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우의시네마트랩] 아버지의 좌절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칸 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보통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나라별로 안배하는 관례에 비추어볼 때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그가 출연한 작품들이 이미 칸에 많이 소개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치 칸이 오랫동안 연기상을 주려고 기다렸던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송강호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자식을 지키지 못한 아픔을 지니고 사는 아버지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우는 연기폭이 넓은 것이 미덕이지만, 여러 작품에 출연하다 보면 대표적인 이미지가 생긴다. 송강호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자식을 지키지 못한 아픔을 지니고 사는 아버지이다. 그가 이런 아버지로 처음 등장한 작품은 ‘복수는 나의 것’(2002)이었다. 그는 이 작품에서 1990년대 말 경제위기로 실직한 주인공이 딸을 죽게 만든 이들을 찾아내 잔인하게 복수하는 인물을 형상화했다. 여기서는 그 전에 나온 ‘넘버3’나 ‘반칙왕’에서 형성된 코믹 이미지를 벗어난 무척 낯선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다음에 나온 ‘효자동 이발사’(2004)에서 5·16 정변과 군사정권 시기에 절대 권력으로부터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분투하는 힘없는 소시민 아버지를 연기했다. 이 작품에서 그가 보여준 약간의 코믹한 모습을 곁들인 소시민 아버지의 이미지가 그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되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과 ‘기생충’(2019)에서도 그가 맡은 주인공은 마지막에 결국 딸을 잃는다. 사극인 ‘관상’(2013)에서도 계유정난을 일으킨 수양대군이 그의 아들을 죽인다. ‘변호인’(2013)에서 조작된 간첩단 사건으로 고문당한 대학생들의 무죄를 입증하려고 고군분투하는 그가 맡은 송우석 변호사는 자식을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아버지처럼 보인다. 결국 그가 변호한 이들도 무죄 판결을 받지 못한다. ‘의형제’(2010)에서 그는 간신히 전처에게 자식의 양육비를 보내기 위해 분투하는 이혼남을 연기했다.
그는 대체로 거대한 힘에 의해 자식을 잃는 인물로 나타나는데, 이는 한때 독재에 저항했던 지금의 586세대의 모습을 담아냈다. 약간 다른 작품이 ‘사도’(2015)이다. 여기서 그는 자식을 보호하기보다는 아예 자식을 죽게 만드는 영조를 연기했다. 권력에 맞서던 이는 어느새 자식을 짓누르는 아버지가 되었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축의금은 10만원이지만…부의금은 “5만원이 적당”
- 빠짐없이 교회 나가던 아내, 교회男과 불륜
- 9초 동영상이 이재명 운명 바꿨다…“김문기와 골프사진? 조작됐다” vs “오늘 시장님과 골프
- 입 벌리고 쓰러진 82살 박지원…한 손으로 1m 담 넘은 이재명
- 회식 후 속옷 없이 온 남편 “배변 실수”→상간녀 딸에 알렸더니 “정신적 피해” 고소
- 일가족 9명 데리고 탈북했던 김이혁씨, 귀순 1년 만에 사고로 숨져
- “걔는 잤는데 좀 싱겁고”…정우성, ’오픈마인드‘ 추구한 과거 인터뷰
- 한국 여학생 평균 성 경험 연령 16세, 중고 여학생 9562명은 피임도 없이 성관계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