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이어 아마존 킨들… 중국서 짐 싸는 미국 기업들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중국에서 전자책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3년 중국 시장 진출 후 9년 만이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 에어비앤비 등도 일부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했다. 미·중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중국 내 치열한 경쟁과 지나치게 엄격한 코로나 봉쇄,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정부의 규제 등으로 중국 시장이 점점 외국 기업들에 매력을 잃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마존은 2일 중국 소셜미디어에 “오는 2023년 6월 30일부터 중국에서 킨들 전자 서점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자책 단말기 판매는 즉시 중단하고 올 1월 이후 단말기를 산 고객에게는 기계 값을 환불해 주기로 했다. 아마존 측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정기적으로 우리 사업을 재검토하고 조정한다”며 “아마존은 (여전히) 중국 내 광범위한 사업을 하고 있으며 혁신과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아마존은 지난 2013년 중국 전자책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2017년 말 중국은 아마존 전자책 단말기 전 세계 판매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최대 시장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트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서 아마존은 65%를 차지해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을 크게 앞섰다. 아마존은 70만권 이상의 전자책을 제공하는 중국 내 최대 전자 서점도 가지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2019년 중국 선전 당국과 함께 중국 관련 전자책 포털을 만드는 등 중국 당국의 환심을 사려는 노력도 해왔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보급으로 중국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지난해 12% 감소하고, 텐센트 등 중국 IT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아마존은 이들과 극심한 경쟁을 벌여왔다. 텐센트는 월 19위안(약 3500원)만 내면 원하는 전자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아마존의 중국 전자책 사업 중단 결정에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검열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토종 업체들과의 피 말리는 경쟁이 펼쳐지는 중국 시장에서 미국 IT 기업이 또다시 철수했다”고 평가했다. 아마존은 앞서 지난 2019년 알리바바, 징둥 등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에 밀려 중국 내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중단했다. 이번에 전자책 사업까지 철수하면서 중국에 해외 구매, 광고, 클라우드 서비스, 물류 사업만 남게 됐다.
아마존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문가 네트워킹 소셜미디어인 링크트인은 지난해 10월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사업 환경과 중국의 법률적 요구 때문”이라고 했다. 한 달 후에는 인터넷 기업 야후가 “중국의 데이터, 개인 정보 규제 강화”를 이유로 들어 중국 서비스를 중단했다. 숙박 공유 서비스 기업 에어비앤비는 지난달 24일 중국 내 숙박 서비스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 봉쇄와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사업 유지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 기업의 중국 사업 축소는 미·중 경쟁과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 통제 정책으로 외국 기업의 중국 이탈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서 주목받고 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마존 전자책 사업 철수에 대해 질문을 받고 “중국은 빠르게 발전하는 세계에서 둘째로 큰 소비 시장이고, 상품과 서비스도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외국 기업을 포함한 각종 시장 주체가 시장 발전 상황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를 조정하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중국 상무부는 “올 1~4월 중국에서 집행된 외국 투자액이 4786억위안(약 89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5% 증가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상하이 봉쇄 등 여파로 중국 내 생산, 판매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애플 등 일부 외국 기업은 베트남 등으로 생산지를 옮기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미국 기업 121곳 가운데 52%가 중국 내 투자를 줄이거나 미루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에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한 곳은 한 곳에 불과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생산과 물류가 올스톱되는 코로나 통제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국 사업 리스크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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