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 내려가고, 물 새고.."청년 취약 가구 1만 개 증가"
누수 문제 호소했더니 '나 몰라라' 태도 보이기도
[앵커]
소득은 늘지 않았는데 보증금이나 월세만 크게 오르면서 청년들의 주거 불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청년 주거 취약 가구가 5년 사이 만 가구 이상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요.
이처럼 불안한 주거지로 내몰린 청년들의 이야기를 강민경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1년 전 사정이 생겨 급하게 이사를 해야 했던 24살 박도형 씨.
값이 싼 반지하라 우선 계약했는데 황당하게도 박 씨의 집은 서류상 집이 아닌 '사무실'로 되어 있습니다.
알고 보니 집주인이 지하부터 옥상까지 불법 증축을 해놓고, 취득세를 내기 싫어 주택으로 용도를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임대를 준 겁니다.
[박도형 / 관악구 신림동 : (지자체가) 원상복구 명령을 할 경우 임차인들은 그대로 쫓겨나야 해서 혹시 그러지 않을까 많이 불안합니다.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까 불안하기도 합니다.]
보증금 5천만 원짜리 반지하 방에 사는 변현준 씨는 지난해 11월 이 집에 입주한 후 누수 문제로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마룻바닥에 물이 샌다고 집주인에게 여러 차례 알렸지만, 오히려 '그만 연락하라'는 적반하장 식 대답을 들어야 했습니다.
[변현준 / 관악구 봉천동 : 집주인께서는 해결해주지도 않고, 차라리 방을 빼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내보내 주시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고 두렵고 불안하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에 매물 기근까지 겹치니 누구보다 피해를 보는 건 바로 청년들입니다.
소득은 마땅치 않은데 월세와 보증금 가격은 오르니 청년들은 결국 무언가 수상하거나 조건이 열악한 집으로 내몰리는 겁니다.
이런 현상은 통계로도 뚜렷이 잡힙니다.
반지하나 비닐하우스 등 취약지에 거주하는 청년 가구 수는 최근 5년 사이 만천여 가구가 늘었고, 서울에서도 15%가량 증가했습니다.
[지 수 /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 : (청년은) 주거비로 지출할 수 있는 돈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계약도 굉장히 급하게 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공인중개사가) 꼼꼼히 설명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채로 들어가서….]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나이와 직업 특성에 맞는 양질의 주택 공급 정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김천일 / 강남대 부동산건설학부 교수 : 청년층이 어떤 주거환경을 원하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가 미진한 채로 공급 정책이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그런 만큼 정부가 이삼십 대 청년들의 수요 특성을 자세히 파악해 주택 선호도를 세분화한 뒤, 충분한 양을 공급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YTN 강민경입니다.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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