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반도체 동맹, 윈윈 밑그림 세밀하게 짜야[동아시론/박재근]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 2022. 6. 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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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 둘러싼 세계 패권다툼 격화
한미 기술-인적 교류로 동반성장 꾀해야
한중 반도체 산업 고려, 신중 접근 필요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
반도체 없이는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다. 정보기술(IT) 제품인 스마트폰에는 약 40개, 노트북에는 약 70개, PC에는 약 100개, TV에는 약 120개의 반도체 칩이 사용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200개의 반도체 칩이 사용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산업계의 혼란만 봐도 반도체 칩이 글로벌 산업·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날이 커지는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은 갈수록 격화할 것이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로 나뉘며 그 시장 비율은 30% 대 70% 정도다. 메모리반도체는 반도체 설계 및 생산을 동일한 기업에서 하나, 시스템반도체는 반도체 설계 기업과 생산 기업이 다르다. 반도체 설계 기업을 팹리스라고 부르며, 팹리스의 요청으로 위탁생산을 하는 회사를 파운드리 기업이라고 한다. 미국은 반도체 팹리스의 강국으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첨단 시스템반도체의 설계는 미국에서 한다. 하지만 생산은 파운드리 강국인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방한 때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한 것도 첨단 시스템반도체인 AP의 공급망 확보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다. 미국은 반도체 ‘CHIP4(한국, 미국, 일본, 대만 반도체) 동맹’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첨단 시스템반도체의 안정적인 생산 및 미국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기업으로부터의 더 많은 주문을 기대할 수 있다. 반도체 동맹은 단순한 경제동맹이 아니라 군사안보를 넘어 포괄적 글로벌 동반성장 전략 동맹이 될 것이다.

향후 한미 간 차세대 반도체 기술 협력은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면 한다. 첫째, 양국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해 개발비를 분담하고, 개발 결과를 공유하면 좋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최첨단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기술을 확보하고, 미국은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둘째, 현재의 인공지능(AI)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학습과 추론을 수행하고 있으나,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등에 적용되는 AI는 이보다 훨씬 빠른 처리 속도가 요구된다. 그러므로 이를 위한 전용 하드웨어 기반 AI, 즉 AI 반도체 칩이 필요하다. 한미가 AI 반도체를 공동 연구개발하면 향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함께 선도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AI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산업을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한미 간 반도체 전공 과학기술자들의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 인적 교류를 통해 양국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신속하게 개발하고, 이 분야에서 함께 선두주자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한미 반도체 동맹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반도체 수출 국가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의 시안(西安)과 우시(無錫) 등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다. 한미 반도체 동맹이 한국과 중국 간 반도체 산업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대(對)중국 전략을 신중하고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한국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와 첨단 메모리반도체 기술은 중국과의 초격차 기술을 유지해야 한다. 중국의 추격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기업, 대학, 정부 출연 연구기관, 정부가 일심동체로 초격차 기술을 유지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반도체 생산량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향후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시안공장은 세계 낸드플래시메모리의 14%를, SK하이닉스 우시공장은 세계 디램의 14%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 내 메모리반도체 공장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중국 IT 산업과의 동반 성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국내 기업의 중국 내 메모리반도체 공장은 국내 기업으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는 중국 IT 기업과 동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정부 및 민간 외교를 통해 인식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 중 하나인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경우, 한미 반도체 동맹이 오히려 중국 메모리 공장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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