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우의시네마트랩] 아버지의 좌절

2022. 6. 3.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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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칸 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보통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나라별로 안배하는 관례에 비추어볼 때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그가 출연한 작품들이 이미 칸에 많이 소개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치 칸이 오랫동안 연기상을 주려고 기다렸던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송강호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자식을 지키지 못한 아픔을 지니고 사는 아버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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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칸 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보통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나라별로 안배하는 관례에 비추어볼 때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송강호는 2000년대 이후 수많은 흥행작과 화제작에서 주연을 맡았고, 해외에도 많이 알려져 있었다. 그가 출연한 작품들이 이미 칸에 많이 소개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치 칸이 오랫동안 연기상을 주려고 기다렸던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배우는 연기폭이 넓은 것이 미덕이지만, 여러 작품에 출연하다 보면 대표적인 이미지가 생긴다. 송강호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자식을 지키지 못한 아픔을 지니고 사는 아버지이다. 그가 이런 아버지로 처음 등장한 작품은 ‘복수는 나의 것’(2002)이었다. 그는 이 작품에서 1990년대 말 경제위기로 실직한 주인공이 딸을 죽게 만든 이들을 찾아내 잔인하게 복수하는 인물을 형상화했다. 여기서는 그 전에 나온 ‘넘버3’나 ‘반칙왕’에서 형성된 코믹 이미지를 벗어난 무척 낯선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다음에 나온 ‘효자동 이발사’(2004)에서 5·16 정변과 군사정권 시기에 절대 권력으로부터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분투하는 힘없는 소시민 아버지를 연기했다. 이 작품에서 그가 보여준 약간의 코믹한 모습을 곁들인 소시민 아버지의 이미지가 그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되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과 ‘기생충’(2019)에서도 그가 맡은 주인공은 마지막에 결국 딸을 잃는다. 사극인 ‘관상’(2013)에서도 계유정난을 일으킨 수양대군이 그의 아들을 죽인다. ‘변호인’(2013)에서 조작된 간첩단 사건으로 고문당한 대학생들의 무죄를 입증하려고 고군분투하는 그가 맡은 송우석 변호사는 자식을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아버지처럼 보인다. 결국 그가 변호한 이들도 무죄 판결을 받지 못한다. ‘의형제’(2010)에서 그는 간신히 전처에게 자식의 양육비를 보내기 위해 분투하는 이혼남을 연기했다.

그는 대체로 거대한 힘에 의해 자식을 잃는 인물로 나타나는데, 이는 한때 독재에 저항했던 지금의 586세대의 모습을 담아냈다. 약간 다른 작품이 ‘사도’(2015)이다. 여기서 그는 자식을 보호하기보다는 아예 자식을 죽게 만드는 영조를 연기했다. 권력에 맞서던 이는 어느새 자식을 짓누르는 아버지가 되었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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