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위기 태풍권, 선거 승리 말할 상황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여당의 지방 선거 승리에 대한 질문에 “우리 경제가 위기 태풍 권역에 있다”며 “정치적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태풍으로) 창문 흔들리고 나뭇가지 흔들리는” 상황에 비유하며 경제가 위기 국면임을 강조했다. 미국 경제도 JP모건 회장이 “(경제)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할 만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당국이 재정·금융 긴축을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충격파가 닥쳐올 것이란 경고다.
미국발 충격에다 글로벌 공급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이미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경제 3대 지표인 생산·소비·투자가 4월부터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고, 5월 소비자물가는 13년래 최고치(5.4%)로 치솟았다. 6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는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 15조원 이상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고, 무역수지도 4~5월 연속 적자를 기록해 환율 방어에도 비상이 걸렸다. 경제 곳곳에서 전방위적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1998년 외환 위기,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땐 정부 재정이 방파제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재정 여력도 충분치 않다. 국가 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더 빚을 내 돈을 풀면 시중 금리와 물가를 자극해 악순환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금리를 내리기도 어렵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착수한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금 유출을 막으려면 우리도 미국 이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재정·금융 카드가 모두 바닥난 상황에서 고물가·저성장의 태풍에 대응하려면 결국 기업과 시장의 활력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사업 확장에 나서게 해야 경기가 살아나고 일자리도 생긴다. 또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여 물가 상승 압력을 흡수해야 고물가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는 ‘1000조원 투자’(10대 기업 기준)를 선언한 기업들이 맘껏 투자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푸는 데 앞장서야 한다.
경제 부총리가 요청한 대로 산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 노동계는 임금 인상을 당분간 자제해야 한다. 그에 상응해 정부도 법인세 인하, 근로소득세 감면, 공공 요금 인하 등 기업과 가계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고물가에 가장 타격을 받는 취약 계층에 대해선 별도 소득 보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여야 협치와 민간·정부 전방위 공조 없이는 닥쳐올 경제 위기 태풍을 헤쳐나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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