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트레이딩업]일본의 디지털화 정책과 우리의 기회
지방 활성화 위한 '5G 특화망' 구축
드론·에듀 테크 등 新블루오션 부상
日시장 제약 많아..철저한 준비 필요
필자는 2월 도쿄에 부임해 3년 만에 일본에 돌아왔다. 이제 4개월 남짓 됐는데 지난 근무와 비교하면 일상생활에서 크게 달라진 점을 두어 가지 느낀다. 일례를 들면,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손님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지불을 하거나 포인트를 사용하는 모습이 흔하게 보인다. 일본인들이 신용카드도 아니고 모바일로 결제를 하다니!
아날로그 대국이라던 일본이 몇 년 만에 디지털 사회가 된 것일까. 그러나 일본 사회 전체로 보면 아날로그는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 팩스가 대표적인데 도쿄무역관에서 일본 바이어들에게 e메일로 제품 정보를 보내면 팩스로 다시 보내 달라는 요청이 꽤 많이 들어온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 일본은 세계 64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디지털 분야에서 일본의 부진이 객관적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12위를 차지한 한국과 비교해도 많이 뒤처지는데 더 큰 문제는 순위가 2018년부터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디지털 국가 구현을 핵심 정책으로 내걸고 힘을 쏟고 있는데 배경으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디지털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다. 다른 하나는 디지털화를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산적한 과제의 주된 해결 방안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일본은 고령화, 인구 감소, 자연재해, 경제 활력 저하와 같은 많은 난제를 갖고 있어 ‘과제 선진국’이라는 신조어까지 있다.
일본 정부의 디지털 정책의 골자는 전임 총리인 스가 요시히데 정권 때 만들어진 ‘디지털 개혁’인데 현 기시다 후미오 정권이 이를 계승·발전시키는 모양새다. 디지털 개혁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 디지털화를 총괄하는 부서로 디지털청을 신설하고(21년 9월), 지방자치단체 간 행정 시스템 통일과 표준화 등 행정 디지털화를 추진하며, 규제 개혁과 연계해 각종 검사·점검·감시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교육의 디지털화와 원격 근무를 적극 도입하는 한편 지방 활성화를 위해 5세대(5G) 같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디지털 전원 도시국가 구상’을 실행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드라이브와 이에 발맞춘 기업들의 디지털전환(DX)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디지털 시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유명 컨설팅 회사는 일본 내 DX 시장의 투자 금액이 2019년 7912억 엔에서 2030년에는 3조 425억 엔으로 3.8배 늘어난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일본 디지털 시장의 성장으로 한국 등 해외 기업들에 좋은 비즈니스 기회가 될,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분야를 몇 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5G 특화망을 활용한 지역 과제 해결 프로젝트다. 일본의 5G 특화망은 로컬 5G로 불리며 제한된 지역에서 5G 네트워크를 만들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실증 실험도 하고 있는데 5G를 이용한 자율주행버스 시스템을 예로 들 수 있다.
둘째, 인구 감소 대처와 규제 완화 차원에서 사람이 하는 갖가지 검사나 점검을 센서·드론 등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대체하는데, 대상은 댐과 같은 인프라 점검부터 건물 내 소화기 정기 검사까지 광범위하다.
셋째, 정보 보안 분야는 디지털화 진전에 따라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넷째, 고령화가 심화하는 일본에서 노인 돌봄 시스템은 중요하다. 실버 세대 대상 의료·간호는 물론 쇼핑 대행, 물품 배송, 모빌리티 제공 등 확장성이 크다. 다섯째,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이나 메타버스를 활용한 에듀 테크도 유망하다. 여섯째, 공장 스마트화 분야다. 일본 제조업의 설비 노후화와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DX 수요가 상당하다.
DX 본격화는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한 좋은 기회지만 일본은 여전히 들어가기 쉬운 시장은 아니다. 정보기술(IT) 시스템은 현지 실적이 요구되고 유지 보수가 가능해야 하기에 더욱 까다로운 면이 있다.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함께 유지 보수를 위한 신뢰도 높은 현지 사업 파트너를 확보하는 데 힘써야 한다. KOTRA 도쿄무역관이나 도쿄IT지원센터의 지원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향후 우리 IT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이 늘어나고 DX 부문에서 양국 기업 간 협력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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