에서 특정 후보가 1위를 휩 쓴 건 처음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송영길 후보가 이긴 곳은 단 한곳도 없다는 뜻이죠. 심지어 전통적으로 진보 강세 지역인 관악, 금천, 노원, 도봉, 강북구에서도 오세훈 후보의 우세가 뚜렷했습니다.
특히 여의도를 시작으로 이촌1동, 반포2동을 거쳐 압구정, 청담동, 잠실로 이어지는 이른바 ‘한강 벨트'는 4.7재보궐을 시작으로 이번 선거에서도 2위 후보와의 득표율을 60%p 넘게 따돌리며 확실한 보수 우세 지역임을 확인시켜줬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1년 전, 4.7 재보궐 선거 결과와 거의 비슷합니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이 심판론을 받으며 서울 대부분 지역이 보수 후보를 시장으로 택했죠. 마찬가지로 행정동 424곳 중 419곳에서 오세훈을 후보가 승리할 만큼 압승을 보여줬는데요. 박영선 후보가 승리한 행정동은 단 5곳으로 종로구 창신2동, 마포구 성산1동, 강서구 화곡8동, 구로구 구로3동, 항동에 그쳤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작년 박영선 후보가 앞섰던 곳조차 오세훈 후보로 돌아선 걸 볼 수가 있네요. 이들 지역에서 오세훈 후보는 각 1.4%p, 1.3%p, 2.4%p, 1.2%p, 6.9%p로 미세하게 앞선 걸로 분석됐습니다.
하지만 3월 대선에서 서울 민심은 이번 지방선거 보여준 것과 다소 달랐습니다. 물론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는 선거구와 후보가 다르다는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위 지도처럼 한강벨트를 제외한 전통적 민주당 강세 지역만큼은 이재명 후보가 이긴 곳들이 많았습니다. (위 지도에서 파란색을 뜻합니다) 당시 민주당이 이긴 행정동은 425개 중 180개(42.3%)로 과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치였습니다. 바꿔 말하면 서울 유권자 10명 중 4명은 이재명 후보를 택한 건데요. 그럼에도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한 지역(짙은 파란색 지역 : 56%P 격차 이상)은 또 찾기 힘듭니다. 그만큼 확실히 격차를 벌린 곳이 없다 보니 당시 윤 후보가 5%p가량 이길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결정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세는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해석이 분분한데요.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번 서울시장 공천과 관련해 논란이 많습니다. 선거 이후 홍영표 의원은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략공천위원회에서 (송 후보를) 사실상 컷오프 했지 않느냐. 그것을 나도 그 과정은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영향력에 의해서 하루아침에 다시없던 일이 되고 결국 서울시장 후보가 되지 않았느냐"라고 말한 점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구청장은 1번 민주당 찍었습니다
위 지도는 서울 구청장 선거에서 서울시민들의 표심을 읍면동 단위로 나타낸 겁니다. 서울시장 선거 표심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죠?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모든 행정동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이겼다면 구청장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 동네가 한눈에 봐도 많아 보입니다. 실제 분석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는데요. 서울시 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17곳, 민주당은 8곳에서 당선됐습니다. 전통적으로 강세지역인 성동, 중랑, 성북, 노원, 은평, 금천, 관악, 강북구에서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읍면동 단위로 보면 425개 행정동 중 158개(37.18%)에서 민주당 후보 우세 지역이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서울시장 선거는 425개 행정동 모두가 오세훈 후보에게 더 많은 표심을 몰아줬다면 서울 구청장 선거만큼은 국민의힘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는 뜻입니다.
마부작침은 이 중에서도 서울시장과 구청장 표심이 정반대인 동네가 어디인지도 살펴봤는데요. 위의 표를 조금 더 설명하자면 서울시장은 오세훈 후보를 뽑았지만 구청장은 민주당 후보를 뽑은 행정동 가운데 그 변화 폭이 가장 큰 10곳을 나타낸 표입니다. 주로 성동구에 속한 행정동이 상위권에 많았는데요. 가장 표심 변화가 큰 곳은 성동구 응봉동으로 오세훈 후보가 송영길 후보를 24.6%p로 크게 따돌린 동네지만 구청장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현 성동구청장)가 2위 후보와의 격차를 23.2%p 넘게 이겼습니다. 즉, 두 선거에서 득표율 변화는 약 47.8%p까지 차이가 날 정도로 반대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 밖에도 중랑, 금천, 성북, 노원, 은평, 관악구청장은 현역 구청장이란 공통점도 존재했습니다.
경기도…민주당 강세 지역이 사려졌다
하지만 지난 대선의 연장선이란 흐름이란 잣대에서 보면 이번 민주당 개표 결과는 집토끼를 뺏긴 걸로 보입니다. 특정 지역에서 표심을 잃었다기보다는 지난 대선과 달리 민주당 우세 지역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이재명 후보가 나왔던 3월 대선 결과로 설명드리면요. 지도 위에 짙은 파란색이 의미하는 건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보다 득표율에서 크게 앞선 곳으로 성남, 시흥, 평택, 화성시 등이 대표적인데 이번 선거(위 지도)에서는 짙은 파란색을 보이는 지역을 찾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김은혜 후보가 득표율에서 크게 이긴 곳들이 여럿 나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박빙의 승부가 벌어진 걸로 보입니다.
경기도 시군구장 선거 결과는…국민의힘 우세
특히 경기 구리시 일부 행정동에서 가장 크게 민심 변화가 관측됐는데 읍면동 단위로 보면 그중에서도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이 가장 큰 변화를 보였는데 경기지사는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가 2.7%p 더 받았지만 오히려 구리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백경현 후보가 19.6%p 더 받으며 득표율 변화는 22.31%p로 나타났습니다. 이 밖에 하남시 미사2동(18.17%p), 하남시 풍산동 16.34%p, 의정부시 송산3동이 15.78%p 순으로 경기지사와 시군구장 선거에서 반대의 표심을 보였습니다.
(글·분석 : 배여운 / 디자인 : 안준석 / 데이터 : 강동용 / 지도 출처: VW Lab)
배여운 기자woon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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